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터키 쿠데타 진압 이후 에드로안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에르도안의 행보보다는 터키와의 협력관계를 구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일 행보를 우려했다. 테네오 인텔리전스의 울팡오 피콜리 전무는 블룸버그 통신에 “위험한 것은 러시아”라며 “미국이 구축한 모든 안보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쿠데타 진압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이 처음으로 찾은 국가가 다름아닌 러시아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쿠데타 이후 사태진압을 놓고 갈등하는 미국과 터키의 틈에서 에르도안 정권을 적극 지지했다.
쿠데타 이후 사형제 부활과 미국에 망명 중인 펫훌라흐 귈렌 송환 문제로 터키와 서방국가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이, 모스크바 소재 미국ㆍ캐나다연구소의 알렉산더 슈밀린 중동아시아 센터장은 러시아가 터키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푸틴의 전략은 터키와 나토 회원국 사이를 이간질해 이익을 취하는 것”이라며 “터키는 더 이상 나토 회원국으로서의 역할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9일 에르도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접견은 역내 러시아의 패권을 강화시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푸틴 대통령은 조지아와 우크라이나를 일부 차지하는 등 영토확장에 대한 야욕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병합한 데 이어 지난해 조지아의 남오세티야와의 합병절차에 들어갔다. 남오세티야 정부는 러시아에 귀속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할 뜻을 밝혔다. 최근 푸틴의 크림반도 합병을 지지하는 듯한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의 발언으로 미국의 향후 외교전선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시리아 내전에서도 미국은 러시아에 주도권을 뺏긴 상태다.뉴욕타임스(NYT)는 7일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과시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가 러시아의 군사적 지원에 힘입어 북서부 최대 도시이자 반군 점령 지역인 알레포를 포위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은 시리아 반군은 이들리브, 하마, 라타키아 등 시리아 북서부의 영토를점령하며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압박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내전에 개입하면서 시리아 정부는 반군이 미국 등의 지원을 받는 주요 경로인 터키와의 접경지역을 장악했다.
푸틴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손을 잡으면 중앙아시아에서의영향력도 강화할 수 있다. 터키는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투크르메니스탄의 주요 수출국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 터키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 212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고 있다. 때문에 러시아가 터키와의 관계정상화에 성공하면 구소련 국가들을 둘러싼 러시아의 입지가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접견하기 위해 방문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과거 러시아 제국의 수도였다. 러시아의 황제 차르는 흑해와 지중해에 비잔틴 제국을 건국하는 것을 목표로 오스만제국의 술탄과 100년이 넘는 전쟁을 벌였다. 러시아제국의 수도였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차르’를 열망하는 푸틴과 ‘술탄’이 되고자 하는 에르도안이 손을 잡았다. 미국 인터넷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를 두고 러시아가 “최종적인 승자”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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