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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y 12, 2017

중소기업 명퇴한 30대→월급 540 스위스 기업 '월세가 무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스위스'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장인의 삶

스위스 2년차 직장인 석현태씨
오스트리아에서 저비용 유학
한국 중소기업에서 스위스 알짜기업으로 이직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꼽힌다. 미국 언론매체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US News and world report)가 3월 발표한 ‘최고의 나라’(Best Countries)’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23위를 기록했다. 

스위스의 법정 최대 근무 시간은 45시간(은행 등 금융업 종사자는 50시간). 건설업을 제외하고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 기준이 없다. 스위스의 최저임금은 한국의 2배가 넘는 1만4000원이다. 연간 노동시간은 1590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룩셈부르크(1507시간), 벨기에(1541시간) 다음으로 짧다. 한국(2113시간)보다 523시간 짧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일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스위스 연방 통계청 조사를 보자. 2014년 기준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20%가 외국인이다. 스위스 정밀 부품 제조기업 에텔(ETEL S.A)에서 근무하는 석현태(33)씨는 스위스에서 일하는 토종 한국인. 한국의 중소기업을 다니다 꿈을 찾아 스위스에서 취업에 성공했다. 

세계 도시·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를 보면 세금과 연금, 보험료를 뗀 스위스 근로자의 평균 월수입이 4800스위스 프랑(540만원) 정도다. 석씨도 그 정도를 번다. 스위스에서 취업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 석현태씨 제공

스위스 근로 문화① 일과 가정의 분리

에텔은 직원수 400명이 연 매출 3300만 달러(약 373억원)를 내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스위스 서부 뉴사텔에 본사가 있다. 석씨는 지난해 4월부터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Application Engineer)로 일하고 있다. 고객사에 제품을 설명하는 기술영업직 담당자를 교육한다. 

“보통 오전 6~7시 사이에 출근해 오후 4시 반에 퇴근합니다. 점심시간은 근로시간에 넣지 않아요. 주 40시간만 채우면 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지만 대부분 오전 9시까지는 나옵니다. 회사 규정상 오후 8시에 모든 출입구를 잠그기 때문에 반드시 그 전에 퇴근해야 합니다. 재택근무도 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면 상사에게 말한 후 여유있게 출근할 수 있다. 사정에 따라 주 36시간, 24시간 등으로 유연근무제도 할 수 있다. 급여가 줄어들긴 하지만 아이가 있는 직원은 꼭 필요한 제도다. 야근이나 주말 근무는 하지 않는다. 대신 업무 시간에 최대한 집중해 일한다. 
스위스 뉴샤텔에 에텔(ETEL S.A.) 본사가 있다.
출처 : 에텔 공식홈페이지
“사적인 전화나 문자를 받지 않고 업무에 집중합니다. 회식도 1년에 한 두 번 할까 말까입니다.” 

스위스는 일과 개인의 삶을 철저히 분리한다. 가정을 배려하는 문화가 강하다. ‘근무 시간 외 카톡’은 생각할 수 없다. “밤 9시 이후로는 굉장히 조용합니다. 각자 가정에서 하루를 마무리 하죠. 휴일에는 못질을 해도 안됩니다. 이웃들이 소음을 좋아하지 않아요. 샤워를 하거나 변기물 내리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쿵쾅 거리는 것, 세탁기 돌리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연간 4주 간 유급휴가를 보장 받는다. 이 가운데 2주는 반드시 연속으로 사용해야 한다. 덕분에 장기 여행 여행 계획을 짜기 쉽다. 
출처 : 석현태씨 제공

스위스 근로 문화② 주변국보다 연봉과 물가 높아·

주마다 다른 문화

실제로 그는 생활비 등으로 얼마를 지출하고 있을까. 스위스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같은 주변국에 비해 연봉이 높지만 물가도 높다. 스위스의 빅맥지수는 6.35(2017년 기준)로 56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빅맥 햄버거 1개당 가격이 6.35달러(7193원)다. 일반 음식점에서 한끼를 해결하려면 1인당 3만~4만원이 든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값싼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데 석씨도 마찬가지다. 유제품 같은 기본 식재료는 그나마 저렴한 편이지만 석씨는 “주변국에 비해 거의 모든게 2~3배 비싸다”고 했다.

