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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pril 25, 2016

해운업 파국, 누구 책임인가? [해설] 세계경기 불황, 정부의 무책임, 총수의 도덕적 해이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주요 산업이 대부분 늪에 빠졌다. 수출을 주도했던 품목들이다. 특히 위험한 다섯 가지를, 정부는 5대 취약업종이라고 부른다. 해운, 조선, 철강, 석유화학, 건설이다.  

가장 심각한 게 해운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주식 거래 정지 상태다. 한진해운은 25일 채권단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했다. 양대 해운사가 모두 경영권을 내놓은 상태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우선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 그 속에서 국내 해운업체는 '상투'를 잡았다. 아울러 정부와 경영진의 무책임, 무능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해운업은 배를 빌려주고 수수료(운임)를 받는 사업이다. 무역이 활발해야 돈을 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지금껏, 세계 경기가 확 살아나는 기미는 없다. 설령 앞으로 세계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도, 해운업이 얼마나 혜택을 볼지는 모호하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제조업의 '리쇼어링(reshoring)'을 추진한다. 해외로 나가 있던 공장을 국내로 불러들인다는 뜻이다. 배에 부품을 싣고, 조립 공장으로 보낸 뒤, 완제품을 다시 선진국 시장에 배로 실어 나르는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배를 이용할 일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3D프린터' 활용 증가 역시 길게 보면 악재다. 부품과 반제품을 이리저리 옮겨야 할 필요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너무 비싼 용선료, '상투' 잡았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용선료' 문제가 있다. 이게 핵심이다. 해운업체가 빌려주는 배는 크게 두 종류다. 자기 배, 아니면 남에게 빌린 배다.  

후자가 더 많다. 은행업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은행 역시 남에게 빌린 돈을 다시 빌려주고 차액을 남긴다. 은행은 단기로 돈을 빌려와서 장기로 빌려주는 반면, 해운업체는 장기로 배를 빌려와서 단기로 빌려준다는 점이 다르다. 단기 금리가 급등하면, 은행이 위험해진다. 해운산업도 마찬가지다. 해운업체가 선주(배를 갖고 있는 회사)에게서 배를 빌리는 비용을 용선료라고 한다. 그게 너무 비싸면, 해운업체가 망한다. 지금이 딱 그렇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매출 5조7000억 원 중 2조 원을 용선료로 썼다. 매출 가운데 3분의 1을 웃도는 규모다. 한진해운도 지난해 매출 7조7000억 원 중 약 1조 원을 용선료로 냈다. 올해도 약 9288억 원을 용선료로 내야 하는 한진해운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지불해야 할 용선료가 총 2조998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용선료가 비싼 데는 이유가 있다. 이들 해운업체가 선사와 용선 계약을 맺은 시점이 2008년 금융위기 전이었다. 금융위기가 올 줄 몰랐을 때이므로, 용선 수요가 컸다. 당연히 용선료도 높았다. 선주들은 장기계약을 하면 용선료를 깎아준다고 했다. 국내 해운업체들은 장기계약을 맺었다.  

금융위기 이후 물동량이 확 줄었다. 운임도 떨어졌다. 하지만 장기계약 용선료는, 금융위기 전 수준 그대로다. 국내 해운업체는 세계 무역이 활발하던 시기 용선료 '상투'를 잡은 꼴이 됐다. 높은 용선료를 내면서 빌린 배를, 낮은 운임에 화주에게 빌려주는 사업. 오래 버티기 힘든 게 당연하다.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해운업체들은 오는 5월께 선주들과 용선료 재협상을 시도할 계획이다. 해운업체가 망하면, 선주에게도 부담이므로 용선료를 깎아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시도가 성공하면, 해운업체에선 숨통이 트인다.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 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대상선을 콕 짚어 거론했다. 그는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결과가 중요한데 잘 될지 자신할 수 없다"면서 "기업구조 조정 상황이 어떤지 다시 한 번 보겠다. 구조조정을 더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대책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정부의 책임은 없나. 그건 아니다. 용선료 부담에 취약한 구조가 된 것 자체가 정부 탓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있었다. 이듬해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강력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재벌의 문어발 경영이 위기를 불렀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재벌의 지나친 차입 경영은 분명히 문제였다. 그러나 업종의 차이를 무시한 대책은 위험했다. 당시 정부는 대기업 부채 비율 200%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해운업체는 구조적으로 부채 비율이 높기 마련이다. 자기 배를 갖고 있는 경우, 그게 온전히 자기자본인 건 아니다. 자동차 살 때 할부금융을 이용하듯, 배를 짓거나 사들일 때도 돈을 빌린다. 이런 특징은 고려되지 않았다. 해운업체 역시 부채 비율 200%를 맞춰야 했다. 결국 갖고 있던 배를 팔아서 현금을 마련했다. 남의 배를 빌려서 영업하는 구조가 더 견고해진 셈이다. 용선료 등락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다. 그 대가를 지금 치른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정책 역시 역효과만 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중고선박 매입 프로그램을 운용했다. 해운업체가 갖고 있는 배를, 한국자산공사(KAMCO)를 통해 사들인 뒤 해운업체에 다시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당장 돈이 급한 해운업체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돈을 마련할 수 있다. 한국자산공사가 외국 선주 역할을 대신 한 셈이다. 당시 한국자산공사가 배를 사들이는 값은 되도록 깎고, 해운업체에게 요구한 금리는 높게 잡았다. 한국자산공사가 포함된 공공 부문 재정 건전성 측면에선 좋은 일이지만, 기업을 지원한다는 산업 정책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시장주의 정부의 한계로도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비슷한 정책을 썼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산업은행이 사들였다. 해운업체의 숨통을 틔워주려는 조치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리고 다시 돈을 빌려줬는데, 기존 금리의 두 배(10~12%)를 요구했다. 해운업체의 자금난은 더 심해졌다. 지난해 말, 정부는 12억 달러(1조4000억 원) 규모의 선박펀드 조성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해운업체 입장에선 '그림의 떡'이었다. '부채비율 400% 이하'라는 조건을 맞춰야만 이용할 수 있는 펀드였던 탓이다.  

