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중국이 금융 산업 분야에서 기념비적 조치를 취했다. 외국 기업의 은행산업 지분율 제한을 완화한 것이다. 중국은 금융 산업 분야에서 외국인의 지분율을 49%로 제한했었다. 금융 산업에서 중국의 지배를 확고히 하기 위해 외국인 대주주를 허용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10일 금융 산업 분야에서 외국인 지분율을 51%로 올리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금융 산업에서 외국인 대주주를 허용한다는 뜻이다. 이는 세계 금융권이 오매불망 기다려왔던 소식이다. 외국인이 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부상할 중국 금융권이 대외에 개방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모두 2500억달러(279조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양해각서(MOU) 형태로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다. 따라서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은 선물을 ‘빛 좋은 개살구’라고 표현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주중 멕시코 대사를 지냈던 호르세 구아자르도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과거에 체결된 MOU를 재포장 하는데 '달인(master)'"이라며 "중국은 똑같은 MOU를 10번이나 팔아먹는다"고 언급했을까!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떠난 날인 10일 그동안 미국이 꾸준하게 요구해 온 금융권 외국인 지분율 상한을 51%로 올리며, 향후 3년 내에 이를 완전 폐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외국인 대주주를 인정한다는 것은 금융 산업을 외국에 완전히 개방한다는 의미다.
이 같이 엄청난 조치임에도 미국은 사전에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은 중국을 떠나기 전 백악관 명의로 중국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를 정리한 1392자에 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성명에 이번 조치는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조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그가 이번 조치의 중요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만약 알고 있었다면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자랑 질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와 관련된 고위 인사를 인용, 중국은 트럼트 대통령이 이 부분을 직접 언급했더라면 중국을 방문하고 있을 때, 이를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중국을 떠난 후에 발표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미국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자국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은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현격하게 줄었다.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함에 따라 중국 제조업에 대한 서방의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금융 산업 분야를 개방함으로써 FDI를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해 이번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 측의 따뜻한 환대와 무역,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의 금융 산업 개방 조치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그가 무슨 선물을 받았는지조차 잘 모르는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중 확대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중국과 미국이 9일 2535억 달러(약 283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올 한 해 한국 예산 401조원의 71%에 이르는 거액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날 황제 투어에 이어 화끈한 선물을 선사한 것이다. 이날 정오 베이징 인민대회당 2층 동대청에서 미·중 기업가 대화 폐막식을 겸해 열린 체결식에는 미·중 양국 15개 정부·기업 대표가 참석해 15개 항목의 협정을 체결했다. 2시간30여 분에 걸친 회담을 마치고 참석한 양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370억 달러(41조원) 규모의 보잉 여객기 300대 구매 계약을 비롯해 120억 달러(13조3000억원) 상당의 퀄컴사 부품을 샤오미·오포 등 중국 휴대전화 제조사가 구매하는 계약 등이 체결됐다.
"장사 잘해 이익 본다고 탓하면 되나
무역 불균형은 오바마 정부의 잘못"
한국 예산 70% 달하는 무역협정
보잉기 300대, 퀄컴 부품 판매 계약
붉은 넥타이 차림으로 단상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종 미소를 띠며 서명 장면을 흡족한 듯 바라봤다.
이어진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무역관계를 바꾸겠다”고 한 뒤 “그러나(but)”를 세 번 연달아 말했다. 이어 “중국이 미국을 이용한다고 중국을 비난하지 않겠다”며 “커다란 신뢰를 주겠다”고 덧붙였다.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액의 계약을 성사시켜 준 시 주석에 대한 만족감의 표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의 공동 목표와 이익을 토론했다”며 “무역과 상업 관계 개선에 주력하고, 무역 관계를 공정하고 상호 호혜 관계에 이르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장사를 잘해서 이익을 본다고 탓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전 정부(오바마 정부) 잘못이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중국을 비난하기보다 오히려 버락 오바마 전 미 행정부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는 시 주석을 “무척 특별한 사람”으로 부르며 “하지만 우리는 더 공정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모두에게 엄청난 일”이라고 격찬했다.
