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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21, 2015

<아세안공동체> ①아시아판 EU 지향..통합 첫 발 내디디는 10개국 세계무대서 정치안보·경제 입지 강화 포석..구심점 부재·구속력 한계

세계무대서 정치안보·경제 입지 강화 포석…구심점 부재·구속력 한계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아시아판 유럽연합(EU)을 지향하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공동체의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세안 10개 회원국이 연말에 닻을 올리는 아세안 공동체는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3개 축으로 이뤄져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치열해지는 국제 정치·경제 역학 구도에서 동남아 국가들을 단일 공동체로 묶는 생존 및 발전 전략의 결과물이다.
아세안이 1967년 지역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창설된 지 48년 만에, 2003년 아세안 공동체 설립 추진에 합의한 지 12년 만이다.
27차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10개 회원국 정상들(AP=연합뉴스)
27차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10개 회원국 정상들(AP=연합뉴스)
아세안 정상들이 21일 인신매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협약에 서명하는 모습(AFP=연합뉴스)
아세안 정상들이 21일 인신매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협약에 서명하는 모습(AFP=연합뉴스)
그러나 아직은 선언적 성격의 통합에 가깝다. 아세안 공동체가 EU와 달리 구속력과 결속력이 약하고 회원국 간에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면에서 이질성이 강해 실질적인 통합에는 많은 어려움과 시간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공동체 출범은 세계 경제와 정치·안보 지형에서 동남아 국가들의 입지를 다지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회원국 상당수가 저개발국으로 안보와 경제가 취약하고 일부는 정치마저 불안한 상황에서 10개 회원국을 통합, 성장을 극대화하고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안보와 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공동 전선을 만든 것이다.
아세안이 그동안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부문별 통합에 필요한 조치를 이행했다고 밝혔지만 공동체가 출범한다고 해서 곧바로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회원국들이 단일화된 법적, 제도적 틀을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떤 조치를 취했고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펴며 어떻게 제도를 개선할지 구체적인 정보도 공개돼 있지 않다.
공동체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여전히 협력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U와 비교하면 명확히 드러난다. EU는 회원국들의 조약으로 출범해 각료이사회와 유럽의회, 유럽중앙은행 등 통합의 구심점과 운영 기구를 두고 있다. 단일 통화도 쓰고 있다.
반면 아세안 공동체는 이런 것 없이 회원국들의 합의로만 이뤄졌다. 단일 통화를 도입할 계획도 없다.
외교장관 회의를 비롯한 각 분야 장관급 회의, 정상회의 등을 통해 현안을 논의하고 이견을 조절, 공동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강제력과 신속한 정책 집행, 현안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 재난, 부패에 대해서는 각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공동 대응을 강화한다는 정도다.
교류 확대를 위한 회원국 간 자유로운 인력 이동 역시 의료, 회계 등 일부 전문직 종사자로 제한하는 등 사회 통합의 장벽도 여전하다.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사태를 놓고 회원국 간의 갈등을 표출한 데서 보듯이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다.
각자의 경제·안보 이익을 고려해 필리핀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손잡은 반면 캄보디아는 분쟁 당사자 간 해결 원칙을 내세운 중국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말레이시아 말라야대학의 잣스완 싱 교수는 지난달 한국동남아연구소 주최로 열린 '2015 아세안 포럼'에서 아세안의 다양한 정치 시스템, 회원국 내정 비개입 원칙 등을 아세안 통합 도전요인으로 꼽고 "국가 이익과 지역 이익이 충돌할 때 어떤 정치적 의지가 작용할지가 관건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배기현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는 "아세안 공동체 출범은 정치·외교적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으며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이 깔려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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