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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7, 2016

철강산업 덮친 보호무역, 포스코 등 비상

한겨레]중 공급과잉에 각국 수입장벽 높여
미 상무부, 한국산 열연강판에 61%
중국산엔 522% 반덤핑 관세 부과

EU는 역외산에 고강도 감시제도
포스코·현대제철 등 대응책 부심
조선·자동차·전자 등에 영향 우려
세계 철강산업에 보호무역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의 과잉 공급으로 인한 저가 수출이 각국의 수입 장벽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반덤핑과 상계관세 부과 대상에는 국내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생산량의 절반을 수출해온 국내 철강업체들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일(현지시각)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최고 61%의 반덤핑·상계관세율을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미국 정부가 일본과 브라질 등 나머지 6개국 철강업체에도 곧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업체들은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미국에 열연강판 115만t을 수출했다. 금액으로는 7억달러 수준이다. 이 가운데 포스코 물량이 75%에 이른다. 포스코는 이번 판정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법적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며 “미국 수출 물량은 다른 나라로의 전환 판매 등의 방안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한국을 포함한 5개국 업체들의 냉연강판에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5월에는 중국산 냉연강판에 무려 522%의 반덤핑관세를 물렸다. 열연강판을 압축시켜 만드는 냉연강판은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에 쓰는 고급 철강재다.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곳은 미국만이 아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인도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 장벽을 쌓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최근 중국산 냉연강판에 22%, 러시아산 제품에 36%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유럽연합은 지난해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전기강판에 반덤핑 판정을 내렸다.
각국이 무역 장벽을 높이는 데는 세계적 생산 과잉과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정책 기조가 맞물려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값싼 중국산 철강이 쏟아졌고, 이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경향은 최근 정도가 더 심해졌다. 올해 유럽연합은 역외산 철강제품에 대한 강도 높은 수입감시제도를 도입했다.
과거 미국이 수입 철강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처를 취했을 때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1년 만에 30% 넘게 급감한 적이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6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최근 일부 선진국들도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각국의 수입 규제 움직임을 주시하며 현지 철강업계나 통상 당국과의 대화 채널을 강화해 사전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내 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지만, 각국이 무역 장벽을 두텁게 칠 경우 뚜렷한 타개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의 신보호주의 기저에는 세계적인 철강 과잉설비라는 수급 구조와 함께 가동률을 유지하려는 철강업체들의 이해가 깔려 있다”며 “철강재에 대한 신보호무역주의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에선 미국과 유럽연합의 수입 규제의 초점이 중국산 철강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관세 부과율이 낮은 한국산 제품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각국이 보호무역 기조를 계속 강화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로선 수출에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냉연강판과 열연강판을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해왔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전체 철강 수출에서 미국 비중은 13%로 많은 것은 아니지만 보호무역 기조가 다른 나라로 번지고 있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다. 그만큼 철강 산업의 위기는 조선, 자동차, 전자, 건설 등 다른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거센 장벽에 부닥친 값싼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으로 몰리는 것도 위협적인 요소다. 지난 6월 국내 철강 수입량은 중국산 수입 급증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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