중국 해관(세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전년보다 12.2% 늘어난 266억 달러로 올 10월까지 총 2230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 2014년 11월 중국 베이징 옌치후 APEC 회의장에 도착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영접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시진핑 주석은 연설에서 “올해는 미·중이 상하이 커뮤니케를 발표한 지 45주년”이라며 “45년 동안 미·중 무역 관계는 역사적 발전을 이뤘으며 양국 국민이 이로 인해 많은 이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중국 경제의 장기 전망은 밝고, 개혁·개방 정책은 명확하며, 미·중 경제협력 전망은 광활하다”고 강조하며 양국 경제 갈등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통상은 상호 인의 도리이며, 상호 이익의 도리(通商者 相仁之道也 兩利之道也)”라는 청말의 사상가 담사동(譚嗣同)의 말을 인용해 무역의 상호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9일 중국 베이징의 반창 초등학교를 찾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왼쪽)와 펑리위안 여사(왼쪽에서 둘째)가 학생들로부터 ‘복(福)’ 자가 쓰인 손글씨 선물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이날 멜라니아 여사는 분홍색 꽃자수가 들어간 롱드레스를, 펑 여사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수수하게 차려입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자리 우선 정책을 의식한 발언도 했다. 그는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로 14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며 “양국 기업가들의 2500여억 달러 협약 체결은 양국이 윈-윈(win-win)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사회를 본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장은 트럼프 대통령 방중 기간 체결한 양국의 경제합작 규모 2535억 달러는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양국이 상호 협력하는 것이 관계 발전을 위한 바른 선택이며 공통 이익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DA 300
이날 체결된 협정은 식료품과 에너지 개발 등 여러 분야를 망라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京東·JD)닷컴은 향후 3년간 미국산 쇠고기와 식료품 20억 달러(2조2000억원) 수입을 약속했다.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과 중국투자유한공사 등은 미국 알래스카주 정부와 430억 달러(48조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를 개발,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체결했다. 미국 측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이끄는 29명의 경제계 인사에 GE와 반도체 기업 퀄컴 경영진을 포함시켜 120억 달러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요령을 발휘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은 쉽게 해소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회담 후 취재진에게 “5000억 달러 규모의 무역적자에 비하면 이번에 얻은 성과는 무척 적다”며 “불균형이 존재하는 본질적인 요인을 볼 때 할 일이 아직도 많다”고 말했다.
[오늘의 세상] 절대왕정 국가서 피의 숙청 왜 - 62년만에 바꾼 왕위 계승법 現 7대 국왕까지 형제 연장자順.. 시간 지날수록 취임 나이 높아져 형제 상속 전통 끊고 아들 세대로 - 32세 왕세자 빈살만이 휘두르는 칼 국왕 2명 배출 수다이리派 출신 사촌형의 왕세자 자리 빼앗는 등 단번에 경쟁 위치의 왕자들 제압 트럼프 사위 쿠슈너와도 친분
사우디아라비아의 서른두 살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이 이달 초부터 자신보다 서른 살 많은 사촌형 등 유력 왕자 최소 11명과 수십 명의 전·현직 장관, 종교인을 긴급 체포하는 등 숙청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평소 헬기를 잘 안 타는 왕자가 의문의 헬기 추락사를 당하고 왕자 일가족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등 전례 없는 일들이 잇달아 발생했다. 조선왕조 태종 이방원이 일으킨 피의 숙청을 방불케 하는 사우디판 '왕자의 난'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932년 건국 이래 왕위 승계를 둘러싼 잡음이 거의 없었던 사우디에서 '왕자의 난'이 벌어지는 이유로는 왕위 계승 원칙의 변경이 꼽힌다. 그동안 예외 없이 지켜져 온 사우디의 왕위 계승법인 '형제 계승'이 '아들 계승'으로 바뀐 것이다. 처음으로 초대 국왕의 아들 세대에서 손자 세대로 왕위가 넘어가면서 '권력 이양의 규칙'이 달라지자 왕자 간 분쟁이 터졌다.
