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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March 22, 2018

현대차 근로자 1명당 6억 벌 때, 영국 복스홀은 24억 번다

영국차, 노동경쟁력 세계 1위 비결
파업 투표 때 정부가 선관위 역할
노조 집행부 지나친 선동 관행 막아
임협 땐 정부 지원 독립기구가 중재
노사 양측의 불합리한 요구 차단
매출 대비 인건비 영국 6% 한국 13%
고정비용 적어 R&D 투자 여력 커져

━ 위기의 한국 자동차 산업 <하>
영국의 자동차 제조사인 복스홀자동차의 엘즈미어포트 공장에서 조립 중인 아스트라. 복스홀자동차는 2개의 영국 공장에서 3000여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진 복스홀자동차]
영국 정부는 자동차 제조국의 노동 현황을 조사하면서 한국의 노동경쟁력이 크게 낮다는 평가를 내린 적이 있다. 이들의 평가에 따르면 노동경쟁력은 25개 자동차 제조국 중에서 영국은 1위, 한국은 24위였다. <중앙일보 2017년 12월 8일자 1면>
중앙일보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영국의 3개사(복스홀·재규어랜드로버·닛산영국법인)와 한국 3개사(현대차·기아차·한국GM)에 최근 5년치 실적을 요청했다. 확인 결과 모든 항목에서 한국 자동차 공장의 노동경쟁력은 영국에 상당히 뒤처졌다.
특히 한국의 인건비 비중이 컸다. 현대차 등 국내 3사의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2.8%다. 하지만 영국 공장(복스홀·닛산영국법인)의 경우 이 비율은 6.1%로 한국의 절반도 안 됐다. 1000만원짜리 차를 팔 때, 영국 기업이 인건비로 61만원을 쓴다면 한국 기업은 128만원을 투입한다는 뜻이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건비 비율이 높을수록 가격경쟁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인건비가 많이 들어갈수록 연구개발(R&D)비 등 미래차 기술 확보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감소한다는 점에서 인건비 비율이 높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근로자 1인당 매출액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1명의 근로자가 연간 6억4400만원 상당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가장 생산성이 높은 복스홀자동차(24억1000만원)와 비교하면 27%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차 근로자가 자동차 1대를 만들 때 복스홀자동차는 4대를 만든다는 뜻이다. 이 밖에 노동자 1인당 연평균 자동차 생산량 등 다른 노동생산성 지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영국이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린 배경엔 노사관계를 안정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제도가 자리한다. 시계추 중재(pendulum arbitration)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중재위원이 노사 양측 주장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권한을 부여한 중재 제도다.
임금인상률을 두고 노사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때 영국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독립기관인 자문조정중재위원회(ACAS)에 시계추 중재 권한이 주어진다. ACAS는 노사 양측에 각각 원하는 임금인상률과 그렇게 제시한 근거를 요구한다.
국가별 자동차산업 경쟁력
예컨대 노조가 5% 인상, 사측이 1% 인상을 요구했다고 가정하자. 이때 자문조정중재위원장은 양측 주장 중 딱 하나만 고를 수 있다. 적절히 3%를 인상하라고 결정할 수는 없다. 이는 노사 양측이 비이성적인 임금인상률을 요구하는 관행을 제거했다. 과도하게 높거나 낮은 인상률을 제시하면 중재위원장은 상대편의 주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밀균형(secret balance) 제도도 있다. 영국은 노조가 파업을 위한 무기명 찬반투표를 할 때 정부가 일종의 선거관리위원회 역할을 한다. 과거 노조에 선거를 맡겼을 때의 부작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 선동적인 노조 집행부가 당선되면 파업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 일부 공장은 파업 찬성을 유도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은근히 눈치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노동자들이 정말 파업을 원하는 상황인지 확인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직접 무기명 찬반투표를 주도한다. 최근 10년 동안 영국 24개 완성차 공장이 딱 한 차례만 파업했던 제도적 배경이다. 또 단일노조협정(single union agreement)이란 것도 노사 화합에 일조했다. 이는 1개 공장마다 하나의 노조(one single union)만 설립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협정이다.
공장조장책임제도(foreman system)도 벤치마킹할 만하다. 이 제도는 공장 생산라인의 현장감·조립반장에게 인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생산라인에서 불량품이 발생하거나 생산성이 하락하면 실수한 개인 근로자가 전적으로 책임졌다.
이에 비해 공장조장책임제도는 생산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조장이 원하는 근로자를 직접 뽑아 자신의 조에 배치하면 자신이 맡은 설비 생산성이 하락할 경우 책임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조장은 생산성을 끌어올리려고 조원들의 숙련도를 높이는 교육을 지속하게 된다.
35년 동안 자동차 산업을 컨설팅한 이언 헨리 오토어낼러시스 대표는 영국 노사 제도를 소개하면서 “네 가지 제도가 영국 자동차 산업에 안착하면서 노사관계를 혁신하고, 한때 하락했던 노동생산성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햄스테드(영국)=문희철 기자, 서울=김도년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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