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발 4대강 공사가 본격화하는 것인가? 지자체가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이른바 생태공원과 강변 둔치를 활용한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 달성군은 구지면 낙동강변에서 '낙동강 레포츠 체험밸리 조성사업'이란 이름의 77억 원 규모의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구미시 역시 600억 원 규모의 '7락6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의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칠곡군은 축구장, 풀장, 수영장까지 들어가는 157억 원 규모의 '낙동강 수변레저공원 조성공사'를 지난 여름부터 시작했다.
▲ 칠곡군이 벌이고 있는 '낙동강 수변레저공원조성공사'. 지자체발 4대강 삽질의 시작이다. |
ⓒ 정수근 |
▲ 구미시의 자전거도로 조감도. '하천생태탐방로'란 제목에 '시민건강33바이크로드'란 부제를 달았다. 낙동강 우안으로 구미보에서 구미공단의 경계인 산호대교까지의 약 14킬로미터에 이르는 먼 거리다. 좌안으로 4대강자전거도로가 놓여 있다. 이 4대강자전거도로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
ⓒ 구미시 제공 |
이러한 개발은 여러 환경단체가 지적하듯, 4대강 사업 이후 '식수원 낙동강'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요소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곳 주민들은 4대강 사업 준공 이후 연례 행사처럼 맹독성 물질을 함유한 남조류가 대량으로 창궐하는 심각한 녹조현상 때문에 매해 식수 안전에 불안을 호소해 왔다. 이제는 지방정부까지 나서서 주민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셈이다.
철새 보호지에 자전거 도로 공사하는 '철새도시'
▲ 철새도래지 해평습지의 강변둔치 한가운데로 자전거도로를 내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모습니다. |
ⓒ 정수근 |
현재 구미시가 벌이는 자전거 도로 조성 공사로 칠곡보 상류 우안 둔치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구미시가 '하천생태관광탐방로'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인 이 공사는 낙동강의 우안을 따라 구미보에서 산호대교에 이르는 총 약 14㎞ 길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자전거도로 공사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낙동강 좌안에 4대강 자전거길이 이미 놓여 있음에도 또 다른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예산 중복 집행'의 성격이 짙다. 이미 놓여 있는 좌안의 4대강 자전거 도로도 구미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 일부 수도권에서 내려온 자전거 애호가들이 낙동강 종주 목적으로 간간이 이용할 뿐이다. 수요도 없는 자전거도로를 위해 예산을 탕진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강변 생태계만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의 폐해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변 경관과 생태계를 망가뜨린다는 점도 우려된다. 이 자전거 도로는 철새보호지인 해평습지의 강변 둔치 중앙을 관통한다. '철새도시'를 표방하는 구미시의 행정이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구미시 고아읍 낙동강변에서는 정자 '매학정' 아래 절벽을 깎아서 도로를 만드는 공사도 진행 중이다. '생태 탐방'라는 친환경적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 숭선대교 상단의 매학정 아래로 길을 내 자전거도로를 닦고 있다 |
ⓒ 정수근 |
▲ 강변 절벽을 깎아 자전거도로를 내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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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환경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동식 구미 YMCA 사무총장은 "구미시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어떠한 반성도 없이 비슷한 개발만 추진하고 있어 기가 막힌다"며 "제대로 된 타당성 조사나 생태적 고려 없이 진행되는 이번 자전거 도로 사업은 시민들의 혈세 낭비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하천생태탐방로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오히려 공사를 하지 않는 것이 더 생태적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또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낙동강은 4대강 사업으로 물고기 떼죽음, 물 속 용존산소 고갈, 큰빗이끼벌레의 출현 등 급격한 생태 환경의 변화를 겪으며 시름시름 죽어갔다"며 "그런데 이번엔 지방정부가 수변 공간을 마구 개발함으로써 낙동강의 마지막 숨통을 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관해 구미시 담당자는 "이 사업은 3대문화권사업의 일환으로 중앙부처의 예산으로 공사를 벌이고 있다"며 "매학정 아래 만든 도로는 공사를 위한 임시도로이다, 해평습지 둔치에 탐방로를 만드는 건 사실이지만 하천관리인을 두어 (탐방객들이) 강변으로 가지 못하도록 계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구미 자전거길은 비교적 제방길을 많이 이용했고, 해평 습지에 조성 예정인 자전거 도로 또한 강 가장자리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철새 서식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 해명했다.
얕은 강을 수심6m로 만든 뒤 바로 옆에 수영장 짓는다?
칠곡군이 벌이고 있는 '낙동강 수변레저공원 조성공사'의 주된 내용은 낙동강이란 오래된 '천연 수영장'을 놔두고 국민 혈세를 투입해 바로 옆에 인공 풀장과 수영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 이전에 낙동강은 수심이 얕아 누구든 들어가 수영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4대강사업 이후 수심이 최소 6미터 이상으로 깊어지면서, 수영은커녕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 야생동물도 강을 건널 수 없게 되면서 서식공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4대강 공사가 생태계 단절을 낳은 것이다.
