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쉽지 않은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한진해운도 협상 과정과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진해운은 이제 현대상선이 지난 3개월간 벌여온 협상 과정을 고스란히 밟아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현대상선 보다 1곳 많은 23곳과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
조디악, 다나오스 등 일부 겹치는 선사도 있지만, 한진해운은 주로 독일국적의 중소규모 용선주들과 다양한 형태로 용선 계약을 맺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해운업계와 각 용선주별 홈페이지 게재 내용을 취합한 결과, 한진해운은 그리스의 다나오스로부터 가장 많은 배를 빌려왔다.
다나오스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1만TEU급 3척과 3000TEU급 5척을 용선 계약한 상태다. 다음으로는 캐나다 용선주인 시스팬으로부터 1만 TEU급 7척을 빌려왔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시스팬은 일일 4만3000달러의 고정 요율로 10년간 배를 빌려주고 있다. 그외 독일 국적의 콘티(Conti Reederei)사와 6척의 용선 계약을 체결했고, 독일의 피터 돌레(Peter Dohle), 일본의 산토쿠, 터키의 지네르 등에서 배를 빌려쓰고 있다.
현대상선이 현재 협상중인 용선주와는 3곳 정도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은 현대상선에 이어 그리스의 다나오스, 영국의 조디악, 그리스의 나비오스와 용선료 협상을 벌여야 한다. 다만 현대상선이 끝까지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디악으로부터는 1척의 배만 빌려, 상대적으로 협상 부담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용선주들의 구성이 다양하다. 현대상선은 그리스 선주들 위주로 배를 빌린 반면, 한진해운은 주로 독일에서 중소규모의 용선주들로부터 배를 빌려왔고 캐나다, 터키, 일본, 영국,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적 용선주들이 포진했다. 한진해운 협상팀 입장에선 전세계를 넘나들면서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용선주 중에는 싱가포르의 선박펀드인 RMT(Rickmers Maritime Trust)도 포함돼 있었다. RTM은 4250TEU의 선박 4척을 용선해주고 있다.
시스팬과의 용선 형태도 복잡하다. 3척은 시스팬이 소유한 선박이고, 4척은 시스팬과 다른 2곳의 투자자들이 설립한 투자사 ‘GCI(Greater China Intermodal Investments)’를 대신해 시스팬이 관리하고 있는 형태다. 표면적으로는 시스팬 1곳과의 협상이지만, 실제 협상 과정에서는 보다 복잡한 의견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소규모의 용선주를 상대로 다양한 협상을 벌여야 하는 여건이 시간상으로는 불리하지만 협상 측면에서는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은 7월말까지 협상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면서도 ”상대적으로 대형 용선주들보단 중소 규모의 용선주들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떠앉을 여력이 없어서 협상이 수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용선료 협상을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진행을 위해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조건으로 앞세웠다. 데드라인은 7월말~8월초로 거론된다. 만일 용선료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무조건 법정관리라는 원칙을 정해놓은 상태다.
때문에 한진해운이 나머지 조건인 해운동맹 가입과 채무재조정에 성공한다해도, 용선료 협상이 불발되면 무용지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용선료 인하 협상이라는건 전세계 해운업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라며 “과거 이스라엘 해운사 ZIM이 유일하게 인하에 성공한적 있지만, 일부 선주들과의 조정이었지 우리처럼 22개, 23개 선주들과 협상을 이뤄내야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고 협상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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