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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4, 2015

[한겨레]최악의 게리맨더링 현실화하나

[한겨레]최악의 게리맨더링 현실화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4일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군·구 분할을 금지하는 현행법의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2 대 1 이내로 제한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통폐합이 예상되는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시·군·구 일부를 쪼개 각기 다른 지역구에 포함시키는 방법으로라도 농어촌 지역구를 구제하겠다는 뜻이다. 획정위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분할을) 허용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특정 지역구에 대한 특혜 논란 등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대년 선거구 획정위원장
농어촌 의원들 반발 거세지자
“시군구 쪼갤 수 있다”
선거법 위반 발언 논란

새누리 추천 획정위원은
“지역간 인구편차 2 대 1서
2.3 대 1로 하자” 위헌 발언도
획정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조속한 시일 안에 전체회의를 소집해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금지하고 있으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예외적으로 허용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하는 방안을 비롯해, 농어촌 지역 선거구의 통합을 최소화하고 도시지역 선거구의 분구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적정 규모의 하한 인구수를 우선 설정하고, 그 2배수 내에서 상한 인구수를 산출해 이를 적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대년 획정위원장(중앙선관위 사무차장)도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행법에) 자치구·시·군 분할 금지의 원칙이 있지만 부득이한 경우 그동안 부칙으로 보완해왔던 만큼 (예외) 허용 폭을 넓혀 농어촌 대표성을 더 찾아낼 수 있는지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획정위의 이날 발표는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을 막기 위해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해 다른 국회의원 지역구에 속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현행 공직선거법 취지에는 어긋나지만,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 부칙을 통해 일부 선거구를 분할 금지 예외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2012년 19대 총선 때도 인구 편차를 줄이기 위해 부산 해운대구와 북구 일부, 인천 서구, 경북 포항시 일부를 분할해 각각 부산 해운대구·기장군을·부산 북구·강서구을, 인천 서구·강화군을, 경북 포항시 남구·울릉군 지역구에 편입시킨 사례가 있다.
또 ‘전국 선거구 평균인구’를 기준으로 선거구 간 인구 편차 2 대 1을 제시한 헌재와는 달리, 획정위는 ‘최소 선거구의 인구’를 우선 기준으로 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어촌 지역구 감소도 최소화하고, 인구 상한 초과로 분구를 해야 하는 도시 숫자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 하한선의 기준이 되는 특정 선거구를 어떤 지역구로 정할지를 놓고 ‘자의적 기준’이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정개특위에서는 물론 획정위 안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이해가 걸린 국회의원들의 입김에서 벗어나 법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하라고 획정위를 독립기구로 만들었는데, 그 취지를 잊고 획정위 스스로 게리맨더링을 하겠다는 얘기 아니냐”며 비판했다.
특히 일부 획정위원들은 이날 선관위가 획정위원들과의 상의 없이 획정위 이름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며, 선관위가 ‘정치적 외압’에 흔들려 일방적 행동을 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한 획정위원은 “분할금지 예외 확대 가능성 등을 논의하자는 것은 획정위원들 간에 전혀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라며 “(선관위 소속인) 김대년 위원장이 개인 의견을 획정위 전체 의견인 듯 인터뷰를 하고, 획정위 이름의 보도자료를 내놓은 데 대해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획정위는 지난 2일, 8시간에 이르는 ‘마라톤회의’를 했지만, 지역구 의석수를 결정하지 못했다. 현행 의석수(246석)를 유지하자는 데는 큰 틀에서 합의를 봤지만, 농어촌 의석수 감축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특히 당시 회의에선 새누리당 추천 획정위원이 지역구간 인구 편차를 2 대 1로 제한한 헌재 결정을 2.3 대 1 정도로 “탄력적으로 적용하자”고 제안했다가 ‘위헌’ 시비가 붙는 등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지역구가 가장 많이 증가하게 되는 경기도의 분구를 7개에서 5개 정도로 줄이고, 강원·경북 쪽 농어촌 지역구를 더 살리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지역구 인구수가 계속 변동되고 있음에도, 고정된 의원 정수에 맞춰 선거구를 획정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 매번 선거구를 획정할 때마다 ‘예외’등 변칙적 방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정애 기자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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