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동남아시아를 찾은 서양인 여행객들이 거리 구걸로 여행 비용을 충당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최근 방콕 시내 관광지인 짜뚜짝 공원에서 젖먹이 딸을 데리고 구걸을 하는 서양인 여성의 사진이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를 통해 확산했다.
러시아인으로 보이는 이 여성은 길가에 좌판을 펼치고 '어떤 가격이든 좋으니 사달라'며 딸의 사진을 팔았다. 그는 남편에게 버림받고 딸과 함께 귀국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구걸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 이 여성은 달아났다는 '남편'과 함께 태국 북부 유명 관광지인 치앙마이 시내에서 다시 구걸하다 목격됐다.
태국 현지에서는 이들 역시 여행 비용을 마련할 목적으로 구걸하는 '베그패커'(begpacking·구걸 여행자)에 불과했다면서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장거리 해외여행에 나설 형편이 되는 이들이 자신보다 가난한 현지인들을 속여 돈을 걷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들어 동남아에서는 이처럼 구걸 여행을 하는 서양인 관광객들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여행 자금을 보태 달라며 길거리 공연을 하거나 엽서 등을 파는 서양인 관광객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에는 싱가포르 당국이 한쪽 다리가 심하게 붓는 희소병을 지닌 30대 독일인 남성의 입국을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이 남성은 2014년 만리타향에서 걸인 신세가 된 것을 딱하게 여긴 방콕 시민들이 5만 바트(약 160만원) 상당의 성금과 독일행 항공편을 제공하자 그 자리에서 술값으로 탕진해 강제추방된 전력이 있다.
그는 이후에도 아픈 다리를 내세워 구걸하는 수법으로 태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각국을 돌며 수년간 호화여행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이민당국은 외국인의 구걸 행위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올해 중순부터 자국에 입국하는 서양인 관광객들이 1인당 1만 바트(약 33만원) 이상의 현금을 가졌는지 단속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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