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대규모 증설 나서]
삼성, 생산 능력 20% 증가 전망.. SK, 투자규모 40% 가까이 확대
공급 대폭 늘려 가격 하락 유도
中 반도체업체, 정부 지원 업고 메모리 반도체 대대적 투자
D램 값 떨어뜨려 시장진입 차단
삼성, 생산 능력 20% 증가 전망.. SK, 투자규모 40% 가까이 확대
공급 대폭 늘려 가격 하락 유도
中 반도체업체, 정부 지원 업고 메모리 반도체 대대적 투자
D램 값 떨어뜨려 시장진입 차단
사상 최고의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글로벌 1·2위 업체인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앞다퉈 대규모 D램 생산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계속 오르는 수퍼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 수요와 공급이 역전되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이를 견디지 못하는 업체는 경쟁에서 떨어져 나가는 치킨게임 양상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하면서 후발 주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센터장은 "2000년대 초까지 20개가 넘던 세계 D램 업체들이 수차례의 치킨게임을 거치면서 삼성·하이닉스·마이크론(미국) 등 단 3곳만 살아남았다"면서 "이들이 서로를 견제하는 것은 물론 후발 주자의 진입을 막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호황기에 가격 떨어뜨리려는 한국 업체들
지난달 30일 대만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삼성이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기 위해 D램 생산량을 늘리려 하고 있다"며 "D램 가격이 더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D램 가격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뛰면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삼성전자가 오히려 D램 가격을 떨어뜨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투자자 전화 회의)에서 "화성 공장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 설비 일부를 D램 설비로 전환하고, 평택 공장 2층도 D램 증설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BoA메릴린치도 1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월간 D램 생산능력이 향후 2년간 20.3%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D램 가격을 떨어뜨리려는 이유는 시장 경쟁을 촉발시켜 후발 주자들이 쫓아올 수 있는 여지를 없애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급격히 늘려 가격을 떨어뜨리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후발 주자들은 대규모 투자를 주저하게 되고, 삼성은 이를 활용해 시장점유율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퍼 호황기를 맞아 자금 상황이 크게 좋아진 후발 주자들이 대대적인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을 삼성이 잠재적 위협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올해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7조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40% 가까이 늘렸다. 중국 우시에 있는 D램 공장의 생산능력을 조기에 두 배로 키우기 위해 투자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반면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은 시설 투자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하이닉스와 치킨게임을 해 봐야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반도체 굴기 사전 차단
반도체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D램 공급 확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起)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본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대대적인 메모리 반도체 투자에 나서고 있다. 370억위안(약 6조2900억원)을 들여 D램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중국 푸젠진화반도체는 내년 9월 D램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칭화유니그룹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D램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국 업체들의 경우 한국 기업보다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D램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면 금세 적자에 허덕이게 된다. 반도체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조개 이상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가격 변화 민감도가 매우 높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이 하락하면 이익을 낼 자신이 없는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한국 기업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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