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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June 27, 2016

삼성전자에서 ‘부장님’이 사라진다 인사제도 개편 내년 3월 시행… 연공주의 타파 “스타트업처럼”

직급 7→4단계 줄이고 직원간 ‘~님’ 호칭

눈치성 야근 없애고 회의는 1시간 안에

2만6000명 의견 수렴 ‘다운톱’ 결정

오늘부터 반바지 출근 허용도

“홍길동님, 반바지가 아주 멋진데 어디서 산 거야?”
“지난 3주 간 유럽 여행 중 구했죠. 제임스, 내일 회의는 저랑 상관이 없어 불참할게요.”
앞으로 삼성전자에서 흔히 듣게 될 가상의 대화다. 반면 ‘부장님’, ‘과장님’과 같은 호칭은 들을 수 없게 된다.
상사가 퇴근을 하지 않았다고 굳이 사무실을 지킬 필요도 없어진다.
삼성전자는 27일 직급 체계 단순화와 수평적 호칭 도입을 골자로 한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3월 신생 창업 기업(스타트업)처럼 활력이 넘치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며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을 선포한 데 따른 실행 방안이다.
우선 지금까지 7단계(사원1ㆍ2ㆍ3, 대리, 과장, 차장, 부장)로 나뉘었던 수직적 직급 체계가 직무 역량 발전 정도에 따라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 1~4로 바뀐다. 고졸과 전문대졸 사원인 기존 사원 1ㆍ2는 CL1, 대졸 사원인 사원3과 대리급은 CL2, 과장ㆍ차장급은 CL3, 부장급은 CL4로 묶이는 식이다. 일단 현재 직급을 기준으로 내년 3월 일괄적으로 새 직급을 부여 받고, 이후부터 바뀐 체계에 따라 승진이 이뤄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급 자체가 네 단계로 줄었기 때문에 능력이 좋은 직원은 지금보다 빨리 승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직원 간 공통 호칭은 ‘홍길동님’처럼 ‘님’을 기본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부서 내에서는 업무 성격에 따라 ‘님’ 대신 ‘프로’나 영어 이름 등을 부를 수도 있다. 단 각 조직을 이끄는 팀장, 그룹장, 파트장, 임원 등은 직책에 ‘님’을 붙여 ‘팀장님’식으로 부른다.
회의ㆍ보고 문화도 개선하기로 했다. 회의에는 꼭 필요한 인원만 참석한다. 또 전원 발언하는 것을 원칙으로 1시간 안에 결론을 내도록 했다. 이와 함께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보고할 때는 직급을 순차적으로 거치지 않고 해당 보고와 관련 있는 모든 상사에게 동시에 보고하는 방식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상급자의 눈치를 보며 퇴근하지 않는 눈치성 잔업이나 습관성 잔업ㆍ특근 등을 없애고 휴가 역시 자신의 연간 휴가 계획을 자유롭게 수립해 원할 때 떠나는 문화를 조성하기로 했다. 당장 28일부터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것도 허용된다.
이번 인사제도는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수립됐다. 지난해 7월 사내 아이디어 공유 인터넷망인 ‘모자이크’에서 열린 대토론회에선 2만6,000여 명의 임직원이 1,200여 건의 제안과 댓글을 올렸다. 재계에선 변화를 이끄는 삼성전자의 방식이 위에서 정해 아래로 전파하는 ‘톱-다운’ 형태에서 ‘다운-톱’ 형태로 바뀐 것이라는 해석도 내 놨다. 재계 관계자는 “미 실리콘밸리식 창의적 사고와 수평적 기업 문화를 지향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며 “다른 기업으로 확산 여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성과주의의 도입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새 인사제가 성과주의를 내세우긴 했지만 여전히 시간이 지나면 승진하고 연봉도 올라가는 연공제 성격이 강해 보인다”며 “직급이 올라갈수록 회사를 위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실질적 변화가 있어야 경쟁력 제고와 창의적 조직 문화 조성이란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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