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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November 29, 2016

악재 연속 '자라'..촛불폄훼 불매 번지고 미국선 죽은 쥐 망신

논란 더 키운 "학생은 공부" 해명.."이완용 경고문과 유사"
이봉진 자라리테일코리아 사장이 1일 CJ대한통운 지식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2016.4.4.© News1
이봉진 자라리테일코리아 사장의 사과문 전문© News1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여러분이 시위에 나가 있을 때 참여 안 한 4900만명은 뭔가를 하고 있어요. 여러분의 미래는 여러분이 책임져야 합니다."(이봉진 자라리테일코리아 사장)
국내 시장에서 유독 맥을 못 추던 SPA브랜드 자라가 이봉진 지사장의 '촛불집회 폄훼 논란'이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까지 만나 흔들리고 있다.
가격과 품질 모두 유니클로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데 이어 정치적 발언 논란에 휩싸여 '불매 직격탄'까지 맞게 됐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죽은 쥐의 다리가 자라 원피스 솔기 속에서 발견되는 '해외토픽'으로 전파되면서 전 세계적 망신도 당하고 있다.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 즉각 해명 나섰지만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봉진 자라리테일코리아 사장이 한 대학교 특강에서 촛불집회와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가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같은 문제의 발언을 외부에 알리며 "참여자들은 우리 미래를 바꾸기 위해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사장은 논란이 일자 긴 분량의 사과문을 내고 해명했다. 그는 "지금의 정치 상황이 매우 부당하고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라고 생각한다"면서 "집회 참여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어진 "각자 자기 위치에서 직장인은 일에, 기업은 사업에, 그리고 학생은 공부에 최선을 다해 줘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문장은 오히려 누리꾼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들은 이완용의 3.1운동 경고문 중 "시위는 힘없는 자들이 하는 것이므로 공부를 해서 힘을 키워라" "아무리 시위해도 소용없다" 등의 내용과 이 사장의 발언이 흡사하다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쇼핑정보 카페에서 한 누리꾼은 "해명글이 더 어처구니없다"면서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의 경고문과 딱 맞아떨어져 소름이 돋는다. 자라 사장도 우리를 '개돼지'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적었다.
© News1
◇민감한 시기에 200만 촛불집회 폄훼…타격 불가피
한 블로거는 '이제부터 자라 불매운동 시작'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높으신 분들이 요즘 분위기를 파악 못해 불매운동을 해달라고 용을 쓰고 있다"면서 "강연하러 다니지 마시고 그냥 '자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각 포털 사이트에서 '자라 불매'를 검색하면 '불매운동' 관련 카페와 블로거 포스팅이 셀 수 없이 올라 있다.
기사 댓글에도 "이완용과 같은 생각이라니 소름" "자라 본사는 저 발언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얼마나 타격받았는지 알까" "천호식품에 이어 자라도 불매" 등의 비난글이 수백개에서 수천개씩 달렸다.
심지어 자라 브랜드를 전개하는 스페인 인디텍스그룹 본사에 항의 메일을 보내는 등 불매운동 의사를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자라코리아 측은 "이 사장은 이번 일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신 분들에게 사과를 전하고 있다"며 "특정 선택을 비난하고자 했던 의도가 아니며 대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학생들을 격려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 불매운동에 대한 입장과 대응에 대해서는 "아무런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 News1
자라는 미국에서도 옷에서 죽은 쥐가 발견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망가지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에 사는 케일리 피셀(24)은 자라 매장에서 구매한 원피스 솔기 속에서 죽은 쥐가 나오자 자라를 주의의무 위반혐의로 고소했다. 40달러(약 4만6000원) 상당의 검은색 원피스를 어깨 쪽 솔기에서 6㎝ 크기의 죽은 쥐가 발견된 것,
피셀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솔기 사이로 나온 작은 발을 봤을 때 정말 소름 돋았다"면서 "너무 무서워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피셀 변호사 측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몸에 발진도 생겼다고 주장하며 자라를 압박하고 있다.
◇'유니클로'에 경쟁 밀린 '자라'…"안 그래도 힘들텐데"
패션업계에서는 자라가 브랜드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대형 악재를 연속으로 맞은 만큼 실질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수 SPA브랜드들이 저렴한 가격과 빠른 출점 전략으로 승승장구해 패션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지만 자라는 유니클로에 밀리고 토종 SPA브랜드들에 치여 성장이 더딘 상태다.
유니클로는 지난해(회계연도 2014년 9월~2015년 8월) 기준 전년 대비 25% 증가한 1조1169억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자라리테일코리아는 지난해 2905억원에 그쳤다.
또한 자라는 2012년 106억원, 2013년 118억원으로 100억원 대 영업익을 올리다 2014년 80억원 적자를 냈고 지난해 다시 흑자전환하는 등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자라는 급성장 중인 토종 SPA 브랜드 데이즈에도 밀려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데이즈는 2014년 35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엔 450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불황의 장기화로 의류를 구매할 때 '가성비(가격대비 만족감)'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접근성이 높은 대형마트 내 의류브랜드가 고성장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라는 유니클로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난 이후 강점이던 디자인 측면서도 좋은 평가를 못받고 있다"며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 사장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져 적지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사장의 발언 관련해서는 대체로 말을 아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SPA브랜드들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자라는 디자인과 가격 등 모든 면에서 차별화가 되지 않고 있다"며 "시기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휘말린 만큼 영향이 없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사장은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81학번으로 1986년(SK 네트웍스)에 공채로 입사했다. 이후 1996년 한국까르푸에서 11년 동안 근무해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2007년 자라코리아로 자리를 옮겨 사장직을 맡고 있다.
스페인 인디텍스그룹과 롯데쇼핑은 2007년 합작법인 자라리테일코리아(인디텍스 80%·롯데 20%)를 설립했다. 현재 국내에 40여개 매장이 있다.

