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산업 보호 위해 태양광 패널 관세폭탄
비용증가로 경쟁력 잃고 천연가스에 밀려
앞으로 4년간 미국은 태양광 발전 암흑기
태양광 패널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지 1주일만에 벌써부터 일자리 후폭풍이 불고 있다. 지난 22일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한국 등에서 수입한 태양광 제품에 대해 2.5기가와트를 기준으로 1년 차에 30%,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 15%씩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이프가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인을 위한 미국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톰 코스토 부사장은 “책상에서 펜으로 휘갈겨쓴 종이 한 장이 모든 이익을 다 가져갔다”면서 “당분간 일자리를 늘리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수입산 태양광 패널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일자리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한 세션에서 패널로 참석해 “이미 석탄 산업보다 재생 에너지 산업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면서 “태양광 패널에 관세 장벽을 세운 것은 미국의 기후변화 억제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미래 산업인 재생 에너지 부문에서 태양광 패널 설치 등의 일자리를 파괴하는 결정”이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비용증가로 경쟁력 잃고 천연가스에 밀려
앞으로 4년간 미국은 태양광 발전 암흑기
━ 미 태양광 종사자 2만명 일자리 잃는다…보호무역의 역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는 올해 들어 가장 위협적인 리스크 요인이다. 수입 세탁기를 비롯해 태양광 제품에 ‘관세폭탄’을 쏟아부은 것을 시작으로 철과 알루미늄 등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산업을 보호해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어설픈 정책은 목표와 반대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
현재 미국에서 사용 중인 태양광 패널의 95%가 수입산이다. 중국 업체들이 설비증설에 나서면서 수년 전부터 태양광 전지와 모듈 제품은 저가경쟁이 치열한 편이었고, 임금 수준이 높은 미국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었다.
그나마 미국내 제조업체로 남아있는 수니바와 솔라워드아메리카스 등 두 업체가 트럼프 행정부에 수입산에 관세부과를 요구하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미 태양에너지산업협회(SEIA)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산업에 26만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지와 모듈 등 제조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2000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인력이 태양광 패널을 끼워넣는 프레임을 제작, 설치하고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유지한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태양광 발전단지 사업을 해온 혼브라더스 컨스트럭션은 수년간 꽤 높은 수익을 올려왔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많았던 담배농장과 콩밭, 직물공장 터를 갈아엎고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를 만들어 전기를 전기회사에 팔아왔다. 담배농장주도 임대수입과 전기료 수입의 일정 부분을 챙기면서 쏠쏠한 수입을 거둬왔다. 그 결과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캘리포니아에 이어 미국내 두 번째로 태양광 발전용량이 큰 주이다.
혼브라더서는 이런 바람을 타고 지난 3년간 정규직을 30명에서 350명으로 늘렸고, 올해 100명을 더 고용하려던 참이었다. 시급도 적지않은 17.31달러를 지급했다. 그러나 이번 관세로 인해 고용확대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지난 8년간 미국내에서 값싼 패널이 수입되면서 태양광 전지 가격이 85% 정도 떨어졌다. 2010년 1기가와트에 불과하던 태양광 발전량이 지난해 12기가와트로 팽창할 수 있었다. 30%의 관세부과로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의 경우 비용이 10% 정도 늘어나고, 일반 가정 지붕용은 3% 정도 인상된다.
관세가 단순히 태양광 발전 비용을 늘리기 때문에 문제라는 게 아니다. 태양광 자체를 고려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몇센트의 차이로 큰 이익을 낼 수도,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발전사업자들은 다른 대안을 찾게된다. 특히 미국은 천연가스와 풍력 등 에너지원이 다양하다.
GTM리서치의 쉬아오 태양광 애널리스트는 “플로리다와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등에서는 태양광이 값싼 에너지소스와 경쟁이 안된다”면서 “특히 남동쪽에서는 태양광이 천연가스로 대체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SEIA는 “올해에만 2만3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전망”이라며 “대규모 발전단지 프로젝트가 연기되거나 취소돼 수십억 달러가 날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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