총수 일가 경영권 집착이 부실 키웠다 

역대 정부의 이런 정책을 마냥 비난하긴 어렵다. 기업 총수 일가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탓이다. 이 문제 해결 없이 해운업체를 지원하기만 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현대상선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300억 원 사재 출연과 함께 경영권 포기 선언을 했다. 현대증권 매각 등 자구 노력도 진행 중이다. 현대그룹에서 그나마 돈을 버는 기업이 현대증권이다. 알짜 계열사를 진작 팔아서 자금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그게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회장이 현대증권에 집착한 만큼, 정부가 지원할 명분도 약해졌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11월 논평에서 해운업체 구조조정이 지연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배주주의 경영권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꼽았다. 현정은 회장은 간판 계열사인 현대상선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그간 온갖 무리수를 뒀다. 예컨대 현대상선과 무리한 파생상품 계약을 했던 현대엘리베이터는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이 같은 불법, 탈법 행위에 대해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던 정부가 뒤늦게 구조조정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불신을 부른다는 설명이다.  
▲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전 한진해운 회장)ⓒ연합뉴스
한진해운 총수 일가의 도덕적 해이는 막장 수준이다. 한진해운은 고(故) 조수호 전 회장이 경영했었다. 조 전 회장은 조중훈 전 한진그룹 창업주의 삼남이다. 조중훈 창업주가 지난 2002년 사망한 뒤, 조수호 전 회장이 한진해운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조수호 전 회장 역시 지난 2006년 갑자기 사망했다. 그러자 조 전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한진해운 회장이 됐다. 최은영 회장은 그 전까지 가정 주부였다. 아무런 경영수업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후 한진해운은 경영 상태가 계속 나빠졌고, 지난 2014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조양호 회장은 조중훈 창업주의 장남이다. 최 회장에겐 시숙이 되는 셈. 

그간 한진해운은 조양호 회장의 지원으로 유지돼 왔다. 조 회장이 1조 원 가량을 지원했다. 그러나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역시 자금 사정이 나빠진 상태다. 계속 지원할 여력이 없다. 

결국 조 회장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진해운 경영권을 채권단에 넘긴다는 것이다. 발표 시점은 지난 22일이다. 그 전에 한진해운 기존 대주주 일가와 상의했을 게다. 조 회장의 제수에 해당하는 최 회장은 그 내용을 알았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최 회장과 그의 자녀들(조유경, 조유홍 씨)은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전부를 팔았다. 한진해운 주식은 22일 발표 이후 폭락했다. 그걸 피하려는 조치였다고 보인다. 이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불법 행위일 수 있다. 마침 금융감독위원회가 25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총수 일가가 회피한 손해는 결국 개미 투자자가 뒤집어쓰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가 이런 행태를 보이는 한, 정부의 지원은 명분을 얻기 힘들다.

일자리 잃어버릴 글로벌 인재들, 지금 무슨 생각할까 

안타까운 건 직원들이다. 경영권을 채권단에게 넘긴다는 건, 빚을 갚는 게 경영의 최우선 목표가 된다는 뜻이다. 구조조정이 필연이다. 해운업체에는 외국어가 능하고 국제경제에 밝은 인재가 많다. 이들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며, 재취업 역시 어려울 전망이다. 거의 모든 수출 산업에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기 때문. 해운업체 직원이 가진 전문성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다.  

이 와중에 경영을 망친 총수 일가는 피해를 떠넘길 궁리만 했다. 거리에 나앉을 직원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8만원짜리 와인을 1만원에..' 진짜 와인가격은 얼마? [소심한경제 ①] 와인행사 때마다 대폭 할인..소비자들 "왠지 속는 느낌"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이슈팀 장은선 기자] [편집자주] 경제생활에서 최선은 좋은 선택입니다.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선 우선 ‘비교’를 잘해야 합니다. 값싸고 질좋은 물건을 찾아내기 위해서죠. 경기 불황 탓에 이런 ‘가격대비 성능’(가성비)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의 현명하고 행복한 소비를 위해 대신 발품을 팔기로 했습니다. 넘쳐나는 제품과 서비스, 정보 홍수 속에서 주머니를 덜 허전하게 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작은(小) 범위에서 깊게(深)’ 파헤쳐 보겠습니다.
[[소심한경제 ①] 와인행사 때마다 대폭 할인…소비자들 "왠지 속는 느낌"]
백화점에 진열돼 있는 와인. /사진=장은선 이슈팀 기자
백화점에 진열돼 있는 와인. /사진=장은선 이슈팀 기자
# A씨(50대·주부)는 백화점에서 와인을 자주 사서 마신다. 와인을 기존 가격에 30% 이상 할인해서 판다는 백화점 광고 전단지를 보고 아침부터 서둘러 나섰다. 하지만 10병 한정 수량으로 파는 그 와인은 이미 매진됐다.

결국 행사장에 진열된 다른 와인들로 눈을 돌렸다. 10만원짜리 와인을 1만5000원에, 8만원짜리 와인을 1만원에 판매했다. A씨는 급한 마음에 와인을 얼른 구매했다. 와인 너댓병을 사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A씨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와인들은 정말 10만원짜리가 맞는 걸까? 이렇게 싸게 팔 수 있는 걸 그동안 10만원에 팔았던 이유는 뭐지?
'고급'술로 인식되던 와인이 점점 대중화되고 있다. 예의차린 선물용 술로 인식되던 와인에서 자신이 가볍게 즐기기 위해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다른 상품들보다 유독 널뛰는 와인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분별한 할인 행사와 와인에 대한 소비자와 판매자의 '비대칭적 정보'로 와인 가격 체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와인 수입 규모는 5년새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와인협회에 따르면 2011년 2906만1573병에서 4년뒤인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4130만1120병을 기록했다. 덩달아 약 3000억원 규모였던 와인 시장도 약 7000억원까지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와인 시장 성장세가 꾸준히 유지된다면 3년 뒤 한국 와인 시장 규모는 1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확대될수록 소비자들의 불만도 늘어가고 있다. 와인 가격의 변동성이 점차 커지자 소비자들이 와인을 믿고 사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와인을 즐거 먹는 30대 회사원 이모씨는 "같은 와인 가격이 마트, 백화점, 소매상마다 다 다른 경우가 많고 대규모 할인행사를 너무 자주한다"며 "행사때 싸게 산다고 생각하고 구매를 하긴 하지만 실제 가격이 얼마인지 모르니 왠지 모르게 속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일한 와인인데도 판매사마다 가격 차이가 있었다. 각 수입사별 가장 많이 판매된 와인들 중 2개를 선정해 비교한 결과, 1865 싱글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은 백화점에서 5만5000원, 대형마트에선 4만5800원, 소매점에서는 3만원에서 3만2000원에 판매됐다. 백화점에서 할인행사가 진행될 경우 3만70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와인 중 하나인 몬테스알파 까르베네 소비뇽은 백화점에서 4만8000원에, 대형마트는 3만8000원, 소매점에선 2만8000원에서 3만원에 팔린다. 백화점에서 할인할 경우 3만5000원에 판다.
와인협회 관계자는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는 와인의 경우 유통사마다 가격 차는 크지 않은 편이지만 와인 가격에 임대료와 인건비 등이 포함되는 경우 그에 따른 가격 차이는 있다"고 말했다.
소믈리에 출신인 한 업계 관계자는 "소매점에서 구매하는 것이 저렴하지만 대형 유통사나 마트에서 할인행사를 진행할 경우에는 그 차이가 많이 안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백화점에서 대체로 할인할 때에는 유명 와인을 미끼상품으로 갖다 두고 다른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할인행사를 해 와인을 싸게 사게 되더라도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체로 사람들이 와인행사 때 대폭 할인된 가격을 싸다고 생각하고 사가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2만원에 팔 수 있는 와인을 10만원에 팔았다는 것 자체에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에 와인이 그 가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부풀린 후 대폭 할인해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상품이 단종되거나 수입이 중단돼 빨리 재고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 아주 저렴하게 팔 수 있지만 대체로 잘 안팔린 와인이나 인기가 없는 와인을 판촉행사 때 끼워놓고 그쪽으로 판매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와인협회 관계자는 "대형 유통망에서는 수익을 내기 좋은 와인 할인행사를 자주 여는데 이 때문에 와인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와인 선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영 기자 mylee@mt.co.kr, 이슈팀 장은선 기자 jdd2

