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정현정 기자)LG전자가 결국 스마트폰 사업에 대대적인 메스를 댔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1년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 지난 3월 야심차게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G5' 판매 부진이 직격탄이 됐다. G5는 세계 최초 모듈 방식을 적용한 스마트폰으로 공개 직후 큰 관심과 호평을 받으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이를 실제 판매량으로 연결시키는데 실패했다.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이례적으로 연중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보직 임원과 조직이 대폭 물갈이 됐고 조직효율화를 위해 임직원 인력재배치 작업도 현재진행형이다. 향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 재수립 필요성도 대두된다.
LG전자는 1일 MC사업본부에 PMO(Program Management Officer) 조직을 신설하고 주요 책임자를 교체하는 동시에, MC한국영업FD를 한국영업본부로 통합해 국내 가전 판매와의 시너지를 노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수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프리미엄 G·V 시리즈 집중…핵심보직 대폭 물갈이
이번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 이동으로 스마트폰 사업 핵심 보직으로 꼽히는 영업그룹장과 연구소장이 교체됐다. MC영업그룹 역할 축소에 따라 배원복 LG전자 MC 영업그룹장 부사장은 사내 TF 조직으로 이동했고, 오형훈 MC연구소장 전무는 G시리즈 차기작 'G6'(가칭) 개발을 책임지게 됐다.
MC사업본부장 직속으로 신설된 PMO는 주요 프리미엄 모델의 상품기획, 개발, 생산, 마케팅, 영업 등에 이르기까지 사업전반을 총괄하는 사업부장 개념으로 전략 제품 라인업인 G시리즈와 V시리즈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G시리즈 PMO에는 오형훈 전무(전 MC연구소장)가, V시리즈 PMO에는 하정욱 상무(전 MC연구소 MC선행상품연구소장)이 각각 선임됐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에는 각 상품기획, 개발, 생산, 마케팅 등 개발 단계별 수장이 별도로 존재하다 보니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했다"면서 "조직개편으로 이를 총괄하는 PMO 직책이 신설되면서 생산부터 마케팅까지 총괄하는 매트릭스 조직이 돼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라인업과 함께 K시리즈와 X시리즈 등 보급형 라인업을 책임지는 조직도 별도로 신설됐다. 최근 LG전자는 국내외에 X스킨과 X캠 등 X시리즈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보급형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MC연구소 PM을 맡았던 박용천 상무가 신설된 MC BTD BD로 자리를 옮겼다. 박 상무가 옮겨간 BTD는 보급형 스마트폰 개발과 생산 등을 책임지는 부서다.
이와 함께 오는 18일부로 MC한국영업FD를 한국영업본부에 통합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TV(HE사업본부)와 생활가전(H&A사업본부) 국내 영업은 최상규 사장이 이끄는 한국영업본부가 맡아왔지만 MC사업본부의 경우 MC영업그룹에서 별도로 국내외 영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MC한국영업은 한국영업본부가 맡고 있는 가전 영업과의 시너지를 이뤄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유통과 영업의 역량을 강화한다.
기존 MC영업그룹은 국내영업을 떼어내면서 MC해외영업그룹으로 역할이 변경된다. 특히 LG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북미 영업에 집중하게 된다. MC해외영업그룹장에는 이연모 전무(전 MC북미영업FD담당)가 선임됐다. MC북미영업FD는 마창민 전무(전 MC미국마케팅FD담당)가 맡는다.
이밖에 MC선행상품연구소, MC품질경영FD, MC마케팅커뮤니케이션FD 등은 본부장 직속 조직으로 변경했다. 또 MC연구소장에는 김형정 전무(전 MC연구소 TE그룹장)를 임명했다. MC선행상품연구소장은 MC상품기획그룹장인 김홍주 상무가 겸임한다.
이와 함께 지난달부터 MC사업본부는 1천명 규모의 인력에 대해 사내 및 계열사 내 재배치도 추진해왔다. 지난해부터 수시로 진행되던 인력재배치 작업을 조준호 MC사업본부장 사장이 직원들에게 직접 보낸 이메일을 통해 공식화하면서 추가로 대규모 인력 이동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분기까지 7천321명 규모였던 MC사업본부 전체 임직원은 6천명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호평받았던 G5의 부진…왜?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지난 1분기 2천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분기째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 2분기 역시 전략 모델 G5 출시 효과에도 불구 증권가에서는 1천억원 안팎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스마트폰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대를 모았던 G5 판매량이 당초 예상 350만대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라면서 "2분기 턴어라운드를 기대했던 MC사업부실적은 1천10억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 'G시리즈'의 5번째 모델인 G5는 세계 최초로 디바이스 간 결합을 지원하는 '모듈 방식(Modular Type)'을 적용해 전문가와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출시 시기와 출시 초반 수율 확보 어려움으로 인한 공급 물량 부족으로 호평이 판매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G5는 초기 공개시점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출시 시점과 적정 수율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판매량 부진의 주요인으로 판단된다"면서 "또 최초로 전체 메탈 소재 및 모듈 형태 적용, 글로벌 동시 출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초기 낮은 수율로 적정한 물량을 공급하지 못한 점도 배경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G5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삼성전자 갤럭시S7와 같은날 공개됐다. 하지만 갤럭시S7이 3월 11일 글로벌 출시되면서 애플 판매 부진의 반사이익와 대기 수요를 초기 수준에 선점한 것과 달리 G5는 20일 늦은 3월 31일 국내, 4월 초에 글로벌 출시되면서 마케팅이 늦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단통법 이후 프리미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투톱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LG전자의 포지션이 애매해졌고, 해외에서도 그동안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북미 시장에서 V10과 G5 판매량이 잇따라 목표 대비 부진에 빠지면서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당초 350만대 규모로 예상됐던 G5 2분기 판매량은 최근 200만~250만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된 상태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향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G5의 성공 여부는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의 열쇠는 아니었을 것”이라면서 “스마트폰 산업의 성장률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고,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는 환경을 감안한 비즈니스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며 LG전자 스마트폰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과 서플라이 체인 관리, 마케팅 전략 등에 대해서 제로 베이스에서의 객관적이고도 철저한 분석과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정현정 기자(iam@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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