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이슈팀 장은선 기자] [편집자주] 경제생활에서 최선은 좋은 선택입니다.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선 우선 ‘비교’를 잘해야 합니다. 값싸고 질좋은 물건을 찾아내기 위해서죠. 경기 불황 탓에 이런 ‘가격대비 성능’(가성비)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의 현명하고 행복한 소비를 위해 대신 발품을 팔기로 했습니다. 넘쳐나는 제품과 서비스, 정보 홍수 속에서 주머니를 덜 허전하게 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작은(小) 범위에서 깊게(深)’ 파헤쳐 보겠습니다.
[[소심한경제 ①] 와인행사 때마다 대폭 할인…소비자들 "왠지 속는 느낌"]
# A씨(50대·주부)는 백화점에서 와인을 자주 사서 마신다. 와인을 기존 가격에 30% 이상 할인해서 판다는 백화점 광고 전단지를 보고 아침부터 서둘러 나섰다. 하지만 10병 한정 수량으로 파는 그 와인은 이미 매진됐다.
결국 행사장에 진열된 다른 와인들로 눈을 돌렸다. 10만원짜리 와인을 1만5000원에, 8만원짜리 와인을 1만원에 판매했다. A씨는 급한 마음에 와인을 얼른 구매했다. 와인 너댓병을 사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A씨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와인들은 정말 10만원짜리가 맞는 걸까? 이렇게 싸게 팔 수 있는 걸 그동안 10만원에 팔았던 이유는 뭐지?
결국 행사장에 진열된 다른 와인들로 눈을 돌렸다. 10만원짜리 와인을 1만5000원에, 8만원짜리 와인을 1만원에 판매했다. A씨는 급한 마음에 와인을 얼른 구매했다. 와인 너댓병을 사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A씨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와인들은 정말 10만원짜리가 맞는 걸까? 이렇게 싸게 팔 수 있는 걸 그동안 10만원에 팔았던 이유는 뭐지?
'고급'술로 인식되던 와인이 점점 대중화되고 있다. 예의차린 선물용 술로 인식되던 와인에서 자신이 가볍게 즐기기 위해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다른 상품들보다 유독 널뛰는 와인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분별한 할인 행사와 와인에 대한 소비자와 판매자의 '비대칭적 정보'로 와인 가격 체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와인 수입 규모는 5년새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와인협회에 따르면 2011년 2906만1573병에서 4년뒤인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4130만1120병을 기록했다. 덩달아 약 3000억원 규모였던 와인 시장도 약 7000억원까지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와인 시장 성장세가 꾸준히 유지된다면 3년 뒤 한국 와인 시장 규모는 1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확대될수록 소비자들의 불만도 늘어가고 있다. 와인 가격의 변동성이 점차 커지자 소비자들이 와인을 믿고 사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와인을 즐거 먹는 30대 회사원 이모씨는 "같은 와인 가격이 마트, 백화점, 소매상마다 다 다른 경우가 많고 대규모 할인행사를 너무 자주한다"며 "행사때 싸게 산다고 생각하고 구매를 하긴 하지만 실제 가격이 얼마인지 모르니 왠지 모르게 속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일한 와인인데도 판매사마다 가격 차이가 있었다. 각 수입사별 가장 많이 판매된 와인들 중 2개를 선정해 비교한 결과, 1865 싱글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은 백화점에서 5만5000원, 대형마트에선 4만5800원, 소매점에서는 3만원에서 3만2000원에 판매됐다. 백화점에서 할인행사가 진행될 경우 3만70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와인 중 하나인 몬테스알파 까르베네 소비뇽은 백화점에서 4만8000원에, 대형마트는 3만8000원, 소매점에선 2만8000원에서 3만원에 팔린다. 백화점에서 할인할 경우 3만5000원에 판다.
와인협회 관계자는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는 와인의 경우 유통사마다 가격 차는 크지 않은 편이지만 와인 가격에 임대료와 인건비 등이 포함되는 경우 그에 따른 가격 차이는 있다"고 말했다.
소믈리에 출신인 한 업계 관계자는 "소매점에서 구매하는 것이 저렴하지만 대형 유통사나 마트에서 할인행사를 진행할 경우에는 그 차이가 많이 안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백화점에서 대체로 할인할 때에는 유명 와인을 미끼상품으로 갖다 두고 다른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할인행사를 해 와인을 싸게 사게 되더라도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체로 사람들이 와인행사 때 대폭 할인된 가격을 싸다고 생각하고 사가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2만원에 팔 수 있는 와인을 10만원에 팔았다는 것 자체에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에 와인이 그 가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부풀린 후 대폭 할인해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상품이 단종되거나 수입이 중단돼 빨리 재고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 아주 저렴하게 팔 수 있지만 대체로 잘 안팔린 와인이나 인기가 없는 와인을 판촉행사 때 끼워놓고 그쪽으로 판매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와인협회 관계자는 "대형 유통망에서는 수익을 내기 좋은 와인 할인행사를 자주 여는데 이 때문에 와인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와인 선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영 기자 mylee@mt.co.kr, 이슈팀 장은선 기자 jd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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