Sunday, April 24, 2016

선관위 말대로 했는데...총선넷 고발은 정치탄압 서울시선관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안진걸 등 12명 고발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이하 총선넷)가 21일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서울시선관위)가 ‘2016 총선 시민네트워크’ 안진걸 공동운영위원장과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 등 4.13 총선에서 최악의 후보 10명을 선정하고 낙선운동을 벌인 시민단체 활동가 12명을 검찰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12일 총선넷이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온라인상에서 전국유권자를 상대로 최악의 후보, 최고의 정책 등을 투표로 선정·발표한 것과 오세훈 후보자 지역구 등 9곳 선거사무소 앞에서‘낙선투어’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총선넷은 보도자료에서 "Worst10 후보 선정 온라인투표는 여론조사로 볼 수 없다. 선관위의 자문 받아 진행한 기자회견에 대한 고발은 억지”라며 서울시선관위의 고발은 시민사회단체의 정당한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개입으로서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고주장했다.

총선넷은 “특히 선거법 제108조 1항의 여론조사란‘특정 지역구’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후보 간 선호를 알기 위한 조사를 의미한다고 볼 때 특정 지역구가 아닌 전국적인 여야 후보 중에서 몇몇을 선정한 것은 위 신고대상 여론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서울시선관위가 선거법 제108조의 규율을 받는 여론조사라고 주장하면서 검찰에 고발까지 한 것은 공정하지 못한 여론조사의 진행과 공표를 막자는 선거법의 취지를 확대 해석해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선거 참여를 가로막는 억지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총선넷은 또 “서울시 선관위는 오세훈 후보자의 지역구 등 9곳에서 이른바 ‘낙선투어’기자회견을 한 것이 선거법 제93조의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 도화의 배부 게시 등 금지조항을 위반했다고 고발했다”며 “하지만 서울시선관위는 총선넷이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후보자 이름, 정당명을 명기한 문서 등의 배포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으니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총선넷은 이를 충실하게 따랐다”고 말했다.

총선넷은 "이번 서울시선관위의 고발은 규제일변도의 선거법 하에서 유권자가 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거운동조차도 불법으로 몰아 유권자의 선거의 자유를 제약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 선관위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제약하려는 고발은 즉각 철회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총선넷 입장 전문, 

서울시 선관위의 2016총선넷 고발에 대한 입장
Worst10 후보 선정 온라인투표는 여론조사로 볼 수 없어
선관위의 자문 받아 진행한 기자회견에 대한 고발은 억지
유권자의 정당한 권리 침해하는 선관위에 법적으로 맞설 것
 
1,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서울시선관위)는 2016총선넷이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온라인상 전국유권자를 상대로 최악의 후보, 최고의 정책 등을 투표로 선정·발표한 것과 오세훈 후보자의 지역구 등 9곳의 선거사무소 앞에서‘낙선투어’기자회견 등을 개최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며 안진걸 2016총선넷 공동운영위원장(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과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을 지난 4월 12일 검찰에 고발(별첨 선관위 공문 참조)하였다. 그러나 총선넷은 서울시선관위의 고발은 시민사회단체의 정당한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개입으로서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2. 먼저 지난 4월 2일부터 2016총선넷이 전국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최악의 후보 10인, 최고의 정책 10개의 선호도 투표는 선거법에서 신고대상으로 정한 여론조사라고 할 수 없다. 여론조사를 금하고 있는 선거법 제108조 제1항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Worst10, Best10 온라인 폴은 2016총선넷이 부적격 후보자에 대한 심판운동과 20대 국회 구성 이후 시민사회와 시민들의 요구를 국회에서 실현할 것을 약속하도록 하기 위한‘약속운동’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이다. 특히 Worst10 투표는 총선넷이 선정한 ‘집중심판대상자’ 35명 중 가장 집중적으로 심판할 대상을 뽑아달라는 온라인 낙천낙선운동일 뿐“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 또는 인기투표나  모의투표”로 볼 수 없다.
 
특히 선거법 제108조 1항의 여론조사란‘특정 지역구’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후보 간 선호를 알기 위한 조사를 의미한다고 볼 때 특정 지역구가 아닌 전국적인 여야 후보 중에서 몇몇을 선정한 것은 위 신고대상 여론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울시선관위가 선거법 제108조의 규율을 받는 여론조사라고 주장하면서 검찰에 고발까지 한 것은 공정하지 못한 여론조사의 진행과 공표를 막자는 선거법의 취지를 확대 해석해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선거 참여를 가로막는 억지가 아닐 수 없다.
 
3. 총선넷은 서울시 선관위 지침을 따랐을 뿐이다. 서울시 선관위는 오세훈 후보자의 지역구 등 9곳에서 이른바 ‘낙선투어’기자회견을 한 것이 선거법 제93조의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 도화의 배부 게시 등 금지조항을 위반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시선관위는 2016총선넷이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후보자 이름, 정당명을 명기한 문서 등의 배포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으니 자제해달라고 요청하였고, 이에 총선넷은 이를 충실하게 따랐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선거법 제93조 위반이라고 고발한 것은 공적기관으로서 공신력 있는 태도로 보기 어렵고 앞뒤도 맞지 않는다. 
 
4. 선거관리에 충실해야할 선과위가 오히려 유권자들의 선거운동을 제약하고 있다. 한편,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의 유권자들의 선거운동 등에 대한 규제와 간섭은 단지 2016총선넷의 활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선관위는 용산참사의 책임자인 김석기 후보의 낙천과 낙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유로 용산참사 유가족과 용산참사진상규명위 관계자들 9명을 고발했고, 경찰은 공천부적격자에 대해 공천을 반대한다는 피켓팅을 했다는 이유로 2016총선청년네트워크 관계자 2명을 수사하고 소환을 통보한 상황이다.
 
5. 선거의 주인공은 유권자여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또한 선거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이냐 아니냐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거운동이 제대로 보장되느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선거법은 규제일변도여서 유권자의 선거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번 서울시선관위의 고발은 규제일변도의 선거법 하에서 유권자가 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거운동조차도 불법으로 몰아 유권자의 선거의 자유를 제약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 선관위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제약하려는 고발은 즉각 철회하여야 한다. 2016총선넷과 2016총선넷 법률지원단은 이번 선관위의 자의적인 해석과 고발조치에 대해서 공익변호인단을 구성해 단호하게 맞설 것이다

정의가 바로 서야 경제가 산다 정의를 향하여 돌진하는 돈키호테, 버니 샌더스를 생각하며....



