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시장에서 '배짱 영업']
- 수백명 죽고 다친 에어백
8개 차종 1만8724대 리콜 대상
한국선 1년이 넘도록 버티기.. 중국에선 35만대 리콜 시작
- 배출가스 조작 무상수리
300만대 자발적 리콜 나섰지만 한국에선 석달째 감감무소식
"늦출수록 소비자만 위험" 지적
- 수백명 죽고 다친 에어백
8개 차종 1만8724대 리콜 대상
한국선 1년이 넘도록 버티기.. 중국에선 35만대 리콜 시작
- 배출가스 조작 무상수리
300만대 자발적 리콜 나섰지만 한국에선 석달째 감감무소식
"늦출수록 소비자만 위험" 지적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에서 연일 판매량 신기록을 경신하면서도 차량 결함에 대한 리콜 등은 제때에 하지 않는 등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 특히 벤츠가 현재 거부하고 있는 리콜은 전 세계적으로 1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다카타 에어백' 관련이다. 이 때문에 벤츠가 소비자의 안전문제를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벤츠는 올해 1~10월 국내에서 역대 최대인 5만8606대를 팔며 국내 수입차 업계 1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 벤츠 차량이 세계에서 다섯째로 많이 팔리는 곳이고, E클래스와 S클래스 등 고가 차종에서는 중국, 미국에 이어 셋째로 많이 팔리는 곳이다.
◇다카타 에어백 리콜 않는 벤츠
일본의 다카타사(社)가 만든 에어백을 장착한 자동차는 2013년부터 전 세계에서 리콜이 진행되고 있다. 충돌 시 에어백이 작동되면서 내부 금속 파편이 튀어나와 운전자가 다칠 가능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9명이 사망했고, 200여명이 다쳤다.
우리나라도 다카타 에어백 장착 차량 11만대를 단계적으로 리콜하고 있다. 다카타 에어백을 사용하지 않는 현대·기아차와 쌍용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는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콜 요청을 받았고 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국GM, 지엠코리아 등 3개 업체는 리콜을 거부 중이다. 특히 벤츠코리아는 "벤츠 차량 중 다카타 에어백 관련 결함이 보고된 것이 없고, 문제가 된 다카타 에어백과 벤츠에 달린 에어백은 설계와 생산 공정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에어백이 장착돼 국내에 팔린 벤츠 차량은 2012년 전에 만들어진 C클래스 1만3811대, E클래스 138대, E클래스 쿠페 810대 등 8개 차종 1만8724대다. 국토부 자동차정책과 관계자는 "다카타 에어백을 장착했지만,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업체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리콜을 받아들였다"며 "하지만 벤츠 측은 리콜 요청을 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리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리콜하면서, 한국에서는 배짱
벤츠는 현재 다카타 에어백 관련 전면 리콜은 보류한 채, 차량을 판매한 국가별로 일정 대수를 리콜해 독일 본사에서 자체 에어백 안전도를 평가하고 있다. 이후 글로벌 전면 리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SLK·M클래스 284대를 대상으로 지난 2월부터 리콜을 진행했다. 하지만 실제로 리콜이 추진된 것은 137대에 불과하다.
문제는 벤츠가 중국에서는 지난달 15일 다카타 에어백 탑재 차량 35만1218대에 대한 리콜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해당 차종은 2006~2012년 생산된 SLK클래스와 A클래스로, 국내에 팔리고 있는 차와 같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현지 업체와 합작해 사업하는 벤츠 입장에서 중국에서 리콜을 안 하고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벤츠가 한·중 간 차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태경 의원(바른정당)은 지난달 19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과 한국 시장의 규모 차이로 인한 차별적 리콜 정책이 나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중국 소비자는 고객이고, 한국 소비자는 호갱이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배출가스 조작 건에 대한 무상 수리도 시행 안 해
벤츠의 '리콜 배짱'은 지난 7월 불거진 '배출가스 조작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 7월 벤츠 본사는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받자 유로5와 유로6(환경기준) 디젤 차량 약 300만대에 대해 자발적 서비스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벤츠코리아도 한국에서 판 차량 약 11만대에 대해 배출가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을 조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석 달이 넘도록 구체적인 리콜 차종 지정이나 리콜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또 환경부 자체 예비검사 결과 배출가스가 기준보다 많이 나온 차종에 대한 리콜 여부도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 정부가 벤츠의 차량 결함을 세계 최초로 발견해 리콜을 요청했었는데 그때도 벤츠코리아는 '한국에서만 먼저 리콜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리콜을 안 해도 국내 소비자가 벤츠를 사주니 한국 정부와 국내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특히 다카타 에어백은 문제가 드러난 지 4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리콜을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벤츠가 리콜을 늦출수록 국내 소비자는 주행 중 생명의 위협을 더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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