사우디 국부(國父)인 초대 국왕 압둘아지즈는 1953년 숨을 거두기 전 "왕위를 형제끼리 연장자 순으로 상속하고 아들에겐 물려주지 마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는 건국 과정에서 아라비아반도의 부족들을 통합하기 위해 20여개 부족장의 딸과 혼약을 맺었고, 이들 사이에서 왕자만 44명을 낳았다. 첫째 아들과 막내아들의 나이는 웬만한 부자지간 이상으로 벌어졌다. 압둘아지즈는 한 왕자가 왕위를 받아 자신의 아들에게 세습하는 식으로 가면 삼촌이 조카의 왕위를 빼앗기 위한 '왕자의 난'이 끊이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낸 대안이 '형제 계승'이다.
이에 따라 압둘아지즈가 죽고 2대 국왕은 장남 사우드(재위 1953~1964)가 됐다. 이어 3대 국왕은 사우드의 이복동생 파이살(1964~1975), 4대는 칼리드(1975~1982), 5대는 파흐드(1982~ 2005), 6대는 압둘라, 7대인 현 국왕은 살만이 됐다. 초대 국왕의 아들끼리 왕위 계승을 한 것이다.
하지만 '형제 계승'에는 문제가 있었다. 왕위가 한 세대에서 수평 이동을 하다 보니 국왕의 나이가 점점 많아졌다. 2대 국왕 사우드가 취임할 때 나이는 51세였는데, 3대 파이살은 58세, 4대는 62세, 5대는 61세, 6대는 81세에 왕좌에 올랐다. 왕이 되기를 기다리다 먼저 죽는 왕세제가 나왔다. 사우디 왕실에 '노인 정치(gerontocracy)'라는 별칭도 붙었다.
살만은 2015년 1월 80세의 나이로 국왕에 오르면서 자신을 마지막으로 형제 상속의 전통을 끊었다. 취임 직후에는 왕세제로 자신의 이복동생 무크린을 책봉했지만, 석 달 뒤 그를 실각시켰다. 대신 자신의 큰조카인 무함마드 빈나예프를 제1 왕세자, 친아들인 빈살만을 제2 왕세자로 지명했다. 왕위 계승이 초대 국왕의 아들 세대에서 62년 만에 손자 세대로 넘어간 것이다.
이 구도도 다시 요동을 쳤다. 빈살만이 지난 6월 친위 부대를 동원해 사촌형인 빈나예프를 감금하고 '왕세자' 자리를 빼앗은 것이다. '1차 왕자의 난'이다.
이후 빈살만은 권력 강화에 올인하며 방어에 나섰다. 초대 국왕의 유언을 깨고 왕위를 부자 세습하는 첫 인물인 데다 사촌형의 세자 자리까지 빼앗으며 연장자 우선의 왕위 계승 전통을 깬 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정보 기관을 장악한 그는 이달 들어 공격 태세로 전환했다. 지난 4일 정예군을 동원해 잠재적 정적(政敵)인 사촌형 왕자들과 그의 측근들을 부패 혐의로 대거 체포하는 '선제공격'에 나섰다. '2차 왕자의 난'이다.
빈살만이 이렇게 기존 세력을 일거에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초대 국왕의 여덟째 부인이자 유력 왕비인 수다이리의 손자인 점이 유리하게작용했다. 초대 국왕은 22명의 왕비를 뒀고 왕비들이 각각 여러 자식을 낳았기 때문에 왕실은 왕비별로 정치적 파벌이 형성됐다. 수다이리파(派)는 5·7대 등 두 국왕을 배출했고, 그 과정에서 정부 요직을 독식해 가장 힘센 세력이 됐다.