눈만 뜨면 기득권자들의 가당찮은 ‘갑질’이 기사거리가 되고, “아프니까 청춘이다”, “청년 일자리가 없으면 중동으로 진출하라” 그 허튼소리에 비분강개한 ‘청춘’과 힘없는 ‘을’들은 억장이 무너지고 속절없이 맥이 빠진다. 이렇게 정의롭지 못한 양극화, 불평등이 심해지고, 그래서 힘없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이 갈수록 버거워지고 있다. 그런 오늘 4월 23일이 세계적인 대문호 영국의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스페인의 미셀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가 1616년, 세상을 뜬지 4백주기가 되는 날이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친숙하기까지 한 위대한 셰익스피어를 능가하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근대소설의 효시(알베르 티보데), “온 세상을 뒤집어 봐도 ‘돈키호테’보다 더 지고하고 박진감 넘치는 픽션은 없다”(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그 찬사를 뛰어넘어 성서 다음으로 칠 정도의 불후의 명작이 바로 ‘돈키호테’다.  

에스파니아의 전성기가 저물어가는 시기에 살았던 세르반테스의 일생은 순탄치 않았지만, 결코 좌절하여 포기하지 않고 분투하는 삶을 살았다. 젊은 시절 지원입대하여 레판토 해전에서 승리하였으나, 부상을 당해 평생토록 왼팔을 쓸 수 없게 된다. 이후에도 줄곧 이어지는 시련과 역경에 굴하지 않았고, 그 불타는 전의, 결기로 쉰 살의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옥중에서 돈키호테를 탄생시켰던 것이다.

라만차라는 시골에서 허송세월하던 나이 많은 이달고(몰락한 귀족) 키하노가 기사소설을 읽고 대오각성하여 편력 기사가 되어 불의와 맞서 싸우겠다는 결심을 한다. 미쳤다고 했지만, 나흘을 생각하여 그와 함께 할 말에게 일하는 말 ‘로신’, 앞이라는 뜻의 ‘안테’, 즉 으뜸가는 명마 ‘로시난테’로 명명하고, 자신의 이름은 여드레 동안이나 고심한 끝에 귀족의 칭호 ‘돈’, 갑옷의 국부보호대 ’키호테’, 출신지 ‘라만차’를 나타내는 ‘돈 키호테 데 라만차’로 지었으니 어찌 단순하게 미쳤다 할 것인가?

실은 자신의 과업목표(task goal)를 위하여 미치기로 작정하였을 것이다. 당시에 스페인의 법령은 가난하거나 미친 사람은 기사임명을 금지시켰으나 돈키호테에게는 그것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못했다. 극적으로 기사서품식을 거행한 후 당당하게 목적지를 향해 길을 떠난다. 그렇듯 돈키호테는 누가 뭐래도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신념에 따라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정의를 위하여 분투하라!” 절대선을 향하여 나아가는 자에게는 ‘안일과 휴식은 없다’ 이 엄중한 돈키호테의 좌우명은 곧 세르반테스의 신념이기도 한 것이다. 미친 키하노, 그래서 정의의 기사 돈키호테가 된 그는 불광불급(不狂不及), 그 굳건한 의지와 불타는 열정으로 세상에 만연한 불의를 타파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사명의식을 다진다. 의식의 대전환을 통하여 기사보다 훨씬 더한 ‘기사도 정신’에 투철한 기사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산전수전 다 겪으며 세상의 진리를 터득한 작가 세르반테스의 분신. 긴 창을 높이 치켜들고 거대한 풍차를 향하여 거침없이 돌진하는 돈키호테는 ‘정의’의 화신이다(미국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를 생각케 한다. 고군분투, 전력투구하는 불굴의 노장은 창조적 도전과 신념과 의지로써 이미 ‘역사적 의미’의 승리를 거두었으므로 부디 무운장구하기를 빈다).

“나는 행동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고향을 떠났다. 땅을 저당 잡혔다. 안락을 버리고 자신을 운명의 손에 맡긴 채 운명이 이끄는 대로 나아갈 따름이다. 나는 지금, 사라져버린 기사도를 다시 부흥시키고자 노력하며, 오랜 동안 여기서 넘어지고 저기서 쓰러지며, 이곳에서 주저앉았다가 저곳에서 다시 일어서며, 과부를 구하고 처녀를 지키며 유부녀와 고아들을 돕는다”(돈키호테)

 사진 출처 오마이 뉴스

그런데, 이처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야댱인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가 안타깝게도 천민자본주의가 획책하는 네거티브 전략과, 이에 동조하는 정부여당을 격파하는 포지티브시스템, 즉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경제 활성화’를 생각지 못하여 국회의원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기업구조 조정’을 거론하였다. 이에 뒤질세라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가 맞장구를 치고, 정부(유호일 부총리)는 이를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화답하며, 노동개혁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법안을 들고 나섰다. 이를 충정으로 생각하면 다 좋은데, 김종인 대표가 전제한 바처럼 “구조조정은 고용 문제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요는 조선, 해운 등을 위시한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득권자들(해당 대기업과 노조)의 갑질이 기승을 부릴게 불 보듯 뻔하므로 하청 업체와 노동자들이 먼저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자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구조조정을 빙자하여 일반해고(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변경(요건약화)을 꾀하는 것은 ‘노동권’을 침해하는 갑질의 충동질이 분명하다. 고용불안과 저임금을 비롯한 근로조건 악화를 가져올 기간제 시한연장과 파견법도 마찬가지다.

노동자가 봉인가? 만일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면, 위정자들은 부동산, 주식 등 투기성 투자자금인 대기업의 막대한 유보금을 고용창출을 위해 투자하는 것을 생각이나 해봤는지 묻고 싶다. (원조가 영국이고 독일에서 자리 잡은) ‘경제민주화’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드는데, 유럽처럼 무엇보다 선결하여야 할 노사관계 및 조업여건 민주화, 노동자본위 복지정책, 악덕기업주 전횡방지, 노동자(대표) 기업경영 참여, 불공정거래 완절근절 등, 경제민주화의 기반구축을 위한 확실한 방책을 마련해 놓고 하는 소린가?