Thursday, November 10, 2016

트럼프 "아이폰 공장 美로 옮겨라" 압박.. 애플의 딜레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애플의 향후 행보에 IT(정보기술)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월부터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애플이 아이폰과 컴퓨터를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하겠다"고 애플을 압박해 왔다. 이에 더해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 수입품에 최고 45% 관세를 물리겠다고 수차례 엄포를 놓기도 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애플이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면 임금과 부품 비용 상승으로 아이폰의 가격 경쟁력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애플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세금 문제에서 '당근'을 제시할 경우 애플이 전향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으로 옮기면 아이폰 가격 최소 30~40달러 상승"
애플은 현재 대만의 폭스콘·페가트론에 아이폰 조립을 위탁해 중국 6곳, 브라질 1곳 등 7개 해외 공장에서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은 IHS에 따르면 판매 가격인 749달러(86만원)인 아이폰 6S의 부품 가격은 약 230달러로 추산되고, 조립 비용은 4~10달러 수준이다.
미국으로 공장을 옮길 경우 우선 비싼 임금이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의 IT 전문매체 시넷에 따르면 폭스콘 중국 공장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약 400달러(약 46만원)로 추정된다. 하지만 미국에선 주(州)별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더라도 최소 2배, 많게는 3배가 더 든다. 부품 공급 비용도 대폭 오른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올해 기준 애플의 협력업체는 28개국 766개 업체에 달한다. 중국(346개, 전체 45%), 일본(126개·16%)과 대만(41개·5%) 등 대부분이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미국 기업은 9%(69개)에 불과하다.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면 아시아 지역에서 만든 상당수 부품을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옮겨야 하는 것이다.
미국 시러큐스대 제이슨 데드릭 교수는 "임금 상승과 부품 운반 비용만 고려하더라도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면 대당 가격이 30~40달러는 상승할 것"이라며 "여기에 부품까지 아시아가 아닌 미국에서 생산해야 할 상황이 오면 아이폰 생산 비용은 100달러 이상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초기에도 애플은 아이폰 생산 공장의 미국 이전 압박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에게 "왜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잡스는 이에 대해 "단지 임금이 싸기 때문이 아니다. 중국에는 숙련된 노동자가 많고, 중국 기업은 미국 기업보다 시장 상황에 따른 생산량 조절에도 훨씬 유연하다"고 반박했었다.
애플 입장에선 중국 공장 철수로 비치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애플은 세계 최대 규모 시장인 중국에서 5위권으로 밀려나자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올해에만 세 번씩 중국을 공식 방문해 베이징과 선전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겠다고 약속하며 중국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밀려 생산 공장을 옮길 경우 중국 시장 자체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서강대 정옥현 교수(전자공학)는 "애플이 폭스콘을 통해 미국에 공장을 추가로 설립하거나 브라질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타협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근과 채찍 든 트럼프, 애플 압박할까
애플은 현재까지 공장 이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세금이나 관세 문제를 당근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인세 감면을 통해 애플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플은 해외에 쌓아놓은 역외 자금 2000억달러(229조7000억원)를 미국 내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애플의 고민은 역외 자금을 들여오면 미국 연방정부에만 35% 법인세를 내야 한다는 것. 트럼프 당선인은 이 같은 미국 기업들의 우려를 감안한 듯 지난 9월 "미국 기업이 역외 자금을 가지고 오면 법인세를 35%에서 10%로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세금 감면 혜택이 현실화된다면 애플의 미국 내 공장 설립도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증권 김동원 기업분석부장은 "세금 감면 혜택을 얻을 수 있다면 애플이 미국에 추가로 생산 공장을 설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트럼프 정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휴대전화나 가전제품 공장을 미국 현지에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Sunday, October 23, 2016