빈살만은 호전적인 성격의 야심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손자병법' 등 병법서를 즐겨 읽었다. 세계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며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을 보인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독일 정보부 외교전문을 인용해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을 결정한 인물이 바로 빈살만"이라고 했다. 살만 국왕도 2015년 그가 30세일 때 핵심 보직인 국방장관으로 발탁해 군 관련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사우디에서 줄곧 학창 시절을 보낸 국내파이지만 국가개조 정책을 추진해 성공시킨 아랍에미리트(UAE)의 왕세제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나흐얀을 멘토로 삼을 정도로 개혁·개방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살만이 여성 운전 허용, 비키니 착용 가능 관광특구 설치 같은 파격적인 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도 두바이·아부다비 모델을 참고한 것이다. 반면 50·60대의 왕실 기성세대에 퍼져 있는 이슬람원리주의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국제 정치 감각이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이번 왕자의 난을 앞두고도 쿠슈너와 이 문제를 상의해 미국의 지지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 사우디 정부 소식통을 통해 "사우디 정부가 체포한 왕자들의 개인 은행계좌 1200여개를 동결했다"면서 "부패 혐의를 단속해 8000억달러(약 892조3200억원) 상당의 자산을 압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5위 시장에서 '배짱 영업'] - 수백명 죽고 다친 에어백 8개 차종 1만8724대 리콜 대상 한국선 1년이 넘도록 버티기.. 중국에선 35만대 리콜 시작 - 배출가스 조작 무상수리 300만대 자발적 리콜 나섰지만 한국에선 석달째 감감무소식 "늦출수록 소비자만 위험" 지적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에서 연일 판매량 신기록을 경신하면서도 차량 결함에 대한 리콜 등은 제때에 하지 않는 등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 특히 벤츠가 현재 거부하고 있는 리콜은 전 세계적으로 1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다카타 에어백' 관련이다. 이 때문에 벤츠가 소비자의 안전문제를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벤츠는 올해 1~10월 국내에서 역대 최대인 5만8606대를 팔며 국내 수입차 업계 1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 벤츠 차량이 세계에서 다섯째로 많이 팔리는 곳이고, E클래스와 S클래스 등 고가 차종에서는 중국, 미국에 이어 셋째로 많이 팔리는 곳이다.
◇다카타 에어백 리콜 않는 벤츠
일본의 다카타사(社)가 만든 에어백을 장착한 자동차는 2013년부터 전 세계에서 리콜이 진행되고 있다. 충돌 시 에어백이 작동되면서 내부 금속 파편이 튀어나와 운전자가 다칠 가능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9명이 사망했고, 200여명이 다쳤다.
우리나라도 다카타 에어백 장착 차량 11만대를 단계적으로 리콜하고 있다. 다카타 에어백을 사용하지 않는 현대·기아차와 쌍용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는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콜 요청을 받았고 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국GM, 지엠코리아 등 3개 업체는 리콜을 거부 중이다. 특히 벤츠코리아는 "벤츠 차량 중 다카타 에어백 관련 결함이 보고된 것이 없고, 문제가 된 다카타 에어백과 벤츠에 달린 에어백은 설계와 생산 공정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에어백이 장착돼 국내에 팔린 벤츠 차량은 2012년 전에 만들어진 C클래스 1만3811대, E클래스 138대, E클래스 쿠페 810대 등 8개 차종 1만8724대다. 국토부 자동차정책과 관계자는 "다카타 에어백을 장착했지만,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업체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리콜을 받아들였다"며 "하지만 벤츠 측은 리콜 요청을 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리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리콜하면서, 한국에서는 배짱
벤츠는 현재 다카타 에어백 관련 전면 리콜은 보류한 채, 차량을 판매한 국가별로 일정 대수를 리콜해 독일 본사에서 자체 에어백 안전도를 평가하고 있다. 이후 글로벌 전면 리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SLK·M클래스 284대를 대상으로 지난 2월부터 리콜을 진행했다. 하지만 실제로 리콜이 추진된 것은 137대에 불과하다.
