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새 옷이 좋고 사람은 옛사람이 좋다’는 말이 있다. 오래 보아 정들고 믿음이 쌓여 함께 집까지 지을 수 있었던, 세 친구의 이웃 된 이야기를 들어본다.
세 쌍의 부부가 같이 집을 지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죽마고우였고, 함께 방방곡곡 구석구석 여행다니길 좋아했다. 어느 날 돌이 유명하다는 강가로 나들이를 나왔다. 경치에 매료된 세 부부는 퇴직 후 이런 곳에 모여 같이 집을 짓고 살자고 호기로운 말을 나눴다. 그 날 저녁 근처의 한 음식점에서 아주 우연히 강가 토지가 매물로 나왔다는 말을 듣게 됐다. 땅이 임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계약은 당장 이루어졌다. 정년까지 십여 년간 세 친구 내외는 틈틈이 땅을 관리하며 그곳에 지을 집을 상상했고 구상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 대지면적 : 2099.00㎡(634.94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 건축면적 : 418.26㎡(126.52평)
연면적 : 418.26㎡(126.52평), 각 주택 - 99.89㎡(30.21평), 공동시설 - 99.51㎡(30.10평)
건폐율 : 19.93% / 용적률 : 19.93%
주차대수 : 3대 / 최고높이 : 6.15m
공법 : 기초-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
구조재 : 벽 / 지붕 – 철근콘크리트 / 지붕마감재 : 컬러강판
단열재 : 벽체 - 비드법보온판 2종1호, 기초 및 지붕 - 압출법보온판 1호
외벽마감재 : 벽돌
창호재 : 이건 42㎜ 알루미늄 창호 3중 유리 / 에너지원 : LPG 보일러, 벽난로
시공 : 국일산업개발
설계 : 디자인밴드요앞 건축사사무소
총공사비 : 9억4천5백만원(토목 및 인테리어 포함)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내양리 마을 끝자락에 자리 잡은 대지는 탁 트인 하늘 아래서 남한강을 바로 내려다보고 있다. 내양리로 진입하는 도로의 언덕을 넘으면 너른 농지를 배경으로 작은 마을같이 옹기종기 서 있는 네 채의 건물이 보인다. 세 부부가 함께하는 귀촌 생활을 꿈꾸며 완성한 ‘청풍래고인’이다.
이곳은 건축주와 건축가 간의 지난한 소통 끝에, 능서면의 지형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강 건너 겹겹이 펼쳐지는 산맥에 겸손히 어우러지는 외관이 만들어졌다. 구조가 정형성에서 벗어난 탓에 도드라져 보일 수 있기에 주변 환경을 가장 관용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색상인 황토색 벽돌을 택했다. 덕분에 건물은 눈에 띄면서도 튀지는 않는다.
청풍래고인은 세 부부가 각각 노년을 담아낼 주택 세 채와 여가 및 손님맞이를 위한 공동시설 건물 한 채로 이루어져 있다. 노년을 지낼 집이기에 모두 크지 않은 단층집을 원했다. 단층집이지만 기초를 50㎝가량 지면에서 띄워 올려 더 나은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세 부부가 함께 살아갈 곳이기에 공유될 삶 속에서 각 집이 가질 부분을 지키는 것도 중요했다. 주택 정면에는 널찍한 테라스를 두어 외부에서 내부가 빤히 보이지 않도록 공간 영역을 나누었다. 사적인 외부 공간 확보를 위해 침실과 접한 뒤뜰과 다락을 통해 연결되는 옥상 테라스를 구성해주었다.
남한강을 향한 건물의 북측 면에는 거실과 주방, 식사 공간을 배치하였고, 사적인 침실 공간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논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안쪽에 놓았다. 층고가 높은 거실 천장에는 남향 빛을 들이기 위해 둥근 채광창이 마련되었다. 이는 크지 않은 집 안에서 다양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신한 실크벽지 / 바닥재 : 구정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벽 - 모자이크 타일, 바닥 - 포세린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대림
주방 가구 : 주문 제작 / 계단재 : 오크 집성목
현관문 : 코렐 / 방문 : 영림도어
붙박이장 : 제작
1세대 귀촌 인구 중 대다수가 여러 어려움을 겪다 귀경한 사례를 흔히 들어왔던 건축주와 건축가는, 건축적으로 이 문제에 대응할 방안을 고민하였다. 결론적으로 내부 공간이 불필요하게 크면 안 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각 채는 최소한의 공간을 집약적으로 갖추고 있다. 단독주택이면서도 동선의 경제성을 최대한 살렸다. ‘보여주기’보다는 ‘살아가기’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그 대신 다 같이 생활하고 즐길 수 있는 공동 공간을 두어 하루의 많은 시간 함께 지낼 수 있게 계획하였다.
공동시설은 전체가 오픈된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하고, 남한강을 바라보는 면에는 높은 창을 두어 강의 경치가 공간을 채우며 주택과는 또 다른 공간감을 준다.
모든 건물의 평면 구성과 외관 마감재는 통일하자고 다짐했었다. 세 부부 모두 집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펼치면서도 중요한 지점에서는 한 발짝씩 물러서 그 약속을 지켜냈다.
건축물의 완성도와 비용 발생으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초반부터 건축주들 사이에 정해놓은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건축가에게 행운이기도 하면서 과제이기도 했다. 통일성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고 더군다나 건물을 똑같은 모양으로 세우면 오히려 조화로움이 깨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 있었다.
건축주들의 약속이 향한 방향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조형적 제스처를 통해 각 건물의 외관에 변주를 주었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농촌의 전경에 녹아들고 백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남한강과 그 너머 산맥들의 경치를 바라본다. 청풍래고인은 언제나 그 자리에 같은 듯 다르게, 다른 듯 같게 서 있을 것이다. <글_디자인밴드요앞 건축사사무소>
건축가_ 디자인밴드요앞 건축사사무소(designband YOAP)
취재_ 김연정 | 사진_ 류인근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12월호 / Vol.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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