한국 '빅2' 흔들리는데..중국 스마트폰·車 세계로 나간다 자국 시장 포화..싸구려 이미지 떨치고 미국·유럽 시장 노려

한국 '빅2' 흔들리는데..중국 스마트폰·車 세계로 나간다

자국 시장 포화..싸구려 이미지 떨치고 미국·유럽 시장 노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 7을 단종하고 현대자동차는 올해 18년 만에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한국의 '빅 2' 기업이 위기에 처했지만, 중국의 스마트폰과 자동차 회사들은 글로벌 시장을 넘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린 데 이어 높아진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앞다퉈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이미 신흥시장에서 한국 등 라이벌의 점유율을 상당히 잠식하고 있으며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벗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성공하려 애쓰고 있다.
러에코가 1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한 스마트론 러프로3(AP=연합뉴스)
러에코가 1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한 스마트론 러프로3(AP=연합뉴스)
스마트폰과 자동차 외에도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이나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까지 해외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 화웨이 고가폰 유럽서 판매 급증…중국 공세에 삼성 인도 점유율 4%p 줄어
중국 스마트폰은 애플이나 삼성전자를 베낀 싸구려라는 인식도 옛말이 됐다.
화웨이를 비롯해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들은 고급화 전략으로 애플과 삼성이 양분했던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통신장비 제조업체로 시작해 중국 1위이자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가 된 화웨이는 올해 스마트폰 출고량이 지난 14일에 이미 1억대를 넘었다. 1억대 고지에 처음 올랐던 지난해보다 2개월 빠른 속도다.
화웨이는 고가와 중가 모델 판매가 각각 100%와 30% 증가한 덕분이라고 밝혔다. 이와 대조적으로 저가폰은 성장세가 가장 낮았다.
자사 제품 가운데 고가로 분류되는 3천∼4천 위안(약 50만∼67만원)짜리가 30%를 차지한다는 것이 화웨이의 설명이다. 화웨이는 라이카의 듀얼카메라를 탑재한 플래그십 모델 P9과 P9플러스가 4월 출시 이후 800만대 넘게 팔렸다고 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화웨이는 오포, 비보와 함께 애플과 삼성의 전유물이었던 500달러 이상의 고가 시장에서 40%를 점하고 있다. 이들 3개 중국 업체의 평균 판매 가격은 300달러를 넘어섰다.
화웨이는 올해 들어 저가 이미지를 벗기 위해 삼성 광고에서 아이언맨으로 나왔던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를 홍보대사로 데려오고 할리우드 배우 스칼릿 조핸슨을 모델로 기용하는 등 스타 마케팅도 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허강 화웨이 스마트폰 부문장은 1억대 돌파를 발표하면서 화웨이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한 서유럽과 북유럽 시장의 성장세가 가장 빠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유럽과 북유럽의 여러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50∼100% 늘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의 추산에 따르면 화웨이는 2분기 유럽에서 스마트폰 500만대를 판매해 1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작년 동기에는 7%였다.
화웨이는 지난해보다 40% 많은 1억4천만대 목표도 올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인도에서도 이달부터 스마트폰을 생산한다. 인도 공장의 생산 능력을 연말까지 연간 30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화웨이는 갤럭시노트 7 글로벌 리콜 사태로 가장 큰 어부지리를 얻을 업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화웨이는 다음달 3일 독일 뮌헨에서 이벤트를 열 예정인데 갤럭시노트 7과 비슷한 대화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삼성의 고위임원을 빼가기도 했다.
이 회사는 2020년까지 삼성과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연구개발에 막대한 돈을 퍼붓고 있다.
지난해 화웨이의 연구개발 지출은 전년보다 46% 증가한 92억 달러(약 11조원)로 애플을 능가한다. 화웨이는 독일, 스웨덴,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인도, 중국, 일본 등지에 16개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화웨이는 아직 미국에서는 제대로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 러에코(LeEco)는 지난 19일 미국에서 애플과 삼성 등을 거론하며 자신만만하게 도전장을 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인도에 진출한데 이어 미국에서는 11월부터 자사의 온라인 장터를 통해 스마트폰을 판다.
러에코의 스마트폰 러프로3은 가격이 400달러로 650달러짜리 구글 픽셀폰보다 싸다. 이 회사는 85인치 4K TV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5천달러에 함께 내놨다.
자웨팅 러에코 최고경영자는 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출시행사에서 "미국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미국 이용자의 마음을 사면 세계로 뻗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러에코는 2014년 중국에서 비디오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들어 '중국의 넷플릭스'로 불린다. 이후 TV와 스마트폰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러에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마트폰 업체로 꼽힌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지난 18일 러에코가 올해 2천500만대를 출하해 세계 11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390만대에서 500% 넘게 성장하는 것이다.
가격경쟁력이 있는 하드웨어와 유통망 강화, 미디어 콘텐츠까지 포함하는 생태계 덕분이라고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분석했다.
중국 업체들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로 마지막 남은 거대 시장이라 불리는 인도에서 특히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인도 시장 1위인 삼성의 올해 3분기 점유율은 21.6%로 전 분기의 25.6%에서 급락했다. 이는 중국 업체의 부상 때문으로 분석됐다.
1위 삼성과 함께 2위인 인도 마이크로맥스도 점유율이 줄었지만, 레노버와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의 몫은 커졌다. 중국 업체는 32%의 점유율을 차지해 전분기의 27%보다 5% 포인트 늘었다.
2분기에 글로벌 스마트폰 톱 5 업체로 부상했던 오포와 비보는 인도에서 오프라인 유통망 강화에 힘입어 10위권에 진입했다.
20일 베를린에서 공개된 지리 링크 브랜드의 '01' 차량(AFP=연합뉴스)
20일 베를린에서 공개된 지리 링크 브랜드의 '01' 차량(AFP=연합뉴스)
◇ 지리車 시작으로 유럽·미국 진출 이어질 듯…비야디는 유럽에 버스공장
중국의 지리(Geely·吉利)자동차는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행사를 열어 유럽과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스웨덴 자동차 제작사 볼보를 소유한 지리는 새 브랜드 링크(Lynk)를 출범하고 '01'이라는 커넥티드카를 공개했다.
중국 자동차 회사가 유럽의 기술과 디자인으로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려는 첫 시도 가운데 하나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지리는 2010년 미국 포드자동차로부터 볼보를 인수해 빠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중국 시장의 둔화 속에 이번 지리의 발표를 계기로 다른 중국 업체들도 해외 진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리의 디자인은 1990년대 볼보와 2000년대 재규어, 애스턴 마틴, 포드 등을 디자인한 영국인 피터 혼베리가 총괄하고 있다.
링크의 차량은 볼보와 지리가 함께 개발하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콤팩트 SUV인 '01'은 내년에 중국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미국과 유럽에 출시된다.
링크 브랜드는 지리자동차보다는 비싸지만 프리미엄 차량인 볼보보다는 싼 중간 가격으로 유럽에서 폴크스바겐을 노릴 전망이다. 그보다 앞서 중국에서는 외국 합작회사들의 차량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링크는 앞으로 5년간 5개 차종을 내놓을 예정이며 2021년 판매 목표는 50만대다.
유럽풍 디자인을 내세운 링크의 '01'은 볼보의 본거지인 스웨덴에 있는 지리의 연구개발 센터에서 설계됐으며 중국에서 생산된다.
지리는 링크 브랜드 차량을 온라인으로 판매해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전통적인 딜러 네트워크나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젊은층을 공략할 예정이다.
링크의 알라인 비세르 수석부사장은 "우리의 첫 바퀴 위 스마트폰"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사 차량이 인터넷으로 연결할 수 있으며 공유 버튼이 있어 스마트폰 앱으로 다른 사람에게 차를 빌려주고 돈을 벌 수도 있다면서 숙박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에 비유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자국에서는 디자인과 품질에서 해외 브랜드를 위협하지만 아직 외국에서는 인지도가 떨어진다.
랜드윈드, 브릴리언스(화천), 코로스(Qoros) 같은 브랜드가 유럽에 잠깐 나타났다 금세 사라졌었다. 품질에 문제가 있었고 특히 유럽의 엄격한 안전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랜드로버로부터 레인지로버 이보크 차량의 디자인을 베꼈다고 소송당한 장링자동차(JMC)의 랜드윈드 브랜드는 과거 유럽 진출을 시도했지만 독일에서 모든 충돌테스트 항목을 통과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지리자동차보다 하루 앞서 미국에서 자율주행 전기차인 콘셉트카 'LeSEE Pro'를 공개한 러에코도 주목받고 있다.
자율주행 모드에서 스티어링휠이 안쪽으로 들어가 운전자에게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하는 기능으로 눈길을 끌었다.
러에코는 스마트폰이나 TV 같은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자동차 메이커가 되겠다는 야망이 있다.
러에코는 지난달 전기차 개발을 위한 첫 펀딩에서 10억8천만 달러(약 1조2천억원)를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120억 위안(2조원)을 들여 중국 동부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해 향후 연간 4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러에코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가 있는 전기차 스타트업 패러데이 퓨처의 주요 투자자이기도 하다. 자웨팅 러에코 CEO는 내년에 가전전시회 CES에서 패러데이 퓨처 차량과 관련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1위의 전기차 업체인 BYD(비야디)는 2천만 유로를 투자해 헝가리에 전기버스 공장을 세워 내년 1분기부터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이달 발표했다. 이 회사가 유럽에 공장을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BYD는 미국 캘리포니아 랭카스터에 있는 전기차 공장의 생산능력을 3년 안에 3배로 늘리겠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배터리 업체로 출발한 BYD는 억만장자 투자자 워런 버핏이 투자한 회사로 유명했다. 최근 삼성전자로부터도 약 5천억원을 투자받았다.
BYD는 한국에서도 전기버스를 판매하려 하고 있다.
kimyg@yna.co.kr
(끝)