문제는 벤츠가 중국에서는 지난달 15일 다카타 에어백 탑재 차량 35만1218대에 대한 리콜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해당 차종은 2006~2012년 생산된 SLK클래스와 A클래스로, 국내에 팔리고 있는 차와 같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현지 업체와 합작해 사업하는 벤츠 입장에서 중국에서 리콜을 안 하고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벤츠가 한·중 간 차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태경 의원(바른정당)은 지난달 19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과 한국 시장의 규모 차이로 인한 차별적 리콜 정책이 나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중국 소비자는 고객이고, 한국 소비자는 호갱이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배출가스 조작 건에 대한 무상 수리도 시행 안 해
벤츠의 '리콜 배짱'은 지난 7월 불거진 '배출가스 조작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 7월 벤츠 본사는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받자 유로5와 유로6(환경기준) 디젤 차량 약 300만대에 대해 자발적 서비스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벤츠코리아도 한국에서 판 차량 약 11만대에 대해 배출가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을 조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석 달이 넘도록 구체적인 리콜 차종 지정이나 리콜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또 환경부 자체 예비검사 결과 배출가스가 기준보다 많이 나온 차종에 대한 리콜 여부도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 정부가 벤츠의 차량 결함을 세계 최초로 발견해 리콜을 요청했었는데 그때도 벤츠코리아는 '한국에서만 먼저 리콜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리콜을 안 해도 국내 소비자가 벤츠를 사주니 한국 정부와 국내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특히 다카타 에어백은 문제가 드러난 지 4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리콜을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벤츠가 리콜을 늦출수록 국내 소비자는 주행 중 생명의 위협을 더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反)사드 요지부동 중국 한순간 입장 바꿔" 시진핑 대표 정책 브랜드 일대일로 영향 분석 일대일로,'사드보다 더 큰 사활적 국익' 판단 일대일로 인접국 중국 위상·리더십 예의주시 미·중 갈등 첨예할수록 정책실행 불확실성 커져 중국,일대일로 무시했던 美측 관심 표명 기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불거진 한중 갈등이 봉합 형식으로 일단락됐지만 이른바 3노(NO)를 둘러싼 새로운 파장이 진행 중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자국의 안보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총력을 다해 반대해오다 지난달 말 전광석화처럼 입장을 뒤집었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면서 한국 정부로부터 ①추가로 사드를 배치할 계획이 없고②미국의 미사일방어(MD)에 편입하지 않으며③한·미·일 군사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현재 기준의 입장 표명을 받아냈다.
하지만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지난 2일(현지시간) 3노는 확정적인 것이 아니고 한국 정부가 주권을 포기할 것인지 회의적이라고 밝히면서 암초를 만났다. 세 사안 모두 미국과 관련된 안보 문제라는 점에서 미국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선 이상 중국도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밀어붙이기엔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정황상 3노는 사드로 인한 갈등 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명분용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뭘까.
이와관련 외교 소식통은 6일 “중국이 사드 문제의 봉합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지난 16개월 동안 한국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었던 중국 당국의 입장이 한순간 돌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사드 봉합의 배경으로 중국의 통제권에서 벗어나려는 북한에 경고의 메시지라는 해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대북 제재의 고삐를 더 죌 것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풀이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사드 문제가 중국의 핵심 이익이 결부된 안보 사안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반대 입장을 접고 출구전략을 구사하기에는 전략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따라서 중국의 사드 봉합 결정 이면에는 사드 반대를 철회하는 때 입는 안보상 손실보다 더 큰 국익이 걸려 있다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장 유력한 현안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책 브랜드가 된 일대일로((一帶一路·유라시아를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하는 신 실크로드 정책)정책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다.
세종연구소 정재흥 박사는 “기존 일대일로 구상에는 한반도가 빠져 있었는데 당대회 이후 육상ㆍ해상에서 남북한과 일대일로를 연결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정책 기류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최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19대 중국 공산당 당대회 이후 정책 방향과 노선에 대해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일대일로는 중국 당국이 “유라시아판 마셜 플랜”이라고 포장하는 시진핑 주석의 핵심 주력 대외정책이다. 마셜 플랜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서유럽 재건 계획을 일컫는다. 일대일로 규모는 마셜 플랜의 100배가 넘는다.
일대일로는 19대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공산당 당헌에 들어갔다. 최소한 향후 5년간 이 정책에 당과 국가의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일대일로는 도로ㆍ철로ㆍ항만ㆍ공항 등 대규모 인프라를 지렛대로 삼아 유라시아 대륙ㆍ동남아ㆍ인도양ㆍ아프리카 지역에 정치ㆍ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 주변국 전략의 핵심 축이다.
중국은 이번 당대회에서 이 지역 국가들을 상대로 새로운 안보옵션을 제시해 자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대외 정책 기조를 공개했다.