정부가 말하는 ‘서비스산업발전법안’도 신중하게 재검토하여야 마땅하다. 선진국에서도 경제 불평등이 야기되기 시작한 원인이 주로 제조업이 줄어들고, 역으로 서비스업이 늘어난 데 있음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무분별한 서비스산업의 확대는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 증가를 가져온다는 점을 간과치 말아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백약이 무효이고 오로지 사회정의, 특히 분배정의, 곧 최소극대화(最小極大化)의 원칙으로써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J. 롤스, ‘정의론’). 한마디로 정의실현이야 말로 만병통치약(panacea)인 것이다. 그렇게 공정하고 효율적인 경제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경제성과를 높이고 국민의 삶, 민생을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정의실현을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해 전력투구했던 돈키호테는 세 번째 출정에서 ‘하얀 달의 기사’인 삼손 카라코스에 패하여 편력 기사의 모험, 그 긴 여정을 끝내고 귀향하여 정신을 차리고 깊은 실의에 빠진다. 돈키호테는 힘없고 가난하고 소외된 약자를 돕고 불의를 쳐부수고 정의를 실현코자 분투하였으나 끝내는 좌절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코 현실에서 패퇴한 것이 아니라, 그의 피나는 노력으로 현실의 변화를 가져왔다. “남의 완력에 부득이 패배한 채 돌아오셨으나, 자기 자신에게는 승리를 거두고 오셨다” (산초)


그리하여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돈키호테를 따랐던 그의 충복이며 추종자였던 ‘산초 판사’가 바라타리아도(島)의 통치자가 되어 그를 닮고 그를 본받고 그의 가르침대로 완벽하게 나라를 다스려 유토피아를 이루었던 것이다. 그 긴 스토리(이야기)를 책을 펴 읽으면서 웃음을 금치 못했으나, 책을 덮고 곰곰이 생각하노라면 눈물이 난다.

권혁시 대한글씨검정교육회 이사장
목하, 우리나라는 다른 문제들은 차치하더라도 경기불황과 그로 인한 민생고가 극심한 지경이다. 이 총체적 난국(crisis management)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버니 샌더스나 돈키호테처럼 용감한 리더가 절실한 지금이다. 우리의 위정자 그리고 경제인들도 ‘정의’를 바로 세우는데 앞장서며, 약자를 배려하고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즉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데 진력해 주길 염원한다.

"1조원이나 지원했는데"…한진해운 '백기사'로 나섰던 한진그룹의 탄식 주력사 대한항공 어렵지만 1조 지원 나서 해운 호황 당시 장기적 계획 부재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지난 1978년 2차 오일쇼크 이후 세계 해운업황이 불황에 빠지면서 한진해운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국제 해운 동맹 해체와 1984년 미국에서 신해운법 발효로 업체 간의 운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어려움은 지속됐다. 

1985년 한진그룹 창업자인 고(故) 조중훈 회장은 한진해운 체질 개선 및 대한항공 등 그룹이 나서 한진해운을 지원하겠다는 결심을 한 이후 직원 조회에서 “그룹의 힘으로 한진해운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히며 대한항공 위탁 경영 등 개혁안을 진행했다. 이후 2년여 만에 한진해운은 흑자로 돌아섰다.

◇한진그룹 1조원 지원 “할 만큼 했다”=한진그룹에게 한진해운은 그룹의 모태와도 같은 기업이다. 고(故) 조중훈 회장이 한진그룹의 시작인 한진상사를 인천에 터를 잡은 것 역시 육해공을 잇는 종합물류기업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 요구의 항공업 인수가 없었다면 해운업을 먼저 시작했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조양호 회장이 지난 2014년 경영난을 겪고 있던 한진해운을 전격 인수해 1조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면서 한진해운을 살리려 했던 것 역시 이런 맥락이다. 한진그룹은 2006년 조양호 회장의 동생 조수호 회장 별세 이후 제수씨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이끌던 한진해운이 어려움에 처하자 한진해운을 자회사로 편입해 본격 경영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해운업 시황과 쌓인 부채 등으로 한진해운의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결국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에 경영권을 넘기는 자율협약에 따른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는 상황까지 몰린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는 분위기다. 조양호 회장이 경영을 시작한 2014년 이후 대대적인 자구책은 물론 원가절감 등 구조조정 노력으로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 용선료(배를 빌려 쓰는 돈) 선박 반납을 통한 비용절감, 고비용 저효율 선박 처분 통한 노선 합리화, 수익성 낮은 노선 철수로 인한 공급 축소 및 수지 개선 등 뼈를 깎는 수준의 원가절감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2014년 2분기부터 영업흑자를 실현하는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주력 회사인 대한항공 역시 부채비율 줄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1조원에 가까운 돈을 한진그룹에 지원한 것은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할 만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 어쩌다 이렇게 됐나=국내 1호 선사인 한진해운이 채권단 관리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해운업이 호황일 때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지 경영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006년 고 조수호 회장 타계 이후 2009년 지주회사 체제로 독자 경영을 이어온 한진해운은 당시 외부 경영인을 영입해 사업을 이어 왔다. 그렇다 보니 단기적인 실적을 위해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다. 호황을 등에 업고 고가에 선박을 대량 구매하는 등 확장적으로 이끈 것이 어려움의 시작이었다고 분석한다. 한진해운은 2013년 기준 부채비율이 1,400%, 영업적자가 3,000억원에 달하는 등 악화 일로를 걷게 됐다.

특히 유럽 경기침체, 중국발 경기 둔화 등 세계 경제의 장기 불황, 컨테이너 선복 공급 증가, 비용 우위를 위한 초대형선 도입 경쟁, 선사간 인수합병 등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해운업의 주 수익원인 운임이 붕괴 수준에 이르게 된 것 역시 이유다.

해외 정부의 경우 해운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저금리 지원 등을 통한 지원을 지속한 것 역시 어려움이 가중된 이유였다. 실제로 덴마크는 세계 1위 해운업체 머스크에 수출입은행을 통해 5억2,000만달러, 정책금융기관이 62억달러를 대출했다. 또 독일 함부르크시는 2012년 2월 세계 3위 선사인 하팍-로이드사의 지분 20.2%를 7억5000만유로에 매입했고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18억달러의 부채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기도 했다. 프랑스는 부도위기에 빠진 자국선사 CMA-CGM에 금융권과 함께 1조원이 넘는 금융지원을 펼쳤고 중국은 중국은행을 통해 중국원양운수(COSCO)에 108억달러를 신용 지원했다. 일본은 해운업계에 이자율 1%로 1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가능하게 했다.