Saturday, September 24, 2016

한진해운 사태 4주..두 배로 오른 운임, 배불리는 외국 선사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이후 예상대로 글로벌 선사가 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미국 지역 해상 물동량의 20%를 담당했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사실상 영업정지에 들어가면서 외국 선사들이 빈자리에 들어와 운임을 높이고 있다. 대안을 찾지 못한 수출입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인상된 운임을 지불하고 있다.
◆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한국~미국 노선 운임 2배…이익 챙기는 글로벌 선사
한국선주협회는 지난 20일 기준 한국~미국 노선 평균 1 FEU의 운임이 2400달러로 조사됐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8월까지 같은 노선의 평균 운임은 1203달러였지만,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중국 최대 해운사 코스코(COSCO)의 컨테이너선. /한진중공업 제공
중국 최대 해운사 코스코(COSCO)의 컨테이너선. /한진중공업 제공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컨테이너선 운임도 폭등했다. 지난 8월 기준 755달러 수준이었던 한국~유럽 운임은 최근 1300달러까지 오른 상황이다. 지난해 평균 한국~미국, 한국~유럽노선 1 FEU당 운임은 각각 1482달러, 620달러 수준이었다.
한 수출 기업 관계자는 "지난달 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나서 9월 초부터 운임이 두 배로 올라 아직도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며 "수출입으로 먹고 사는 회사들은 타격이 크지만, 어찌해볼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선주협회는 "미주 노선과 유럽 노선 운임은 모두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운임은 당분간 보합세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도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글로벌 선사들의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는 최근 "머스크, 하팍로이드, CMA-CGM 등에게 단기적으로 운임상승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라며 "상하이~LA, 상하이~뉴욕, 상하이~로테르담 노선 운임이 각각 42%, 19%, 39%씩 올랐다"고 밝혔다.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한진해운 제공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한진해운 제공
세계 1,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는 지난 15일부터 중국~부산~미주 노선을 운영·확대하고 있다. 각각 4000TEU, 5000TEU급 컨테이너선을 6척씩 투입했고 중국 코스코와 대만 양밍도 중국~부산~미주 노선을 증편했다.
◆ 현대상선, 대체 선박 투입했지만 한진해운 공백 메울 여력은 부족
물류대란 해결책으로 현대상선의 대체선박이 투입되고 있지만, 한진해운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상선이 투입하기로 한 대체 선박은 한국~미국노선 4척, 한국~유럽노선 9척이다. 지난 9일 한국~미국 노선을 오가는 선박이 처음 투입됐고, 오는 29일 한국~유럽 노선 선박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진해운이 컨테이너선 97척, 벌크선 44척 등 140여척의 선박을 운영했던 것을 고려하면 대체 선박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한국~미국을 오가는 기간이 약 4주, 한국~유럽노선 왕복 기간은 8~10주 정도"라며 "일주일에 한 척씩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최소한이 배가 마련된 셈"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세계 7위권 해운사로 외국선사를 견제하고 운임 상승을 막는 역할을 했지만, 법정관리 이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국적 해운사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현대상선이 일부 공백을 메운다고 하더라도 운임 인상과 한진해운 물량 이탈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Friday, September 16, 2016

사표 내고 유튜브 뛰어든 '평범한' 40대 남자 [1인기업 시대18] 영화 크리에이터 빨강도깨비 김학

일자리가 사라진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기술의 발달은 우리 모두를 일자리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평생직장의 시대는 오래 전 끝났고, 100세시대 누구나 2~3번의 일(業)을 해야 생존한다. 국가도 사회도 답해줄 수 없는 문제, 결국 개인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내 일은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다. 직장을 다니면서, 또는 홀로서기를 통해 '1인기업'을 운영해온 이들에게서 답을 찾고자 한다. '직장 다닌다고 직업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찍 간파한 '1인기업가'들의 경험담을 통해 해법을 찾아본다. [편집자말]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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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빨강도깨비 채널을 운영하는 영화 콘텐츠 크리에이터 김학씨.
ⓒ 김학

11년간 건설회사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다. 해외 프로젝트 사업성 평가를 위해 중동지역으로 출장을 자주 갔다. 술을 즐기지 않았기에 출장 기간 틈나는 대로 영화를 봤다. 단조로운 일상을 달래기 위해 영화에 관한 글과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고 2015년엔 영상 제작까지 뛰어들어 나이 마흔의 유튜버로 변신했다. 유튜브 구독자 20만 명, 누적 조회수 3500만 명의 영화 콘텐츠 크리에이터 빨강도깨비 김학(41)씨 이야기다.

"2015년 4월 <어벤저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개봉 즈음에 A4용지 10장 분량의 콘텐츠를 준비했어요. 이전 작품들의 세계관과 비교 분석해서 나름 공들인 콘텐츠인데 제가 봐도 너무 길고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때 유튜브에서 해외 영화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을 압축적으로 담았더라고요. 그날로 밤새 영상편집을 배워 한 달도 안 돼 첫 영상을 올렸어요."

한 달 만에 10만뷰 영상 3개 나와... 사표 내고 유튜브 세계 선수로

영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에 등장하는 자동차들의 뒷얘기를 다룬 첫 영상은 사실 별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운 좋게도 두 번째 영상을 업로드한 후 소위 대박이 났다. '가장 빠른 캐릭터 베스트3'를 소개한 영상인데 한 달 동안 반응이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하루 조회 수가 1000~2000클릭씩 올라가더니 단박에 10만뷰가 넘어버린 것이다. 

비슷한 '베스트 시리즈'를 잇달아 제작했고 두 달 만에 10만뷰가 넘는 영상이 3개가 나왔다. 이 '사건'은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진지하게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사업성을 평가했고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2015년 7월 사표를 던지고 유튜브 세계에서 직접 선수로 뛰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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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결심은 의외로 쉬웠던 것 같아요. 평생 그렇게 막연하지만 확신에 찬 적이 없었으니까요. 실패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물론 당장 수입이 크진 않겠지만 예전 직장에서 받던 연봉 수준을 회복하는 기준으로 3년을 잡았어요. 퇴직금에다 대출을 받아 3년 동안 버틸 만한 자금을 미리 마련했어요. 아내는 블로그 시절부터 생각을 공유했기에 제가 영상을 만들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채널의 구독자들이 영상광고를 볼 때마다 수익이 생긴다. 채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구독자 수가 많을수록, 동영상 조회 수가 많을수록 수익도 커진다. 퇴사 전 두 달 동안 집중적으로 운영해 본 결과 당장의 수입은 물론 최소 3년 후 수입도 가늠이 됐다. 