석씨는 베른 주에서 살고 있다. 기차로 회사까지 출근하는데 1시간이 걸린다. 한번 타는데 20스위스프랑(2만2600원)을 써야 할 정도로 교통비가 비싸다. 석씨는 1년 정기권(440만원)을 사서 쓴다. 

그는 월급에서 월세와 공과금, 생활비로 2000프랑(약 220만원)을 지출한다. 5평 정도의 작은 원룸에 산다. 집 월세로 돈이 가장 많이 나가는데 900스위스 프랑(102만원)정도를 쓴다. 여행과 레저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는 저축하고 있다. 월 300만원 가까이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중이다. 석씨는 “월 지출이 많아 보여도 스위스에서는 평균치 정도"라고 말했다. 

"스위스 사람들은 연금을 적극 이용해요. 다만 연금을 은퇴 이전에 중도 인출할 수 있는 경우는 집을 살 때 보태거나 스위스를 완전히 떠날 때 입니다.” 

또 스위스에 취업한 외국인은 1년간 거주하는 주, 직업, 근무처를 바꿀 수 없다. “스위스에서 이사를 하려면 국가에서 국가를 이동하는 수준으로 절차가 복잡합니다. 한국은 전입신고를 하면 끝나는데 스위스에서 이사를 가려면 원래 살던 주의 관공서에 신청을 해야 합니다.” 
출처 : 석현태씨 제공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해외 취업 도전해라” 

그는 2010년 인천대 멀티미디어시스템학부를  졸업했다. 2011년 오스트리아에 있는 테히니쿰 빈 대학(UAS Technikum Wien)으로 유학해 임베디드 시스템(Embedded Systems) 석사를 받았다. 2년 걸렸다. 학비는 싼 편이었다. 당시 한 학기 수업료는 300유로(약 40만원). 1년 생활비가 1000만원도 들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비해 대학교에 진학하는 청년들이 적어요. 졸업하기가 어렵죠. 또 이공계를 기피하고 있습니다. 이공계 학생 중에 유학 비용이 부담된다면 오스트리아나 독일같은 나라를 알아보면 좋습니다. 이공계 용어 가운데 영어뿐만 아니라 독일어가 많아요. 유럽 쪽이 공대가 발달되기도 했구요. 오스트리아에서 유학을 하면 영어와 독일어 공부도 덩달아 할 수 있어요.” 

2013년 귀국 후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 반도체 중소기업 연구부서에서 2년 6개월 동안 일했다. 2015년 명예퇴직을 받는 기간에 자진 신청해 퇴사했다. 이때 과감히 해외로 이직을 결정했다. 야근이 당연한 근로 문화, 상사와 소통하지 않는 수직적인 문화가 몸에 맞지 않았다.

“대기업에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한번은 결혼식에서 점심도 안 먹고 일하러 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라면 행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할 때 보람을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한데 휴식도 없이 일한다면 보람을 느낄 새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석씨는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 유럽에서 수요가 높은 직무였다. 유학한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근처 국가 기업에서 채용공고를 봤고 지금의 회사를 찾았다. 전화 인터뷰 2번, 현지 상사가 한국으로 출장을 왔을 때 1번 면접을 봤다. 제품 기술을 교육하는 직무를 지원했기 때문에 PPT로 반도체·정밀 부품 기술을 설명하는 시연을 했다. 석씨는 영어로 회사에서 소통한다.

“채용공고를 보면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드러납니다. 대체적으로 3가지를 꼭 어필해야 합니다. 구직자에게 요구하는 조건, 회사가 생각하기에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이것도 있으면 좋겠다’는 부분, 회사가 구직자에게 앞으로 기대하는 바입니다. 

지금 역량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 채워 나가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어야 합니다. 스위스는 지역에 따라 독일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언어를 쓰지만 영어가 기본 공용어입니다. 영어만 쓸 줄 알면 취업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기업이 외국인을 채용하는 목적은 확실하다. 현지인이 취업하지 않으려는 인력 부족 직군에서 외국인을 필요로 한다. 주로 이공계 분야 수요가 높지만 석씨는 "인문계도 노려볼 만 하다"고 했다. 

“스위스는 금융과 보험 산업이 강해 문과생이 취업할 분야도 많습니다. 중립국이라 많은 국제 기관이 자리하고 있어서 국제 분야를 전공한 학생이 갈만한 일자리도 많은 편입니다. 한국에서 자신의 전문성과 역량이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된다면 해외 취업, 이직에 도전해보세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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