전략적 도전도 만만찮다. 일대일로의 육상 노선이 러시아의 앞마당인 중앙아시아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러시아와 전략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해상 노선은 미국ㆍ인도ㆍ일본ㆍ호주의 세력권을 망라하고 있어 견제가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인도·호주와 연합해 중국을 포위하는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일대일로에 연결되는 국가들로선 중국이 이 전략 경쟁에서 어떤 위상과 리더십을 보여주는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사드 문제로 미국과 물밑 갈등을 벌이면서 한국에 경제 보복을 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외 이미지는 적잖은 타격을 입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 압박에 시달리면서 '채찍을 든 조련사 앞에서 꾀를 부릴 수 없게 된 판다'의 처지가 된 중국의 위상은 중앙아시아ㆍ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안보전략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권오중 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은 “새로운 안보 옵션으로서 중국과의 협력을 고려하는 나라들 앞에서 중국의 신뢰도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핵ㆍ미사일 고도화에 속도를 내는 북한은 공공연히 차이나 패싱을 시사하며 미국과 직접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 집권 2기를 시작한 시진핑 주석이 지난 2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축전에 답전을 보냈지만 북한은 추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등 중국의 애를 끓이고 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의 실체가 그대로 노출되는 당혹스런 상황이다. 집토끼 단속이 위태로워지면서 산토끼(일대일로) 사냥에 악영향을 미치는 비상 국면인 것이다.
게다가 중국 국내외에서 일대일로 사업의 수익성을 둘러싸고 회의론이 일면서 자금난에 불거지는 등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국내외 압박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실마리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전 사드 문제를 서둘러 봉합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 조치를 지렛대로 8일 미ㆍ중 정상회담에서 일대일로에 대한 미국의 관심 또는 공감 표명을 기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동안 미국은 일대일로의 재정 기반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지 않는 등 이 정책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연세대 국제대학원 한석희 교수는 “장기적으로 미ㆍ중간 전략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현시점에선 미국 우위의 국제 질서에 중국이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라고 선을 그었다. 한 교수는 “미ㆍ중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은 선후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현 정부의 미ㆍ중 균형 외교가 자칫 양다리 걸치기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곡동 땅과 다스 그리고 BBK 관계는 마치 수수께끼에 등장하는 미로와 같다. 오죽했으면 "그래서 다스는 누구꺼?'라는 온라인 유행어가 만들어지고 "'다스는 누구 겁니까' A부터 Z까지 세상 쉬운 설명"이라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을까.
그러나 다스 이야기는 너무나 복잡하다. 독자들도 설명을 들을 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결론부에 이르면 난마처럼 얽힌 이야기에 다시 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만다. 이것이 다스 실소유주 논쟁의 한계라 할 것이다.
1987년 처음 만들어진 다스의 매출 역사를 보면 '폭풍 성장'을 할 때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2005-2006년 MB가 서울시장을 역임했을 때이다. 공교롭게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시에서 양재동 신사옥 증축을 허가받았을 때와 겹친다.
2천억원에 불과하던 다스 매출은 MB가 현대차 양재사옥을 도운 뒤 2배로 폭발했다.
원래 그 땅가운데 일부는 유통시설부지였다. 따라서 현대차가 지금과 같은 업무용 건물을 짓는다는 건 불가능한 땅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규칙'을 개정하고 '연구시설'이라는 명목으로 사옥 증축이 가능하도록 해줬다.
당시 현대차 그룹은 연구개발 인력이 충남 아산시 등 전국에 흩어져 통합이 절실했다. 특혜 논란이 있었지만 일자리 창출 기여라는 명목으로 비켜갔다.
사실 다스가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라는 확증은 아직 없지만 의심은 차고 넘친다. 다스가 BBK 김경준에게 14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MB측근인 김재수 전 LA총영사를 동원했다는 의혹, 그리고 다스 아산공장 공장장 출신 인사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임명돼 이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 셀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정황'과 '사실'들만이 다스 실소유 의혹을 키운 건 아니다. 오히려 의혹을 잠재우지 못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 본인 탓이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큰 몫을 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탐욕'이다. 다스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 아니면 그의 형 이상득씨 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스가 'MB집안 소유'라는 점은 불변의 사실이다.