"만 1년이 지났는데 수입은 아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등락이 심한 편이라 월급보다 많이 들어온 달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달도 있습니다. 원래 목표는 3년 안에 직장 다닐 때 받던 연봉을 달성하는 것인데 최근에 목표를 상향조정 했습니다. 대출도 갚아야 하니까요."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해오던 남자가 회사를 그만두고 10대들의 소통 플랫폼인 유튜브에 뛰어들었다는 점은 여전히 의아하다. 김씨 스스로도 1년 전만 해도 온라인 미디어나 유튜브엔 전혀 관심 없이 살아온 평범한 40대 남자라고 말한다.

대학 시절 광고에 관심... "블로그도 영상도, 내 콘텐츠 만들고 싶은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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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강도깨비 김씨의 일은 일주일 단위로 이뤄진다. 아이템을 정한 후 자료조사와 적합한 영화 장면을 찾아내는 과정이 일의 절반이다. 이후 영화 장면을 보면서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녹음 후 그 위에 영상을 편집한다.
ⓒ 김학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대학 시절 광고에 관심이 있었어요.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이 취업준비를 할 때 광고학원을 다니고 소규모 광고회사에서 1년 정도 일한 적도 있었어요.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들어가서 제가 원하는 것과 상관없는 일을 해왔지만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는 그때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영상을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제가 좋아서 해왔던 일이죠. "

김씨는 최근 영화 콘텐츠의 출발점이 됐던 블로그를 폐쇄했다. 영상을 시작하며 관리가 힘들어 1년 넘게 방치하다시피 했던 것이다. 

"똑같은 콘텐츠를 글로 쓰는 것보다 영상으로 만들 때 만족도는 훨씬 높아요. 이제는 글로 뭔가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부담감으로 다가와요. 물론 영상은 편집 등 따로 후반 작업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작업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오히려 글을 쓰는 것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김씨의 일은 일주일 단위로 이뤄진다. 아이템을 정한 후 자료조사와 적합한 영화 장면을 찾아내는 과정이 일의 절반이다. 이후 영화 장면을 보면서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녹음 후 그 위에 영상을 편집한다. 편집은 하루 12시간씩 이틀 꼬박 작업해야 한다. 자막과 효과를 넣은 후 지인에게 미리 보여주고 오타 등 수정작업을 하면 한 편의 동영상이 완성된다. 최근엔 노하우가 늘어 하나의 아이템으로 2~3개의 영상을 제작하기도 한다. 

"사실 거창한 목표는 없습니다. 1인기업이니 일단은 제가 잘 먹고 잘살아야겠죠. 1인기업 체제로도 충분히 생계를 이어가고 삶의 질이 확보된다면 꼭 큰 기업으로 성장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10년 동안 조직의 비효율성을 겪었기 때문에 조직이 커진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월요일이나 화요일 아침에 혼자 영화를 보기도 하고 업무시간 배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점은 1인미디어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자유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스스로가 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콘텐츠의 반응이 안 좋으면 스트레스가 크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그중 하나다.

"극복 방법은 계속해나가는 것뿐입니다. 유튜브 영상은 언제 어떤 게 뜰지 아무도 모릅니다. 난다 긴다 하는 크리에이터들을 만나 봐도 다들 진짜 모르겠다고 해요. 그런 이유에서 크리에이터로서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는 꾸준함입니다. '1인 미디어 특성상 분명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는데 보통 젊은 친구들은 그런 시기가 조금만 길어지면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포기해버리는 것 같아요. 어떤 일이 있어도 최소 1년 이상은 꾸준히 영상을 올려보겠다는 각오로 시작해야 흔들리지 않습니다."

"크리에이터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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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영화 콘텐츠 크리에이터 빨강도깨비 김학씨.
ⓒ 김학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골방에서 혼자 하는 외로운 직업이라는 점도 어려움이다. 특히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 유형이 아닌 제작자 유형인 김씨의 경우는 브랜딩을 통한 홍보나 협찬 등 마케팅이 힘들다. 유튜브에서 채널을 운영하는 많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MCN(Multi Channel Network)에 소속돼 활동하는 이유다. 김씨 역시 지난해 9월 MCN 트레저헌터와 계약을 맺어 소속사를 통해 인터뷰나 행사에 나가기도 하고 다른 크리에이터와 협업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됐다. 

'영화'라는 범주 안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지만, 김씨는 스스로 자신만의 콘셉트와 지향점이 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자부심이 있다. 중간에 막힘없이 술술 보게 되는 기승전결에 따른 완성도와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특유의 편집이 언젠가는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

"대부분의 영화 유튜버들이 슈퍼히어로 장르인 마블 영화로 재미를 봤죠. 신작 영화가 나올 때마다 조회율도 높고 세계관 등 관심이 많아서 뭘 만들어도 조회 수가 높습니다. 올해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의 경우 신생 채널에서 만든 영상도 100만 뷰를 훌쩍 넘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대중들이 슈퍼히어로 장르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만들었는데 의외로 제 채널에서는 그런 영상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았어요. 그동안 슈퍼히어로 장르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이제는 자유로워졌습니다. 제가 하고 싶으면 하겠지만 굳이 조회수나 흥행 때문에 억지로 하진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1인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고자 하는 이들을 향해 김씨는 '남이 좋아할 것 같은' 콘텐츠가 아닌 '크리에이터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기를 당부했다. 

"콘텐츠라는 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입맛이 다 다르므로 하나로 정리할 수 없죠. 1인미디어는 누가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그 하나를 찾아서 그것을 좋아할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서 보여드리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은 댓글로 소통하죠. 최근 만든 영상 '영화 속의 활'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국궁의 역사부터 백과사전 수준의 댓글들이 1000개가 넘게 달린 걸 봤습니다. 제 영상을 계기로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토로하는 장이 된 것이죠. 그걸 보면서 제가 꼭 답을 내놓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영상으로 된 흥미로운 장난감을 만들어 놓으면 갖고 그걸 노는 건 시청자들이 하는 것이니까요."