◇한진그룹, 육해공 종합물류기업 꿈 접을까=한진그룹은 22일 입장을 통해 “향후 채권단의 지원을 토대로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채권단에 경영권을 넘겼지만 육해공을 잇는 종합물류기업을 위해 한진해운을 국가 대표 해운사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한진해운의 상황이 개선될 경우 되찾아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육해공 종합물류 기업이 창업자의 유지이기 때문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타 산업보다 훨씬 큰 산업”이라며 “국가 기반산업인 해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패스트푸드 3사, 시장 주도권 놓고 치열한 각축전

맥도널드, 모건스탠리 통해 베인캐피탈 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접촉 중
버거킹, 새 주인에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 파트너스’
롯데리아, 신제품 출시와 가격 경쟁력으로 위기 돌파
패스트푸드 업계가 시장 주도권을 놓고 다양한 생존⋅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가 ‘전략적 투자자(SI)’를 찾고, 버거킹코리아가 사모펀드(PEF)에 매각되는 등 큰 변화를 겪으면서도 국내 점포를 늘리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국내 매장 수가 가장 많은 롯데리아는 신제품 출시와 가격 인하 등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전략이다.
패스트푸드 업계가 인수합병, 전략적 파트너 물색 등 변화를 맞고 있는 가운데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3사 간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 조선일보 DB
패스트푸드 업계가 인수합병, 전략적 파트너 물색 등 변화를 맞고 있는 가운데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3사 간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 조선일보 DB
한 업계 관계자는 24일 “세계적으로 웰빙, 다이어트 열풍으로 패스트푸드 인기가 꺾였지만,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시장이 커지고 있어 각 사마다 주도권을 쥐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 맥도날드, 투자자 모집하고 가맹점으로 바꿔
한국맥도날드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자문사로 정하고 한국, 중국, 홍콩 등 동북아시아 지역 프랜차이즈를 담당할 전략적 투자자를 찾고 있다.
선정된 투자자에게 지분을 최대 100%까지 매각하고 상당수 매장을 기존 직영점에서 프랜차이즈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재 420개 매장을 운영 중인 한국맥도날드는 미국 본사가 지분을 전량 보유하고 있다. 맥도날드 본사는 아시아 지역에서만 2000개 이상의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해 왔다. 한국만 놓고 보면 지분 매각액이 5000억~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맥도날드는 최근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파트너스, TPG캐피탈 매지니먼트 등 대형 사모펀드와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트너와의 사업형태는 장기적 파트너를 찾는다는 기준 아래 복수의 투자자도 고려하고 있다. 점포 운영 방식은 마스터프랜차이즈 형태를 포함, 다양한 조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날드가 한국에서 투자자를 찾아 매장을 프랜차이즈로 전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한국 사업을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는 그간 정체돼 온 아시아 매장에 전략적 투자자를 찾아 사업 운영을 탄력적으로 하려는 것일 뿐, 한국 사업 철수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매출액을 보면 성장세가 멈춘 미국과 달리 한국맥도날드는 두 자릿수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맥도날드의 연평균 매출액은 2012년 3822억원, 2013년 4805억원에 이어 2014년 5652억원으로 매년 20%를 넘는 성장을 보였다.
진우식 한국맥도날드 홍보팀장은 “맥도날드는 미국에서 프랜차이즈로 시작한 회사다. 그간 직영 중심이던 한국 및 아시아 매장을 본래 영업방식으로 돌리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2020년까지 국내 매장을 150개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버거킹, 새로운 주인 맞아
버거킹코리아는 최근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됐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로써 버거킹은 2012년 말 VIG파트너스가 두산그룹으로부터 1100억원에 버거킹을 인수한 지 3년 만에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다. VIG파트너스의 이번 매각 금액은 2100억원으로 알려졌다. 3년 전 매입 당시보다 기업 가치를 약 두 배 불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매장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과 다양한 서비스 실험을 한 결과로 보고 있다.
버거킹은 2013년 7월 가맹사업을 시작해 지방 중소도시까지 매장을 늘려왔다. 주유소와 연계한 ‘드라이브스루’ 매장과 24시간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후발 주자였지만 다양한 실험을 통해 급성장해왔다.
버거킹코리아의 매출액은 2013년 2123억원, 2014년 2526억원, 2015년 3000억원으로, 연평균 14%의 매출 증가률을 보였다.
버거킹은 현재 231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5년 안에 500호점을 돌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버거킹 관계자는 “가맹점에 경쟁력 있는 매장 컨셉을 제안하고, 개점 후에도 본사에서 지원하는 TV광고와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롯데리아, 신제품⋅가격 경쟁력으로 승부
롯데리아는 현재 매장 수 1292개로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점포를 모두 합쳐도 롯데리아의 절반에 그친다. 하지만 경쟁사의 적극적 사업 확대에 직접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롯데리아의 지난해 해외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매출은 9601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7.9% 감소한 134억원을 기록했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경쟁사들이 모두 10~20%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매장의 90%를 개인 가맹점으로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 경쟁사의 매장 확장 등 패스트푸드 업계의 경쟁 격화로 적자를 봤다.
롯데리아는 신제품 출시와 가격 경쟁력을 통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모차렐라 인 더 버거’가 지난해 출시 후 큰 인기를 얻은 것처럼 지속적으로 소비자 개성을 살린 신개념 버거를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을 위해 가격 인상도 최소화 했다. 올해 초 맥도날드가 전체 주요 메뉴 가격을 올렸지만, 롯데리아는 일부 한우패티가 들어간 메뉴만 가격을 인상했다. 롯데리아 판매 순위 1, 2위인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 등은 가격 인상 품목에서 제외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리아는 신제품 출시 시기를 앞당기는 동시에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해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공격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Saturday, April 23, 2016

조선업 몰락이 말하는 진실 “대마불사·속도전 그만”

빅3 호황기 누릴 때 중소업체는 몰락… ‘사내하청화’ 가속되면서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


4월 22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선박 건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때 5만 명 가까이 근무했던 대우조선해양은 4만50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인력을 올해 안에 3만 명 수준으로까지 감축할 예정이다. / 박은하 기자


“어려운 수준이 아닙니다. 거제는 내년에 유령도시가 돼요.” 

4월 21일 경남 거제시 고현동 번화가에서 만두 트럭을 운영하는 강모씨(51)의 말에는 위기감보다는 절망감이 더 짙게 묻어났다. 이날 오후 8시30분 거리는 한산했다. 삼성중공업 야드 인근에 있어 거제시 최고의 번화가로 꼽히는 거리였지만 치킨집, 카페, 음식점 등에는 테이블의 20%도 채 차지 않았다. 손님이 없어 오후 9시에 접는 포장마차도 있었다. 이곳에서 8년째 만두 장사를 해온 강씨가 말을 이었다. “지금 다니는 사람들이 예전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예전에는 잔업이 있어서 오후 5시, 7시, 9시, 11시 나눠서 퇴근하느라 거리가 늘 사람들로 북적였어요. 거가대교 개통할 때가 제일이었지요. 지금은 일도 없고, 언제 잘릴지 몰라 다들 숨죽이느라 오후 5시에 다 퇴근해서 조용하다는 거 아닙니까.” 

거제는 한때 ‘불황을 모르는 도시’였다. 국내 빅3 조선업체에 해당하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조선소가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에도 ‘돈 걱정’은 없었다. 거제도와 부산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하던 2010년 국내 선박해양구조물 수출은 491억1200만 달러, 국내 전체 수출의 10.5%를 차지했다. 반도체에 이어 2위였다. 국내 조선업계가 선박뿐 아니라 해양플랜트(해상 석유탐사시추시설) 산업에 뛰어들어 실적을 내던 무렵이었다. 강씨가 제일 좋았던 시절로 기억하는 때다. 

