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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March 3, 2018

美 관세폭탄에 '무역전쟁' 전운..韓 대응수위 '고심'

보복에 또 보복 맞대응 국제사회 우려 심화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세계 무역전쟁의 포성이 울렸다. 트럼프발 철강 관세폭탄에 세계 각국이 반발하며 보복무역을 경고하자 트럼프가 보복무역 성격의 호혜세 도입을 내세워 재반격에 나섰다.
국제사회가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하락하는 등 전 세계가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미 통상규제의 피해국 중 하나인 우리 정부도 어떤 대응 수위로 나설지 관심이다.
◇트럼프 '보복관세' 예고…정치적 기반강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10% 관세 부과 조치를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보복관세 성격의 상호호혜세(reciprocal tax)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상호호혜세는 자국 제품에 부과하는 세금만큼 외국산 제품에 수입세를 매기는 것을 말한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어떤 나라가 미국산 제품에 50%의 세금을 매기는데, 우리가 같은 제품에 0%의 관세를 매긴다면 이는 공정하지 않다"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에게 부과하는 것만큼 똑같이 부과할 수 있도록 나는 곧 호혜세를 시작할 것"이라며 "무역적자가 8000억달러(약 866조원)인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트위터 내용이 즉흥적이어서 백악관 내부 시스템마저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트럼프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호혜세 도입 여부와 상관없이 트럼프는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한판 무역전쟁을 치를 태세다. 그 포문은 이르면 이번주에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전격 승인하면서 열 전망이다.
◇주요 수출국 반발 확산…IMF·WTO 줄경고까지
대미 수출 규모가 큰 주요국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미국산 철강이나 농산물은 물론 미국을 상징하는 제품에 대해 비슷한 수준의 보복관세를 매기는 것을 검토 중이다.
오토바이 업체인 할리 데이비슨과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 버번 위스키 등이 거론된다. 이들 상품은 미국 유력 의원들의 지역구의 대표 상품들로 알려져 있어서 미 행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3일(현지시간)에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EU(유럽연합)가 미국 기업에 관세를 더 높이려고 한다면 우리도 그들의 자동차에 세금을 적용할 것"이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인 이상 EU가 또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중국도 미국 국채 매입 중단,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덤핑 조사와 벌금 부과 등의 보복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무역기구(WTO)도 무역전쟁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호베르토 아제베도 사무총장 논평을 통해 "미국이 가능성을 높인 무역전쟁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게리 라이스 대변인을 통해 "미국의 조치는 미국 외부뿐 아니라 미국 경제 자체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WTO와 IMF가 개별 회원국의 정책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낸 것은 이례적이어서 그만큼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심각함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내에서도 철강·알루미늄 고관세 부과가 곧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며 다른 나라들의 보복으로 무역질서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발 무역전쟁이 시작되자 각국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타격이 예상되는 철강업종과 자동차업종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정부, 강경대응 자제…최종 결정 후 대응수위 조정
우리로서는 당초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에 53%의 고율 관세를 선별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이 유력 검토됐으나 모든 국가에 25%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방안으로 바뀐 상황이어서 최악은 피했다.
하지만 우리 철강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1% 넘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철강업계 피해는 불가피하다.
정부는 강경 대응하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미국 정부의 최종 발표가 나올 때까지 대미(對美) 아웃리치(외부 접촉을 통한 설득작업)에 매진하는 등 '강대강' 대응은 피하고 있다.
일부에선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로 이미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인데다 앞으로 자동차와 반도체, 가전 등 수입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에서 강경 대응에 나선 다른 나라들과 공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한국이 아닌 전 세계를 겨냥한 상황에서 우리가 전면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상대적으로 전투력이 강한 유럽국가나 중국, 캐나다 등이 미국과 치르는 싸움을 지켜보면서 대응 수위를 조정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학계 한 인사는 4일 "큰 대미 흑자로 미국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로선 아직은 이 총성 없는 글로벌 무역전쟁에 전면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요국들의 향후 대응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위를 정하는 게 효과적이다"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최종 결정이 있기 전까지 정부는 미 주요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한 아웃리치 활동 등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채택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최종 결정에 따라 WTO 제소 등 대응 수위를 정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jep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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