Monday, September 12, 2016

잠자는 달러예금 63조원..운영 마땅찮아 은행 '골치'(종합) 8월 달러화예금 569억달러 사상 최대외은에 예치하거나 외화증권 투자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미국 금리인상과 환율 상승 기대감에 은행권 달러 예금으로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워낙 금리가 낮아 은행 입장에서는 싼 비용에 달러를 조달하는 셈이지만, 문제는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달러 예금 운용에 대한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달러예금 사상 최대…은행 달러 넘쳐
13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외국환은행의 달러화 예금은 569억2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로 63조2000억원 가량의 달러가 시중은행 예금계좌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전달에 비해 11억8000만달러 늘어난 것으로 증가분 중 68%인 8억1000만달러가 개인 달러화 예금에서 불었다. 기업보다 개인이 투자목적으로 달러화 예금에 가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통화정책을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최근 연준 이사들이 잇달아 금리인상 여건이 마련됐다는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금리인상 기대감이 크게 높아진 덕이다. 게다가 현재 원·달러 환율은 KEB하나은행 고시 기준 1110원으로 올해 2월 기록한 고점 1241원에 비해 12%가량 낮은 수준이어서 지금이 달러화 투자의 적기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외은에 예치하거나 외화증권에 투자
문제는 은행들이 외화 예금으로 몰리는 달러화를 어떻게 운용할지다. 상반기(1∼6월) 은행들은 외화예치금과 외화유가증권을 집중 공략했다.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외화유가증권이다. 은행의 보수적인 투자성향상 기존에는 선진국 국채에 주로 투자했지만 최근에는 아시아 등 금리가 높은 신흥국 채권으로도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 ·기업 등 5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외화증권 평균 잔액은 15조5866억원으로 작년 연간 평잔 대비 52.2% 증가했다.
A 은행 자금담당자는 “외화 여유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외화 유가증권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며 “주요 선진국 금리는 마이너스인 곳이 많아 신흥국 채권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에 다시 예치하는 것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외화예치금 평균 잔액은 12조4620억원으로 작년 대비 6.1% 늘었다. 외화예치금은 은행 명의로 다른 은행에 달러를 예치하는 것으로 주로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은행 계좌가 대상이다.
B 은행 자금담당 임원은 “요즘은 주로 중동계와 중국계 은행이 달러 예금을 받아주고 있다”며 “중동은 유가 때문에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고 중국은 여전히 확장국면이다 보니 유럽계나 미국계 은행보다는 달러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화 예치는 중간에 달러 자금이 필요할 때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달러화가 아니라 이종통화로 예치하는 경우도 있다.
◇마진은 낮아
달러예금 조달비용이 워낙 낮아 웬만해서는 이익이 나고 있지만 원화 예대마진에는 못 미친다는 점은 고민이다.
현재 달러 정기예금은 1개월 회전식 예금에 보통 가입하는데 금리가 연 0.2~0.3% 수준이고 1년 만기 정기예금은 연 1.4% 안팎이다.
이렇게 조달한 달러화를 우리나라보다 금리가 높은 외화증권에 투자하거나 외은에 예치하면 그만큼 금리차이를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상반기 은행권 외화예수금 평균 이자율은 0.2~0.69% 수준인 반면 외화증권 수익률은 1.10~2.26% 수준이었다. 대략 0.9~1.5%포인트 안팎의 마진을 얻는 셈이다. 또 외은에 예치하면 외은에 따라 금리가 다르지만 3개월 기준으로 달러예금 금리 대비 0.1~0.15%포인트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7월 말 잔액기준 원화 예대금리 2.17%를 밑도는 수준이다.
C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최근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호재까지 겹쳐서 지금 한국계 은행의 외화유동성은 넉넉하다 못해 넘쳐나는 상황”이라며 “금리가 높은 외화증권 투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리스크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수출 '뒷걸음' 내수는 '절벽'.. 한국경제 '시계제로' 2%대 중반 성장도 '먹구름'.. 비상 걸린 정부



한국 경제 앞길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다. 한가위를 앞두고 불거진 돌발 악재에 실물과 금융 모두 크게 흔들리고 있다. 가뜩이나 수출과 소비, 설비투자 등이 부진한 상황이어서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상고하저’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면서 이럴 경우 올해 2%대 중반 성장률도 장담키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수출·내수 동반침체 조짐

8월 플러스로 반전되면서 희망의 빛을 보였던 수출이 다시 위태로워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9월 들어 지난 10일까지 수출액은 135억31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3.6%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달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이달 조업일수가 적기 때문에 수출액이 다소 줄어든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 차질 등이 가시화되고 있고, 삼성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의 후폭풍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적신호인 것만은 분명하다. 8월 수출도 냉정하게 보면 플러스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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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1991.48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8% 떨어져 올 들어 4번째로 큰 하락폭을 보였다.
남제현 기자
LG연구원은 8월 통관수출 금액이 작년 동기보다 2.6% 늘면서 2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이는 조업일수 증가와 선박 수출 등 기저효과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지난달 수출단가가 6.1%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하루 평균 수출물량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라는 분석이다.

내수도 불안하다. 특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10월 ‘소비 절벽’ 우려도 여전하다.

기획재정부 핵심관계자는 “김영란법이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등 본격화되는 조선·해운분야 구조조정이 대량실업 등 사회 문제로 비화하면 위기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오정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특임교수는 “수출도 반짝 회복세였다가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민간소비는 가계부채로 여전히 부진하고 소비와 투자, 지출 모든 측면에서 안 좋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조선·해운 구조조정 문제로 불거진 기업들의 구조조정 국면으로 사람들이 투자를 하기는커녕 줄이고 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투자 수요 위축”이라고 우려했다.


◆2%대 성장도 위태

전문가들은 하반기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연말까지 뚜렷한 개선 요인이 없다는 점 등을 들면서 경기 하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최근에 수많은 악재들이 등장해서 한국 경제는 상고하저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기업 투자심리 회복 없이는 2% 중반 성장률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경제가 안 좋은데 우리 내부 사정도 안 좋은 게 맞물리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2.7% 경제성장률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민간 부문에서는 2.3% 수준 정도를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화급한 일은 재정지출을 확대해 추락하는 경기를 떠받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것은 진행 중인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에 물가하락) 문제”라며 “디플레이션 아래에서 성장률 반등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인실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는 “현재 가장 큰 문제의 근원은 정부”라며 “정부가 위기시에 선제적인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크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추경이라도 빨리 처리하는 게 답”이라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구조 개혁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진해운발 물류 차질을 해소하기 위한 현대상선의 첫 대체선박 현대 포워드호가 9일 부산항 신항에 입항하고 있다. 이 선박은 부산에서 출발해 광양을 거쳐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도착할 예정이다.
◆정부, “추석 전 추경 70% 이상 집행”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 추석 이전까지 추가경정예산(추경)의 70% 이상을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에 따라 중앙정부 집행 기준으로 추경 집행관리 대상인 8조6000억원 중 71%인 약 6조1000억원을 추석 전인 13일까지 집행하기로 했다.

추경 집행관리대상은 총 11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 중 공공자금관리기금 등으로 반영된 회계기금 간 거래 2조2000억원과 목적예비비 2000억원을 제외한 것이다. 여야의 극심한 대립 속에 추경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38일이 걸렸지만 신속한 집행으로 추경 효과를 연내에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기재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북한 핵실험 직후 금융시장의 급변동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을 가동,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국내외 금융 및 실물경제 동향 점검에 들어갔다.

