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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22, 2015

아세안공동체 연말 출범···인구 6.3억, 경제규모 6위 단일 시장 탄생

미얀마의 여성들이 지난해 11월 13일 아세안 정상회담이 열린 미얀마 나이피다유에서 입장하는 정상들을 맞이하기 위해 전통의상을 입고 기다리고 있다. Photo by Paula Bronstein/Getty Images


아세안 경제공동체(AEC)가 설립 추진에 합의한 지 13년 만에 올해 연말 공식 출범한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 정상들은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2015 쿠알라룸푸르 선언’을 발표하고 아세안 공동체 출범을 선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총리는 “역사적 성취”라며 회원국들이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세안이 하나의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며 “지금은 아세안의 시대로, 아세안이 아시아의 세기를 만드는 데 주요 역할을 할 수 있고 또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체 모델로 ‘유럽연합’ 지향…경제적으로 중·인도와 경쟁

아세안 경제공동체 설립은 2002년 합의됐고 구체적 청사진은 2007년 도출됐다. 그 동안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회원국들은 역내 경제 통합을 위한 사전 작업을 해왔다.

이미 역내 국가들 사이에서 관세 장벽과 비자 제한 요건들이 삭제되면서 통합을 위한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된 상태다.

아세안 경제공동체는 아세안 공동체의 세 기둥 중 하나가 된다. 유럽연합과 비슷한 형태가 될 아세안 공동체는 경제공동체 외에 정치·안보 분야의 통합, 사회·문화 분야의 통합이라는 두 개의 다른 기둥으로 구성된다. 

정치·안보 분야에서는 법치를 기본으로 상호 협력을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 등 사회 불안 요인과 안보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각국 제도와 정책 집행의 독립성은 현행대로 유지돼 상징적인 통합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세안 경제공동체는 역내 단일 시장을 구축해 중국, 인도와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경제공동체의 총 인구는 6억3000만명으로 세계 3위, 경제 규모는 2조7000억달러로 세계 7위다.

존스홉킨스대학 유럽센터의 국제경제학과 교수인 마이클 플러머는 “아세안 통합은 중국과 인도로 기울어진 경제력에서의 균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며 “아세안의 개별 국가들은 경제·안보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너무나 작지만 6억이 넘는 인구 규모를 갖춘 통합된 공동체라면 ‘메이저리그’에 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통합 이후 과제 ‘산적’

아세안 경제공동체는 올해 12월 31일 법적으로 통합이 완료되지만 여전히 역내에 경제력 격차가 크고 언어와 문화, 종교와 정치체제의 측면에서도 다양성이 커 통합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플러머는 “아세안 경제공동체는 개발도상국 내에서 이뤄진 경제통합 프로그램 중 가장 야심찬 것이라는 주장은 거의 틀림이 없다”면서도 “통합을 실행에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많은 것들이 과제로 남아있고, 극복해야 할 도전들이 많다. 아세안 경제공동체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경제공동체의 시민들은 자유롭게 역내에서 취업할 수 있으나 엔지니어링과 회계, 관광과 같은 8개의 영역에서는 취업이 제한된다. 이 분야의 취업자 수 비중은 전체의 약 1.5% 정도다. 이 취업 제한은 역내 국가가 추후 없앨 수 있다.

역내 교역액의 규모는 아세안의 전체 교역액의 24% 정도로 이 수치가 60% 이상인 유럽연합에 비해 상당히 작다. 캄보디이와 베트남의 국경 분쟁과 같이 해결해야 할 정치적 과제도 있다.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사태를 놓고 회원국 간의 갈등을 표출한 데서 보듯이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다. 필리핀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손잡은 반면 캄보디아는 분쟁 당사자 간 해결 원칙을 내세운 중국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시장 자유화의 정도나 해외 투자를 위한 제도도 국가별로 상이하다. 정부 구매나 국영 기업의 독점체제를 제한하는 문제도 국가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다. 자국 산업 피해를 막기 위한 비관세 장벽 등 보호무역주의가 여전해 실질적인 경제 통합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부패와 불균등한 사회간접자본도 넘어서야할 장애물이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태국과 필리핀 등 중위 이상의 소득을 자랑하는 국가들과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와 캄보디아와 같이 저개발 국가들의 경제력 격차로 인한 갈등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아세안 정상들은 역내 통합의 동력을 유지하도록 앞으로 10년간의 실행 구상을 담은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25’를 채택했다.

■거대 내수 시장 탄생 한국 경제에 긍정 효과…중·일과의 경쟁 심화 

한국의 대외 경제에서 아세안은 중국, 미국 못지않은 주요 시장이다. 2014년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액은 1380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아세안이 중국에 이어 한국의 제2위 교역 상대국이다. 

또 아세안은 한국의 제2위 투자 대상국이다. 작년 투자액은 신고액 기준 50억달러로 미국(91억 달러) 다음으로 많다.

아세안 공동체 출범으로 통합을 위한 사회기반시설 개발과 산업 현대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여기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이 지역에서 한국의 입지를 넓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인구가 6억3000만명으로 세계 3위인 아세안의 내수시장은 경제 발전과 소득 증가에 따른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은 연합뉴스에 “AEC 출범으로 역내 교역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아세안이 제조업 기지에 멈추지 않고 소비시장으로서 매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아세안 내수 시장을 두고 중국, 일본과의 경쟁 격화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아세안, 베트남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타결을 추진하고 있다.

RCEP는 아세안 경제공동체와 다른 아시아 국가를 결합해 전 세계 교역의 29%가량을 차지하는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는 것이다. 한국이 이 대형 경제공동체의 일원이 돼 더 많은 과실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아세안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한·중·일의 경쟁 또한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트라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아세안 5개국의 10대 수입 품목 가운데 9개 품목에서 한·중·일이 겹치고 중국이 아세안 내 화교세력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어 3국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얀마와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메콩강 유역 5개 국가와 천연가스, 원유, 목재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메콩강 지역의 개발을 추진하는 등 아세안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현지 생산, 현지 공급’ 원칙에 따라 아세안에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 생산기지를 구축할 정도로 경쟁력 있는 공급망을 갖고 있다는 것이 코트라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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