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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May 6, 2018

中, 반도체 육성에 3천억위안 '돈폭탄'..고군분투하는 韓투톱

◆ 한국 위협하는 中반도체 ◆
중국 당국이 무려 5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반도체'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D램이나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는 물론 비메모리반도체 기술을 최단시간 내 확보해 한 해 2000억달러에 이르는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을 잡기 위한 목적이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가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실상 무제한의 투자자금을 보유한 중국 정부와 치킨게임을 벌여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만간 3000억위안(약 51조원)을 모집하는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펀드 조성에는 중국 국유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를 중심으로 다수의 중국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중국 정부가 조만간 새로운 펀드를 발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비공식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투자자 중에는 미국의 반도체 제조사들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 봉황망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새롭게 조성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에서 최소 1500억위안(약 25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절반을 민간 기업에서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는 2014년 9월 설립된 중국 국유펀드다. 당시 중국개발은행, 중국연초, 차이나모바일, 중국국전, 칭화유니그룹 등이 참여했다. 초기 자본은 987억2000만위안이었다. 지난해 1차 집행 규모는 818억위안으로 반도체 설계, 제조, 검측장비, 반도체 소재 등의 분야 67개 프로젝트에 대거 투자됐다. 당시 중국 대표 통신장비 업체 ZTE, 반도체 회사 SMIC 등 22개 기업이 수혜를 입었다.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는 현재 2차 투자에 돌입했는데 중국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에 조성할 50조원 펀드와 연계해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국 당국은 어느 때보다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 중국은 빠르게 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수요 때문에 매년 2000억달러에 달하는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수입 규모는 2601억달러로 전 세계 반도체 거래 물량(3780억달러)의 68.8%를 차지했다. 같은 해 중국의 반도체 부문 무역수지 적자폭은 1932억6000만달러였다.
높은 수입 의존도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 당국은 민간 기업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유수 반도체 기업들을 인수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미국이 중국의 첨단 기술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를 트집 잡으며 기술 업체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정책 지원을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반도체가 미래 먹거리이자 국가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는 점을 인지하면서 당국과 재계, 금융기관이 한 몸을 이뤄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당국에서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민간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통하는 나라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같은 모바일결제 분야가 세계 선두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민관 합작 결과다.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은 중국 국무원이 2015년 5월 발표한 '중국 제조 2025'와 깊은 연관이 있다. 중국 당국은 2025년까지 제조업 강국 대열에 진입하고, 2035년까지 제조 선진국과 어깨를 견주는 수준으로 제조 기술을 끌어올리며, 2050년까지 세계 제조업을 선도하는 국가로 올라선다는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향후 자국 반도체 경쟁력을 AI, 자율주행, 빅데이터, 차세대 통신 기술인 5G 등과 접목해 새로운 기술 시장을 조성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전 세계를 주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번 발표할 때마다 수십조 원의 거액을 쏟아내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반도체 업계는 상당한 부담과 위협을 느끼고 있다.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D램,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반도체 시제품을 선보인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자 업계 한 관계자는 "잘나가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0%대로 떨어지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며 "슈퍼사이클이 꺾이고, 중국 민관이 손잡고 자국 반도체 키우기에 나서면 중장기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AI 등 4차 산업혁명에서는 중국이 이미 한참 앞서고 있다"며 "우리가 시장 확대를 노리는 차세대 비메모리 분야에서 중국과 곧장 경쟁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형규 기자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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