김라윤 기자, 세종=이천종 기자skylee@segye.com

Friday, September 9, 2016

대란 키우는 한진.. '해운 600억 지원' 또 결론 못내 주말 물류대란 중대 고비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이 이번 주말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8일에 이어 9일 열린 대한항공 이사회가 ‘한진해운 600억원 지원’ 안건을 확정치 못하면서 한진해운 소속 선박 압류를 막기 위한 미국 내 절차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진그룹이 스스로 내놓은 ‘생색내기’ 지원조차 늦추는 통에 사태를 더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9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에 긴급자금 600억원을 지원하는 안건을 두고 논의했지만 또다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초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롱비치터미널 지분(54%)을 담보로 한진해운에 자금을 빌려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날 열린 이사회가 진통 끝에 하루 연기된 뒤 이틀 연속 결정이 나지 않았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10일 오전 회의를 속개하고 자금 지원 안건을 다시 논의키로 했다.
한진해운 사태로 빚어진 물류 차질을 해소하기 위해 투입된 첫 대체 선박인 현대상선의 ‘현대포워드호’가 9일 오후 부산신항 북컨테이너 부두의 PNIT터미널에 접안해 컨테이너를 선적하고 있다. 현대포워드호는 이날 밤 11시에 출항해 전남 광양을 거쳐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도착할 예정이다. 뉴시스
한진해운 사태로 빚어진 물류 차질을 해소하기 위해 투입된 첫 대체 선박인 현대상선의 ‘현대포워드호’가 9일 오후 부산신항 북컨테이너 부두의 PNIT터미널에 접안해 컨테이너를 선적하고 있다. 현대포워드호는 이날 밤 11시에 출항해 전남 광양을 거쳐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도착할 예정이다. 뉴시스
이사회의 결정이 지연되는 것은 그룹 손을 떠난 한진해운에 대한항공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내부의 반감 때문이다. 법원의 회생자금 지원 요청을 채권단과 정부가 거절한 상황에서 굳이 대한항공이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자칫 이사회의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터미널 매각에 시간이 걸리면 대출금 조기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자금 집행 지연이 미국 법원의 스테이 오더(압류금지명령) 최종 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법원은 지난 7일 스테이 오더를 잠정 승인하며 미국 내 채권자 보호를 위한 자금조달 계획을 한진해운이 제출하라고 덧붙였다. 기한은 9일 오전 10시(한국시간 9일 오후 11시)까지다. 법원은 자금조달 계획안을 받으면 추가 심리를 거쳐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다만 대한항공 이사회 연기 등으로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 제출이 늦어지면서 잠정 승인된 스테이 오더가 취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정부가 정한 거점항만 8곳 중 3곳이 롱비치·시애틀·뉴욕 등 미국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 내 입항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나머지 거점항만이 있는 독일이나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들도 한진해운 입항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미국 법원이 압류 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으면 물류대란이 급속히 악화될 전망이다. 한진해운 71개 컨테이너 노선 가운데 북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28%(20곳)로 가장 크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의 지원안 자체를 미국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며 “빠르게 집행해도 위험할 판에 지원이 계속 미뤄지면서 이번 주말 물류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다만 조양호 회장이 사재로 출연키로 한 400억원의 경우 오는 13일까지 집행하기로 이날 확정했다. 이는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충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식 1054만344주(17.81%)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해운 실린 물건 안온다" 美·홍콩업체들 아우성

[화물 90%가 외국 물품, 물류대란 글로벌 이슈로 번져] - 월마트 등 피해 호소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목 앞둬 의류 등 수송 지연에 전전긍긍 "이러다간 시장점유율까지 폭락" 운임도 50%이상 급등 이중고 "하역비 낼테니 선박 억류안되게" 삼성전자 등 美 파산법원에 요청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투자회사 골드만삭스의 연례 '유통업 콘퍼런스'. 보통 유통업의 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지만, 올해만큼은 '한진해운 물류 대란'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블랙 프라이데이(11월 마지막 금요일에 진행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앞두고 한국·중국 등에서 들어올 의류·장난감 등의 수송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국 전자제품 생산 업체인 휼렛 패커드(HP) 관계자는 "한진해운 선박에 컨테이너 500개가 넘는 물건을 실었는데, 로스앤젤레스(LA) 항구 등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다가는 시장점유율마저 폭락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명품 업체인 '마이클 코어스'의 조 파슨스 사장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 해운 운임이 급등해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판매 이익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발(發) 물류 대란이 글로벌 이슈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한진해운이 처리한 460여만 TEU 가운데 한국 물품은 10.7%에 불과하다.
정부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 "한진해운 물량 중 한국 비중이 작아 국내 업체 피해는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뒤집어 말하면, 90%가 중국·미국·일본 등 외국 물품이라는 말이다. 하명신 부경대 교수는 "해운업은 특성상 수십개 국가의 수천개 기업이 관련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피해도 전 세계로 확산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홍콩 의류업체 '에스켈그룹'도 한진해운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애초 중국에서 생산한 의류 자재를 한진해운을 통해 홍콩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진해운 선박이 중국 항구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의류 자재도 발이 묶였다.
대체 선박을 수소문해 간신히 홍콩까지 실어 온 자재들을 긴급 수배한 트럭으로 생산 공장까지 실어 날랐다. 에스켈그룹의 켄트 테 부문장은 "생산 공정이 일주일이나 늦어졌다"며 "납기일에 맞춰 완제품을 미국·유럽까지 보내려면 비행기를 써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짐 싣고 LA로 - 한진해운의 대체 선박으로 투입된 현대상선의‘현대포워드호’가 9일 부산 신항에 입항하고 있다. 이 배는 한진해운 선박을 대신해 수출 화물을 싣고 부산을 떠나 오는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할 예정이다. 화물 대부분은 삼성·LG전자의 가전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호 기자
현대상선, 한진해운 짐 싣고 LA로 - 한진해운의 대체 선박으로 투입된 현대상선의‘현대포워드호’가 9일 부산 신항에 입항하고 있다. 이 배는 한진해운 선박을 대신해 수출 화물을 싣고 부산을 떠나 오는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할 예정이다. 화물 대부분은 삼성·LG전자의 가전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호 기자
블랙 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성수기를 앞두고 제품 수송이 늦어지면서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더구나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 해운 운임마저 50% 이상 급등하면서 유통·제조업체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월마트와 JC페니 등 대형 유통업체가 회원인 미국 소매업지도자협회(RILA)는 최근 미국 상무부에 "물류 차질과 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나 다른 이해 관계자들과 함께 노력해 달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수많은 국가가 얽히면서 '물류 대란' 해결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농림부는 7일 "한진해운으로 인한 항만 운영 차질이 해소되는 데는 최소 2~3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커지면서, 화주들이 개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등은 미국 파산법원에 "한진해운이 내야 할 하역비를 직접 부담할 테니, 선박이 항구에 접안하더라도 억류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파산법원은 9일(현지 시각) 한진해운의 '파산보호신청'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심리를 진행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김진정 변호사는 "1986년 미국 해운사인 '유에스(U.S.) 라인' 파산 때는 최종 해결까지 3년이 걸렸다"며 "여러 나라의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aturday, September 3, 2016