MB집안은 다스로 엄청난 '떼돈'을 벌었다. 다스는 1987년 수십억원에 불과한 회사였다. 오늘날에는 2조원을 훨씬 넘는 중견기업이 됐다. 지분 하나 없지만 이 전 대통령 아들은 다스 핵심 계열사 몇곳에서 사장 노릇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MB 집안은 몇백억, 몇천억원을 벌고도 만족하지 못했다. 옵셔널벤처스의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140억원까지 중간에서 거머 쥔 것이다. 다스로 번 돈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되는 돈이다.
미국법원은 2011년 2월 소액 주주들에게 '김경준으로부터 140억원을 돌려받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선고를 코 앞에 두고 갑자기 김경준이 140억원을 다스에 준것이다.
투자자들은 석달 전 사전 선고 결과를 예고해주는 미국 사법제도와 청와대 권력을 악용해 다스가 이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 MB나 MB집안이 소액 주주들에게 돌아갈 140억원을 탐내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양보를 했다면 소액주주들이 정권이 바뀌어 고발을 했을리 없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아흔아홉 가진 사람이 하나 가진 사람보고 백 개 채워달라 한다'는 말이 있다. 바로 MB를 두고 하는 말일지 모르겠다. 가진자가 더 가지려는 인간의 탐심은 반드시 뒤탈을 수반한다.
투자자들에게 그때 140억원을 양보했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논쟁은 다시 점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 비서관들이 다스를 위해 돈빼주는 일에 관여한 권력남용 사건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D램 대규모 증설 나서] 삼성, 생산 능력 20% 증가 전망.. SK, 투자규모 40% 가까이 확대 공급 대폭 늘려 가격 하락 유도 中 반도체업체, 정부 지원 업고 메모리 반도체 대대적 투자 D램 값 떨어뜨려 시장진입 차단
사상 최고의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글로벌 1·2위 업체인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앞다퉈 대규모 D램 생산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계속 오르는 수퍼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 수요와 공급이 역전되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이를 견디지 못하는 업체는 경쟁에서 떨어져 나가는 치킨게임 양상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하면서 후발 주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센터장은 "2000년대 초까지 20개가 넘던 세계 D램 업체들이 수차례의 치킨게임을 거치면서 삼성·하이닉스·마이크론(미국) 등 단 3곳만 살아남았다"면서 "이들이 서로를 견제하는 것은 물론 후발 주자의 진입을 막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호황기에 가격 떨어뜨리려는 한국 업체들
지난달 30일 대만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삼성이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기 위해 D램 생산량을 늘리려 하고 있다"며 "D램 가격이 더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D램 가격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뛰면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삼성전자가 오히려 D램 가격을 떨어뜨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투자자 전화 회의)에서 "화성 공장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 설비 일부를 D램 설비로 전환하고, 평택 공장 2층도 D램 증설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BoA메릴린치도 1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월간 D램 생산능력이 향후 2년간 20.3%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D램 가격을 떨어뜨리려는 이유는 시장 경쟁을 촉발시켜 후발 주자들이 쫓아올 수 있는 여지를 없애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급격히 늘려 가격을 떨어뜨리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후발 주자들은 대규모 투자를 주저하게 되고, 삼성은 이를 활용해 시장점유율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퍼 호황기를 맞아 자금 상황이 크게 좋아진 후발 주자들이 대대적인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을 삼성이 잠재적 위협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올해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7조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40% 가까이 늘렸다. 중국 우시에 있는 D램 공장의 생산능력을 조기에 두 배로 키우기 위해 투자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반면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은 시설 투자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하이닉스와 치킨게임을 해 봐야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반도체 굴기 사전 차단
반도체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D램 공급 확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起)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본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대대적인 메모리 반도체 투자에 나서고 있다. 370억위안(약 6조2900억원)을 들여 D램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중국 푸젠진화반도체는 내년 9월 D램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칭화유니그룹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D램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국 업체들의 경우 한국 기업보다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D램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면 금세 적자에 허덕이게 된다. 반도체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조개 이상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가격 변화 민감도가 매우 높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이 하락하면 이익을 낼 자신이 없는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한국 기업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