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90%가 외국 물품, 물류대란 글로벌 이슈로 번져] - 월마트 등 피해 호소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목 앞둬 의류 등 수송 지연에 전전긍긍 "이러다간 시장점유율까지 폭락" 운임도 50%이상 급등 이중고 "하역비 낼테니 선박 억류안되게" 삼성전자 등 美 파산법원에 요청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투자회사 골드만삭스의 연례 '유통업 콘퍼런스'. 보통 유통업의 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지만, 올해만큼은 '한진해운 물류 대란'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블랙 프라이데이(11월 마지막 금요일에 진행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앞두고 한국·중국 등에서 들어올 의류·장난감 등의 수송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국 전자제품 생산 업체인 휼렛 패커드(HP) 관계자는 "한진해운 선박에 컨테이너 500개가 넘는 물건을 실었는데, 로스앤젤레스(LA) 항구 등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다가는 시장점유율마저 폭락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명품 업체인 '마이클 코어스'의 조 파슨스 사장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 해운 운임이 급등해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판매 이익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발(發) 물류 대란이 글로벌 이슈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한진해운이 처리한 460여만 TEU 가운데 한국 물품은 10.7%에 불과하다.
정부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 "한진해운 물량 중 한국 비중이 작아 국내 업체 피해는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뒤집어 말하면, 90%가 중국·미국·일본 등 외국 물품이라는 말이다. 하명신 부경대 교수는 "해운업은 특성상 수십개 국가의 수천개 기업이 관련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피해도 전 세계로 확산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홍콩 의류업체 '에스켈그룹'도 한진해운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애초 중국에서 생산한 의류 자재를 한진해운을 통해 홍콩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진해운 선박이 중국 항구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의류 자재도 발이 묶였다.
대체 선박을 수소문해 간신히 홍콩까지 실어 온 자재들을 긴급 수배한 트럭으로 생산 공장까지 실어 날랐다. 에스켈그룹의 켄트 테 부문장은 "생산 공정이 일주일이나 늦어졌다"며 "납기일에 맞춰 완제품을 미국·유럽까지 보내려면 비행기를 써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블랙 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성수기를 앞두고 제품 수송이 늦어지면서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더구나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 해운 운임마저 50% 이상 급등하면서 유통·제조업체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월마트와 JC페니 등 대형 유통업체가 회원인 미국 소매업지도자협회(RILA)는 최근 미국 상무부에 "물류 차질과 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나 다른 이해 관계자들과 함께 노력해 달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수많은 국가가 얽히면서 '물류 대란' 해결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농림부는 7일 "한진해운으로 인한 항만 운영 차질이 해소되는 데는 최소 2~3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커지면서, 화주들이 개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등은 미국 파산법원에 "한진해운이 내야 할 하역비를 직접 부담할 테니, 선박이 항구에 접안하더라도 억류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파산법원은 9일(현지 시각) 한진해운의 '파산보호신청'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심리를 진행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김진정 변호사는 "1986년 미국 해운사인 '유에스(U.S.) 라인' 파산 때는 최종 해결까지 3년이 걸렸다"며 "여러 나라의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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