상조서비스 줄폐업 폭탄 터지나..4조원 맡긴 419만 가입자 긴장 "200곳 중 40여 곳만 남을 것" 소문에 업계 분위기 '흉흉' 업체대표 구속·자살..부도시 낸 돈 절반 받으면 다행

"200곳 중 40여 곳만 남을 것" 소문에 업계 분위기 '흉흉'
업체대표 구속·자살…부도시 낸 돈 절반 받으면 다행
(전국종합=연합뉴스) 신민재 장영은 김소연 기자 = 인천에 사는 회사원 김 모(52) 씨는 얼마 전 우편으로 한 통의 안내문을 받았다.
팔순 노모가 돌아가실 때를 대비해 8년간 월 2만원씩 꼬박꼬박 내온 상조업체가 부도로 문을 닫았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업체가 가입된 공제조합 측은 김 씨에게 이미 낸 돈 198만원 중 99만원만 받고 회원 자격을 포기하든지 다른 상조업체 8곳 중 한 곳을 선택해 갈아타라고 했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지 불안을 느낀 김 씨는 결국 낸 돈의 절반을 돌려받고 해약했다.
김씨가 가입한 상조업체는 회원 수가 8만7천 명에 달하는 업계 15위권 이내의 중견업체였다.
하지만 올해 7월 초 갑자기 폐업했고 사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달 말 경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4일 "노모가 살아 계신데 보험처럼 여겼던 상조업체가 먼저 망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면서 "그동안 부은 돈이 아깝고 억울하지만 따질 데도 없다"고 말했다.
◇ 4년 새 100곳 넘게 문 닫아…업체대표 구속·자살도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5월 전국적으로 307개에 달했던 상조업체는 지난해 말 223개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17곳이 폐업하거나 등록 취소됐다.
올해 3월 기준 상조업체 회원 수는 총 419만명으로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증가세가 멈췄다. 이들이 상조업체에게 맡긴 돈은 4조원에 육박한다.
국내 상조업계는 회원 수가 5만명 이상인 23개 업체가 전체 가입자의 77%를 차지하는 구조다.
정부는 영세 상조업체가 난립해 소비자 피해가 커지자 올해 1월부터 강화한 할부거래법을 시행했다.
상조업체의 최소 자본금 요건을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올렸고 폐업한 상조업체의 회원을 넘겨받은 업체가 원래 업체의 해약 환급 의무를 지게 했다.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의무화해 불법·부실업체를 걸러내는 장치도 강화했다.
문제는 개정 법률 시행 이전에 인수·합병된 상조업체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이들 중 상당수 업체는 자신들이 인수한 회원이 해약을 요구하며 표준약관에 따라 총납부금의 85%를 돌려달라고 해도 "이전 업체에 낸 돈은 우리가 책임 못 진다"고 버텨 분쟁이 확산하고 있다.
울산에서 지난해 등록 취소된 한 상조업체는 1만2천여 명의 회원에게 해약 환급금 47억원을 지급하지 않아 대표가 구속기소 됐다.
환급금을 지급하라는 울산시의 시정명령도 이행하지 않은 업체대표는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 업체는 가입자로부터 받은 회비 중 20%만 공제조합에 담보금으로 납입해 놓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50%를 예치했다고 허위광고를 했다.
◇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작년 4분기 이후 신규업체 '0'
정부는 상조업체 자본금 요건을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진입 장벽을 높이면서 기존 업체들에는 3년 유예기간을 줬다.
업계에서는 기존 업체에도 강화된 자본금 요건이 적용되는 2019년 1월까지 현재의 200개 업체 중 절반이 훨씬 넘는 업체가 문을 닫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의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업체들의 줄폐업에 따른 고객 피해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대형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3년 유예기간이 지나면 40∼50개 업체만 남을 것이란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도 정상적으로 신규 회원이 계속 가입 중인 업체는 30곳이 안 된다"고 귀띔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해 4분기 이후에는 새로 등록한 상조업체가 한 곳도 없다.
상조업체가 새 가입자를 모집하려면 회사가 영업사원에게 고객이 한 달에 내는 회비 2만∼3만원의 3배에 달하는 '선(先)수당'을 주는 등 영업비용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나머지 업체는 기존 회원들이 내는 월 회비와 장례를 치르는 회원들이 추가로 낸 비용으로 겨우 유지만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조서비스 가입자에게 장례 대신 웨딩이나 크루즈 여행을 권유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결국, 재무 건전성이 양호한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하고 경영이 어려워진 중소업체들이 계속 폐업하면 이미 낸 돈을 절반 이상 날리는 가입자 피해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상조업체 간 인수·합병이 비일비재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가입 업체가 4∼5번씩 바뀌는 고객도 있다"면서 "국내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10여개 이상의 상조업체는 무리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라며 했다.
◇ 무심코 가입하면 돈 떼인다…"꼼꼼히 따져야"
상조업체 가입자가 낸 회비(선수금)는 공제조합, 은행예치, 은행지급 보증 등을 통해 보전된다.
부도가 났을 때 공제조합이 회원 선수금의 절반이나마 보장하는 상조업체는 60여 곳이다.
공제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 중에는 은행예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갑작스러운 업체 폐업이나 퇴출로 낸 돈의 절반도 되찾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상조업체를 고를 때 재무 건전성과 선수금 지급 여력 비율, 지급보증 체결기관 등을 확인하도록 조언했다.
공정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매년 2차례 상조업체를 포함한 선불식 할부 거래 사업자에 대한 이런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강난숙 대전소비자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당국에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하고 법정 예치금 비율을 준수 여부와 재무 현황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60∼70대 중에는 인터넷 활용에 익숙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계약서, 회원증서, 약관, 영수증을 반드시 보관해 분쟁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비자보호단체들은 폐업한 상조업체 회원의 경우 본인이 낸 회비 누계액을 선수금 보전기관에 확인해 차질 없이 피해 보상을 받도록 권고했다.
s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