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30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외환 시장 거래에서 폭락하면서, 2016년 러시아 경제가 올해만큼이나 힘들거나 더 악화될 수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달러대비 루블화가치는 이날 오전 장에서 전날보다 약1.3% 떨어져 73.1570루블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루블화 가치는 지난해에만 40% 떨어졌으며, 전년 동기보다 20% 떨어졌다. FT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으로는 26%나 추락했다.
러시아 경제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따른 서방의 경제 제재와 유가 폭락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경제의 척추인 석유의 가격은 11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폭락해 있다.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경제개발장관은 29일 "정부는 루블화의 가치 하락보다 국가 재정 계획을 어렵게 하는 루블화 가치의 높은 변동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향후 수년간 저 유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부호 중 한 명인 알리셔 우스마노프 역시 최근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2016년이 올해보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바있다.
모스크바 소재의 컨설팅사인 르네상스 캐피털은 이코노미스트 올레그 쿠르민은 30일 FT와의 인터뷰에서 "모든게 오일,오일,오일(가격에)의존하고 있다"는 말로 원유와 천연가스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현재 위기에 바닥이 없다"고 말했다. 즉, 러시아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이 앞으로 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보다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각종 경제 수치들을 보면, 암울한 경제상황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있다. 올해 1~11월 러시아 근로자의 실질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9.2%나 줄었다. 11월 소매판매는 13.1% 감소했다.
국영 여론조사기관인 VTsIOM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가정의 39%가 의식주를 충분히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즉, 배불리 먹기 조차 힘든 가정이 러시아 전체 가정의 약 3분의 1이나 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1년전 22%였던 것보다 17%포인트나 늘어난 수준이다.
이같은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80%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누리고 있다.푸틴 대통령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 제재와 국제 저유가 등으로 고통을 겪는 경제 상황과 관련 "위기의 정점을 지났으며 올해 2분기부터 안정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올해 러시아의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8~2.9% 수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대다수가 올해 러시아 경제 성장률이 -3.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내년도에는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달 초 세계은행은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내년에 -0.7%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조차 내년에 유가가 50달러 선을 회복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0.5~1%를 기록하겠지만, 35달러선을 유지하게 된다면 러시아 경제가 2~3% 위축될 것으로 내다본 바있다.
한편 29일 블룸버그 통신은 경제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27%(6명)의 전문가들이 부틴 대통령의 경제 관리능력에 대해 최악의 점수인 'F'를 메겼다고 보도했다. 응답자 중 11명(50%)도 푸틴의 경제 관리능력을 'D'나 'E'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경제전문가 22명 가운데 17명(77%)이 푸틴 대통령에게 사실상 낙제점을 준 셈이다.
스웨드방크 AB의 메리저스 마시울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빠진 '경제적 빈곤(Economic Misery)'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일으킨 외교정책이 불러온 경제제재로 더욱 확대됐다"라며 "이를 모두 조장한 푸틴 대통령은 'F'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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