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소비 '큰 손'..반기 들기 어려워
韓-中 통상 마찰로 번질까 '노심초사'
韓-中 통상 마찰로 번질까 '노심초사'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해마다 중국에 수 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액을 집행하고 있지만, 반도체 굴기(우뚝 섬)를 내세우는 중국 정부 눈에는 탐탁치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과 각을 세울 수도 없어 한국 업체들은 중국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 중국 시안 공장에 약8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7월부터 내년 4월까지 중국 우시 공장 클린룸 확장에 9500억원을 투입한다.
이처럼 두 회사가 연간 수조원을 중국에 쏟아붓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압박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정부 조사에 대한 입장은 삼간 채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가격 담합 조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른 각국의 고유 권한인데다 자칫 국가간 통상 마찰로 번질 경우 파장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또 중국이 전세계 반도체의 60%를 사들이는 ‘큰 손’이어서 외국 기업 입장에서 당국에 반기를 들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반도체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D램 값이 치솟은 것은 공장을 100% 가동해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맞추기 어려워 자연스레 높은 가격이 형성된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담합이 아님을 입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당국이 가격 담합 혐의 확인을 넘어 사실상 반도체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D램 가격 상승세가 이어져 중국 정보기술(IT)업체들이 어려움에 빠지자 ‘더이상 가격을 올리지 말라’며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에도 중국 스마트폰·PC 제조사들은 중국 경제정책 총괄 부서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르는 데다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며 삼성전자를 제소했다. 이에 위원회는 지난 2월 삼성전자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중국 당국이 담합 결론을 내더라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는 있으나 D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4주 이상 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인데 최근에는 채 1주일도 되지 않아 반도체가 팔려나간다”며 “가격은 개별 기업끼리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협상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내리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중국 언론은 3개사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판단될 경우 2016년 이후 현재까지 반도체 판매액을 기준으로 8억~80억달러(약 8600억~8조6000억원)에 이른 과징금을 부과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겨레 (re970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