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이 이번 주말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8일에 이어 9일 열린 대한항공 이사회가 ‘한진해운 600억원 지원’ 안건을 확정치 못하면서 한진해운 소속 선박 압류를 막기 위한 미국 내 절차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진그룹이 스스로 내놓은 ‘생색내기’ 지원조차 늦추는 통에 사태를 더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9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에 긴급자금 600억원을 지원하는 안건을 두고 논의했지만 또다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초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롱비치터미널 지분(54%)을 담보로 한진해운에 자금을 빌려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날 열린 이사회가 진통 끝에 하루 연기된 뒤 이틀 연속 결정이 나지 않았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10일 오전 회의를 속개하고 자금 지원 안건을 다시 논의키로 했다.
이사회의 결정이 지연되는 것은 그룹 손을 떠난 한진해운에 대한항공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내부의 반감 때문이다. 법원의 회생자금 지원 요청을 채권단과 정부가 거절한 상황에서 굳이 대한항공이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자칫 이사회의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터미널 매각에 시간이 걸리면 대출금 조기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자금 집행 지연이 미국 법원의 스테이 오더(압류금지명령) 최종 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법원은 지난 7일 스테이 오더를 잠정 승인하며 미국 내 채권자 보호를 위한 자금조달 계획을 한진해운이 제출하라고 덧붙였다. 기한은 9일 오전 10시(한국시간 9일 오후 11시)까지다. 법원은 자금조달 계획안을 받으면 추가 심리를 거쳐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다만 대한항공 이사회 연기 등으로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 제출이 늦어지면서 잠정 승인된 스테이 오더가 취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정부가 정한 거점항만 8곳 중 3곳이 롱비치·시애틀·뉴욕 등 미국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 내 입항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나머지 거점항만이 있는 독일이나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들도 한진해운 입항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미국 법원이 압류 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으면 물류대란이 급속히 악화될 전망이다. 한진해운 71개 컨테이너 노선 가운데 북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28%(20곳)로 가장 크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의 지원안 자체를 미국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며 “빠르게 집행해도 위험할 판에 지원이 계속 미뤄지면서 이번 주말 물류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다만 조양호 회장이 사재로 출연키로 한 400억원의 경우 오는 13일까지 집행하기로 이날 확정했다. 이는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충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식 1054만344주(17.81%)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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