‘불황을 모르는 도시’는 ‘유령도시’가 될 걱정을 하고 있다. 2014년 조선업의 수출실적은 398억8600만 달러, 국내 수출액 중 비중은 7.0%로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3년간 총 5조원,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조5000억원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주한 해양플랜트 18기 중 9기를,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24기 중 5기를 올해 상반기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신규 수주물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선박 수주는 조선업 전체를 통틀어 9척에 그쳤다. 신규 수주가 없다는 말은 적어도 향후 2~3년간 일감이 끊긴다는 의미다. 기존에 수주해 놓은 일감이 있던 상황에서도 지난해 조선업계에는 1만5000명이 일터를 떠났다. 국내 중대형 9개 조선사의 조선 및 해양 관련 인력은 2014년 20만4635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19만500여명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일감이 사라진 이후에는 몇만 명 단위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노동조합은 지난 6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수주가 없는 상황에서 현재 일들이 마무리되는 올 6월부터 대규모 고용대란이 우려된다며 “거제시를 고용재난특별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 지역경제 붕괴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출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최근 30년 동안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대들보이자 불과 5년 전만 해도 ‘최고의 시절’을 누렸던 조선업은 이제 ‘제2의 IMF 사태’ 뇌관으로 추락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이다. 또한 모험적 경영자 소수의 잘못된 판단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화 과정만 보더라도 ‘미뤄둔 구조개혁의 산물’이자 ‘한국형 성장모델’이 한계에 달했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유령도시’의 뇌관은 ‘가장 좋았던 시절’에 이미 타들어가고 있었다. 2008~2009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불거진 글로벌 경기침체로 선박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 세계 조선업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을 때 한국의 조선업계는 정반대로 역대 최고의 실적을 쌓았다. 2008년 431억5700만 달러였던 조선해양 수출실적은 4년 연속 치솟아 2011년에는 565억8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선박 실적 부진을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메우고 남은 덕이었다. 셰일가스 개발로 저유가 국면이 지속되면서 석유 메이저 업체들이 앞다퉈 심해 유전 개발에 나서 석유탐사 및 시추 구조물인 ‘해양플랜트’ 수요가 급증했다. 국내 업체들도 앞다퉈 뛰어들었다. STX 팬오션 등 인수·합병으로 급속히 성장한 신규 업체도 경쟁에 가세했다. ‘신성장동력’을 앞장서 선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정부는 2013년 해양플랜트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5년간 5조9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조선 및 해양 수출실적은 2012년 397억5300 달러로 급락했다. 2013년에도 371억8600 달러로 줄었다. 정부의 정책은 완전히 뒷북이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기존의 조선업과 해양플랜트 산업은 성격에서 차이가 많은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대책 없이 기업이 성급하게 뛰어든 것이 현재 조선업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서울대 공대 교수 26명이 공동집필한 <축적의 시간>에서 김 교수는 바다에 떠다니는 구조물을 만드는 것은 동일하지만 선박과 해양플랜트는 산업적 속성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해양플랜트는 선박산업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복잡하다. 정해진 항로를 ‘선’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장소에서 ‘점’처럼 설치된다. 특정 장소의 해류·지형·구조 등에 대한 설계가 더 면밀히 이뤄져야 하고, 위험부담도 크다. 돌발상황이 많아 교과서에 나온 지식보다는 현장에서 갈고닦은 숙련기술에 더 의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해양플랜트 산업은 엔지니어링, 구매, 시공, 설치 4단계로 나눠 세계 여러 업체들이 협력해 사업을 진행한다. 사업의 규모가 큰 만큼 돌아오는 이득도 크다. 국내 업체는 이 중에서 ‘시공’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국내 업체들은 해외 업체와 꾸준히 협력하며 다른 영역의 해양플랜트 관련 기술을 차근차근 쌓아가기보다 이 4단계를 독점해 일거에 큰 이익을 얻고자 했다. 김 교수는 “(엔지니어링, 설계 등의 기술을 익히려면) 외국 회사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거치며 그들이 가진 교과서 밖 경험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했지만, 그 과정을 생략하고 1~2년간 우리 자체적으로 해보겠다며 무리수를 던졌다. 엔지니어링이 잘못되면 구매가 잘못되고 시공을 위한 제작 시수가 달라진다. 건축과 마찬가지로 해양플랜트도 안전문제 등으로 중간중간 설계변경 등이 필요한데도 이런 문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지난 1~2년간 조선소가 큰 손실을 입었다”고 서술했다. ‘조급증’으로 벌어진 참극이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업체끼리 저가수주 경쟁이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4조원 하는 해양플랜트를 한국 업체에서는 3조원이면 할 수 있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고도의 기술과 국제분업체계로 이뤄진 해양플랜트 산업에서 저가수주와 설계변경으로 공기를 단축하고 이득을 내는 기존의 영업방식을 추구하다 산업 전체가 부실화됐다. 

대기업이 무리하게 해양플랜트 산업에 진출하면서 조선업계의 노동환경은 ‘하청화’가 가속화됐다. 조선업계 하청노동 비율은 IMF 외환위기 첫해인 1998년부터 인건비 절감을 위해 증가하다가 2008년부터 급증하는 모양새를 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보였던 것은 대기업뿐이지 국내 조선업계 전체는 빅3 중심 구조가 강화되면서 더 나빠진 상태였다. 특히 금융위기의 여파와 키코 피해로 중소 조선업체가 줄도산하면서 이곳의 인력들이 대기업으로 몰려들었고, 이들은 대부분 ‘사내하청’으로 채용됐다. 박종식 금속노조 객원연구위원은 지난해 발간한 금속노조 이슈페이퍼에서 “하청 기능직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0년 2만5960명에서 2013년 10만5041명으로 거의 4배 정도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박찬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9월 <노동리뷰>에서 분석한 것을 보면 조선업 하청근로자의 76%가 소위 빅3라 불리는 대형 조선소 소속이었다. 빅3 조선업체의 사내하청 근로자는 2008년 이후 약 3만5000명 순증했는데, 이는 중형급 조선소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 내보낸 인력들이었다. 하청인력 활용 비중은 조선업 68%, 해양플랜트업 90%로 해양플랜트에서의 하청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거제시에서 만난 한 시민은 “우리는 명찰만 봐도 누군지 안다. 직영 근로자는 명찰에 회사 이름과 더불어 과장, 부장, 팀장 등 명확한 직함이 달려 있다. 협력업체와 하청 직원들은 ‘○○산업’, ‘○○개발’ 등 간단하게 표시된 명찰만 달고 다닌다”고 말했다. 사내하청 기업에서는 작업량이 갑자기 많아지는 경우 소위 ‘물량조’라고 불리는 임시근로자들을 투입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해양플랜트 산업에서 거꾸로 임시 일용직 활용이 만연했고, 하청기술자들은 중소기업에서 갈고 닦은 숙련기술을 활용할 기회가 봉쇄됐다. 위험한 작업을 도맡아 하면서 산재 확률도 높아진 반면, 직영업체의 위험한 작업 대처능력은 감소해갔다. 이런 상황에서 2013년 정부가 해양플랜트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면서 상황이 열악한 기업마저 해양플랜트 산업에 뛰어들었다. 

