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사드 요지부동 중국 한순간 입장 바꿔"
시진핑 대표 정책 브랜드 일대일로 영향 분석
일대일로,'사드보다 더 큰 사활적 국익' 판단
일대일로 인접국 중국 위상·리더십 예의주시
미·중 갈등 첨예할수록 정책실행 불확실성 커져
중국,일대일로 무시했던 美측 관심 표명 기대
하지만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지난 2일(현지시간) 3노는 확정적인 것이 아니고 한국 정부가 주권을 포기할 것인지 회의적이라고 밝히면서 암초를 만났다. 세 사안 모두 미국과 관련된 안보 문제라는 점에서 미국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선 이상 중국도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밀어붙이기엔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정황상 3노는 사드로 인한 갈등 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명분용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가장 유력한 현안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책 브랜드가 된 일대일로((一帶一路·유라시아를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하는 신 실크로드 정책)정책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다.
일대일로는 중국 당국이 “유라시아판 마셜 플랜”이라고 포장하는 시진핑 주석의 핵심 주력 대외정책이다. 마셜 플랜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서유럽 재건 계획을 일컫는다. 일대일로 규모는 마셜 플랜의 100배가 넘는다.
일대일로는 도로ㆍ철로ㆍ항만ㆍ공항 등 대규모 인프라를 지렛대로 삼아 유라시아 대륙ㆍ동남아ㆍ인도양ㆍ아프리카 지역에 정치ㆍ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 주변국 전략의 핵심 축이다.
중국은 이번 당대회에서 이 지역 국가들을 상대로 새로운 안보옵션을 제시해 자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대외 정책 기조를 공개했다.
일대일로에 연결되는 국가들로선 중국이 이 전략 경쟁에서 어떤 위상과 리더십을 보여주는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핵ㆍ미사일 고도화에 속도를 내는 북한은 공공연히 차이나 패싱을 시사하며 미국과 직접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 집권 2기를 시작한 시진핑 주석이 지난 2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축전에 답전을 보냈지만 북한은 추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등 중국의 애를 끓이고 있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국내외 압박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실마리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전 사드 문제를 서둘러 봉합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 조치를 지렛대로 8일 미ㆍ중 정상회담에서 일대일로에 대한 미국의 관심 또는 공감 표명을 기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동안 미국은 일대일로의 재정 기반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지 않는 등 이 정책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진핑 대표 정책 브랜드 일대일로 영향 분석
일대일로,'사드보다 더 큰 사활적 국익' 판단
일대일로 인접국 중국 위상·리더십 예의주시
미·중 갈등 첨예할수록 정책실행 불확실성 커져
중국,일대일로 무시했던 美측 관심 표명 기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불거진 한중 갈등이 봉합 형식으로 일단락됐지만 이른바 3노(NO)를 둘러싼 새로운 파장이 진행 중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자국의 안보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총력을 다해 반대해오다 지난달 말 전광석화처럼 입장을 뒤집었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면서 한국 정부로부터 ①추가로 사드를 배치할 계획이 없고②미국의 미사일방어(MD)에 편입하지 않으며③한·미·일 군사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현재 기준의 입장 표명을 받아냈다.
그렇다면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뭘까.
이와관련 외교 소식통은 6일 “중국이 사드 문제의 봉합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지난 16개월 동안 한국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었던 중국 당국의 입장이 한순간 돌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사드 봉합의 배경으로 중국의 통제권에서 벗어나려는 북한에 경고의 메시지라는 해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대북 제재의 고삐를 더 죌 것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풀이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사드 문제가 중국의 핵심 이익이 결부된 안보 사안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반대 입장을 접고 출구전략을 구사하기에는 전략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따라서 중국의 사드 봉합 결정 이면에는 사드 반대를 철회하는 때 입는 안보상 손실보다 더 큰 국익이 걸려 있다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종연구소 정재흥 박사는 “기존 일대일로 구상에는 한반도가 빠져 있었는데 당대회 이후 육상ㆍ해상에서 남북한과 일대일로를 연결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정책 기류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최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19대 중국 공산당 당대회 이후 정책 방향과 노선에 대해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일대일로는 19대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공산당 당헌에 들어갔다. 최소한 향후 5년간 이 정책에 당과 국가의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전략적 도전도 만만찮다. 일대일로의 육상 노선이 러시아의 앞마당인 중앙아시아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러시아와 전략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해상 노선은 미국ㆍ인도ㆍ일본ㆍ호주의 세력권을 망라하고 있어 견제가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인도·호주와 연합해 중국을 포위하는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사드 문제로 미국과 물밑 갈등을 벌이면서 한국에 경제 보복을 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외 이미지는 적잖은 타격을 입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 압박에 시달리면서 '채찍을 든 조련사 앞에서 꾀를 부릴 수 없게 된 판다'의 처지가 된 중국의 위상은 중앙아시아ㆍ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안보전략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권오중 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은 “새로운 안보 옵션으로서 중국과의 협력을 고려하는 나라들 앞에서 중국의 신뢰도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의 실체가 그대로 노출되는 당혹스런 상황이다. 집토끼 단속이 위태로워지면서 산토끼(일대일로) 사냥에 악영향을 미치는 비상 국면인 것이다.
게다가 중국 국내외에서 일대일로 사업의 수익성을 둘러싸고 회의론이 일면서 자금난에 불거지는 등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연세대 국제대학원 한석희 교수는 “장기적으로 미ㆍ중간 전략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현시점에선 미국 우위의 국제 질서에 중국이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라고 선을 그었다. 한 교수는 “미ㆍ중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은 선후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현 정부의 미ㆍ중 균형 외교가 자칫 양다리 걸치기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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