칠곡보 바로 옆인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에서 농사를 짓는 전수보씨는 이렇게 말했다.
"다 헛짓이라요, 국회의원 통해 600억 예산을 확보해서 이 일대를 개발하겠다는 것인데, 내가 보기엔 다리 하나 빼고는 다 헛짓입니더. 옛날에 그냥 강에 들어가 수영도 하고, 물고기도 잡고 했는데, 4대강 사업을 해서 이제는 물에 들어갈 수도 없도록 만들어 놓고, 그 옆에 풀장을 짓는다는 게 도대체 정신이 박힌 짓인가 말입니다. 국민 세금이 줄줄 새고 있어요."
그는 또 "그 돈의 일부만 들여 배수터널을 만들어 칠곡보 밑으로 물을 빼주면 농사라도 제대로 지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절박한 사업은 안 하고 저런 헛짓에만 돈을 펑펑 쓰다니, 무슨 나라가 이렇습니까?"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 칠곡군이 벌이고 있는 낙동강 강변레저공원 조성공사. 낙동강변에 풀장과 수영장을 짓고 있다. 사람도 없는 곳에 웬 수영장? |
ⓒ 정수근 |
전씨에 따르면 4대강 공사로 칠곡보가 들어서기 전 이 일대는 무척 아름다웠다. 인근 관호산과 낙동강이 어우러지며 아름다움을 선사하던 곳이었다. 또 낙동강은 물고기도 잡고, 수영도 할 수 있는 휴식처 같은 공간이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그 아름다움을 느닷없이 빼앗겨 버렸다.
또한 낙동강은 칠곡보를 지나서 대구로 흘러가기 때문에 칠곡보 주변의 오염부하량은 대구 취수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런 까닭에 이 일대의 광범위한 개발은 대구 시민들에게 달가움을 줄 리 없다. 백재호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은 취수원 안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곳의 오염부하량은 바로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을 취수하는 대구 취수원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낙동강을 함께 공유하고 사는 도시들은 서로를 배려하면서 낙동강변 개발을 최소화해 왔습니다. 4대강 사업 이후 이제는 지자체끼리 배려도 사라진 것 같습니다. 칠곡군과 구미시는 각성하고 지금이라도 그 사업들을 철회해야 합니다."
현재 칠곡군이 벌이고 있는 수변레저공원 조성 공사 현장을 보면 백 위원장의 이야기가 전혀 과장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이곳은 하천에 콘크리트 타설을 할 수 없다는 하천법 규정까지 어기면서 불법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하천법 제33조에는 "콘크리트 등의 재료를 사용하여 고정구조물을 설치하는 행위에는 하천점용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 하천에 웬 콘크리트냐? 하천법을 어기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칠곡군. 시멘트와 콘크리트 독성물질의 그대로 강으로 들어가고 이것은 우리식수원을 위협한다. |
ⓒ 정수근 |
하지만 칠곡군은 불법 공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칠곡군의 한 관계자는 "허가청인 부산국토지방청에 적법하게 허가를 받고 공사를 시작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약목면의 하수종말처리장과 연결해서 수영장과 풀장에서 나오는 오수를 전량 처리할 계획"이라며 수질오염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가청인 부산국토지방청은 "하천법 시행령 제36조 제3항에 따라 하천관리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경우 구조물의 구조강도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고정구조물이라면 안전성 확보차원에서 허가청이 허가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이번 사업은 2013년 4월 2일 대구지방환경청에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받았으며, 수영장이 고수부지 아래 설치되어 이·치수에 지장이 없고, 미끄럼틀 등 돌출구조물은 전부 제외하는 등 최소한으로 허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 의견은 달랐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불가피한 고정구조물이란 교량을 놓을 때 교량의 상판을 받치는 교각 같은 것을 말한다"며 "수영장을 그런 불가피한 구조물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는 명백한 불법공사다"라고 말했다.
▲ 우리는 6m 깊이의 낙동강이 아니라 이런 낙동강을 원한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수영하고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살아있는 낙동강을 원한다. 지난 7월 아이들과 함께한 내성천 생태조사 때의 한 장면. |
ⓒ 정수근 |
칠곡군이 벌이고 있는 둔치 공사는 대단히 성급해 보인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의 계속된 녹조 발생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맹독성 남조류 때문에 식수 불안까지 야기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환경단체와 조류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대로 수문을 여는 것이 답이다. 그들 주장대로 수문을 열거나 보를 철거한다면 낙동강의 모습은 지금과는 다르게 자연하천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자연하천 바로 옆에 지어놓은 수영장과 풀장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동시에 이 문제는 '가치'와도 연결돼 있다. 하천을 인간 편의를 위해 개발해야 할 대상으로 보느냐, 아니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공간으로 볼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른바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대부분 후자의 방식을 따른다. 세계적인 흐름을 돌아보면 우리의 선택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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