‘하청노동자’들은 거제 경제의 뇌관이기도 하다.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대우조선해양에는 약 4만2000명이 근무한다. 대우조선은 3만명 선까지 줄일 계획이다. 정리될 1만명은 대부분 협력업체, 하청 직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이 급속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하청’을 동원했고, ‘하청’이 만연하면서 숙련기술이 필요한 산업 자체의 경쟁력이 부실화됐으며, 위기가 닥치자 ‘하청’을 방패막이로 세우는 셈이다. 

파국의 고통은 전 지역 전 연령대에 미치고 있다. 고현동에서 만난 한 실업계 고교 3학년 학생은 “거제에서는 취업이 잘 되지 않을 것 같다. 울산의 중공업 관련업체에도 서류를 넣었다. 업계 자체가 워낙 불황이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21일 고현동의 한 치킨집에서 만난 조선소 직원들은 야반도주한 협력업체 사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우조선 협력업체도 지난해 45곳이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소에 부품·기계 등을 납품하는 창원, 포항 등의 업체에도 연쇄부실이 찾아와 ‘남동임해공업지대’ 전체가 도미노처럼 쓰러질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감돈다. 삼성중공업 협력업체의 한 부장급 인사는 “부장이면 내 밑의 사람들을 챙겨줘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200명을 100명으로 자른다고 해 나부터 살고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 만다”며 쓰게 맥주를 들이켰다. 

거제시가 집계한 전체 세금 체납 건수는 2014년 8만5893건에서 지난해에는 8만9397건으로 늘었다. 한전 경남본부가 집계한 거제지역 1개월 이상 전기요금 체납 가구 수의 경우 지난해 2월 연체 가구 수는 3352가구였으나 올해 2월에는 4157가구로 805가구가 늘었다. 실업으로 인한 실물경제의 위기는 아직 예고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구조조정이 시장과 채권단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 바람직하지만 채권단과 경영진이 책임을 떠넘기며 구조조정을 차일피일 미룰 경우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시사한 것이었다. 

한계기업 퇴출이 ‘부실기업’ 정리와 ‘노동자 대량해고’가 아니라 산업을 부실하게 만든 원인을 근본적으로 수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축적의 시간>에서 김용환 교수는 “해양산업은 길게 보고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데 급급했던 공학교육을 벗어나, 개념설계 등 지식을 축적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 등을 모두 재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종식 연구위원은 “(구조조정뿐 아니라) 신규수주 및 물량지원, 선박금융 지원체계 구축, 선종 다각화 및 연구개발 지원, 고용보호 및 고용안정화 방안 지원 등을 통한 조선산업 상생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계기업 퇴출과 하청의 만연화 등을 맞바꿔 한국 노동·산업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Friday, April 22, 2016

국제무대서 설자리 잃어가는 한진해운·현대상선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22일 프랑스 해운통계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4개 체제로 운영되던 해운 동맹이 2개로 재편되면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퇴출 위기에 놓였다. 618tue@newsis.com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서 소외 분위기
국적선사 부재시 연간 18조원 손실 우려
정부·채권단 등 이해관계자 지원 절실
【서울=뉴시스】황의준 기자 = 오대양을 활보하던 국내 국적 선사들의 국제무대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세계 해운업 침체가 장기화되며 글로벌 선사들 간 새로운 동맹체제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러브콜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두 회사가 유동성 위기로 장기간 부침을 겪으면서 경쟁력과 대내외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 영향이다. 이들 업체가 끝내 주류 무대에 편승하지 못하면 기업 차원의 문제를 넘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에도 심각한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쟁력 잃고 소외당하는 국적 선사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3위 해운사 프랑스 CMA-CGM, 5위 대만 에버그린, 6위 중국 코스코(COSCO), 10위 홍콩 OOCL은 새로운 해운 동맹인 '오션'을 최근 결성했다.
해운 경기 침체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상위권에 있는 업체들끼리 노선과 선박을 공유해 조금이라도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목적으로 새로운 합종연횡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오션은 2017년 4월 본격 출범을 하게 되는데, 세계 1·2위 해운업체인 덴마크 머스크·스위스 MSC가 뭉친 '2M'과 함께 해운 시장 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존 2M·CKYHE·O3·G6 등 4강 체제로 운영되던 세계 해운 동맹 전선에 커다란 변화가 온 것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각각 CKYHE, G6에 속해있는데 내년 3월 동맹이 종료된다. 이들 업체가 1년 내 새로운 해운 동맹을 꾸리지 못하면 운임 경쟁 등에서 크게 뒤처지며 국적 선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질 정도로 영업권을 다수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두 업체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고, 대내외 신뢰도마저 크게 추락했다는 데 있다. 경쟁사들이 더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굿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보유한 최대 크기 컨테이너선은 1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수년간 해운업계에는 '규모의 경제' 붐이 불면서 1만8000TEU급 이상의 컨선이 주력 선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11년만 하더라도 A등급이었던 한진해운의 회사채 등급(한국신용평가)은 지난달 BB까지 6단계 내렸다. 같은 기간 현대상선의 회사채 등급은 A에서 D까지 14단계 급락했다.
◇수출의존도 높은 국가 경제로 위기 번질 수도
이 두 회사의 위기는 국내 연관산업은 물론, 국가 경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 지난해 기준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의존도 비중이 88%에 달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원양 서비스가 중단되면 글로벌 대형 선사들의 환적기점도 부산항에서 일본·중국 등지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부산항이 환적항만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면 터미널 운영사와 무역회사 등에 각종 부대비용이 대거 발생함은 물론, 지역 경제에까지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한국선주협회는 국적 선사 부재 시 국내 업계에 발생할 연간 손실을 최대 163억 달러(약 18조6227억원)로 집계하고 있다.
◇정책지원·이해관계자 동의 절실
국적 선사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와 채권단, 사채권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도움이 절실하다. 만약 두 회사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면 해운동맹에서의 퇴출은 기정 사실화 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경영권을 포기하고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할 만큼 국적 선사 회생에 간절한 모습이다.
한진해운은 오는 25일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이날 계획했다. 한진해운의 총 금융부채는 지난해 연말 기준 5조6219억원이다. 이 중 1년내에 갚아야할 부채만 3조1808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는 당장 오는 6월27일로 만기가 돌아오는 1900억원의 회사채도 갚기 어려워 사채권자집회를 통한 만기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미 채권단의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가 진행 중이다. 다만 채권단이 해외선주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 사채권자 등의 만기연장 동의 등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는 데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용선료 협상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지난달부터 전문협상단을 꾸려 해외 선사 설득에 나서고 있다. 현대상선은 매년 2조원을 용선료로 지출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용선료가 전체 매출액(5조7686억원)의 1/3을 웃돌았다.
한편 비협약 채권의 채무조정을 위해 올해와 내년중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오는 6월 일괄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