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26조2000억 증가…통계 집계 후 사상 최대치
올 1~10월 지난해 연간 증가액 18조원 훌쩍 넘어서
경기불황에 수익성 악화로 돌려막기 빚으로 연명 늘어
금리 오르거나 집값 하락하면, 부채의 질 더 악화 우려
올 1~10월 지난해 연간 증가액 18조원 훌쩍 넘어서
경기불황에 수익성 악화로 돌려막기 빚으로 연명 늘어
금리 오르거나 집값 하락하면, 부채의 질 더 악화 우려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2년 전 서울 변두리 주택가 인근의 상가. 50대 A씨는 재도전을 생각했다.
명예 퇴직 후 평소 그렇게 좋아하던 등산을 마음껏 하면서 천천히 후일을 도모하고자 했건만, 한 달간 내내 등산을 다니다 보니, 도통 좀이 쑤셔서 견딜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마땅한 재주도 없었다. 퇴직금과 집을 담보로 은행 융자를 내서 마련한 전재산 3억원으로 전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더 많다는 치킨집에 뛰어들게 된 사연이다.
물론 실수라는 걸 깨달은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신이 가게를 내자마자 우후죽순 격으로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동네에 10여곳이 생기면서 장사가 도통 되지 않았다.
1년 만에 할 수 없이 자신도 프랜차이즈 치킨집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월 매출 300만원. 그런대로 처음에는 입에 풀칠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뒤 매출은 100만원대로 줄었다.
A씨는 “월세도 내지 못하고 계속 까먹고 있어요. 자금은 바닥났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수는 갈수록 줄고 있는 반면 자영업자 대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른바 벌어서 가게 월세도 못내는 '좀비 가게'가 속출하면서 금융권 대출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은행의 '10월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은행으로부터 빌린 자영업자(개인사업자)의 대출액은 235조5000억원으로 올들어 26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증가폭 기준으로 지난 2009년 이후 최대치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액은 2011년 13조원, 2012년 15조원, 2013년 17조1000억원, 2014년 18조8000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 10월까지의 증가액은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액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통계상으로 드러난 기업대출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제2금융권 대출 등을 받아 기존의 대출을 갚거나 생활비로 쓰는 경우를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500조원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영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대출액이 늘고 있는 것은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수익이 나빠지자 빚을 내 연명하는 곳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불황이 심화되고 수익성 악화로 폐업률이 더 높아지게 되면 개인사업자 대출의 질은 급격히 나빠질 우려가 있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차주당 대출규모는 지난 2013년 기준 1억1700만원으로 임금근로자(3800만원)의 약 3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거나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가 임금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부실 위험은 더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에서도 긴급 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기업 등 시중 5개 은행을 대상으로 개인사업자 대출 집행 상황과 부실화 가능성 등에 대해 공동 조사했다.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한 배경을 진단하고 추이를 지켜보기 위한 차원에서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향후 금융기관을 통한 자영업자들의 대출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며 "국내 자영업자들이 집중돼있는 전통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 가능성 등에 대비해 이들 업종의 차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