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러, 채무조정 제안 수용안해"…국제소송으로 번질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정부가 18일(현지시간) 러시아에 지고 있는 35억 달러 이상의 채무에 대해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공식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우니안(UNIAN) 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를 시작하면서 "우리의 여러 차례에 걸친 노력에도 러시아가 채무조정 협정에 서명하거나 우리의 제안을 수용하길 거부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소위 러시아 차관 30억7천500만 달러(이자 포함 추정)에 대해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국영 로켓제작업체 '유즈노예'와 도로공사 '우크르아프토도르'가 러시아 은행들에 지고 있는 5억700만 달러의 채무에 대해서도 모라토리엄을 도입한다고 덧붙였다.
야체뉵은 "오늘부터 (채무조정에 관한) 우리의 제안이 받아들여지거나 법원의 해당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전체 35억8천200만 달러 상당의 대러 채무 이행이 잠정중단된다"면서 "우리는 러시아 측과 법정 소송을 벌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오는 20일인 30억 달러 차관 상환 시한을 이틀 앞두고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지난 2013년 제공받은 차관 상환 문제를 두고 러시아와 분쟁을 겪어왔다.
러시아는 지난 2013년 12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유로본드 매입 방식으로 15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포함한 협력협정 체결을 고민하던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영향권에 묶어두기 위한 유인책이었다. 그 후 같은 해 1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30억 달러를 1차로 지원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친서방 야권 세력에 의해 야누코비치 정권이 축출되고 러시아의 크림병합 등으로 양국관계가 크게 악화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차관 지원을 중단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8월 서방 민간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약 180억 달러의 채무에 대해 '원금 20% 삭감, 상환 기한 4년 연기' 등의 합의를 이끌어 낸 뒤 러시아도 같은 조건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해왔다. 러시아도 민간채권단의 일원이란 주장에 근거한 요구였다.
러시아는 그러나 서방 민간채권단이 준 상업차관과는 성격이 다른 공공차관을 제공한 것이라며 원금 삭감 요청을 거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신 지난달 중순 이달 20일이 시한인 차관 상환 시기를 조정해 2016년부터 3년간 매년 10억 달러씩 분할 상환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권위 있는 국제금융기구 등이 상환 보증을 설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보증을 거부하면서 이같은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시한 내에 차관을 갚지 않으면 국제법원에 제소하라고 지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6일 러시아의 차관을 공공차관이라고 인정해 러시아 입장에 무게를 실어줬다. 우크라이나 재무부는 그러나 17일 발표한 성명에서 "IMF 이사회의 결정에 주목한다"면서도 "이전에 합의한 조건으로 대러 채무를 변제할 수는 없다"고 버텼다.
그러다 이날 러시아가 원금 삭감 등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해온 그동안의 경고를 실행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채무 분쟁이 결국은 국제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송이 시작되면 우크라이나의 경제난 극복을 위한 IMF의 금융지원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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