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재판에 영향은? 
이재용 뇌물 공여와 ‘동전의 양면’…‘공여’보다 ‘수수’가 처벌 무거워
‘미르·K스포츠 재단’ 뇌물 인정 안됐지만, 직권남용·강요는 인정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59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구치감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59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구치감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에서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및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이 ‘뇌물공여’로 인정됨에 따라, ‘뇌물수수’ 당사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중형을 면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나온다. 재판이 별도로 진행 중이지만, 공소사실에서 이 부회장과 ‘동전의 양면’ 격인 박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도 이번 판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뇌물수수는 뇌물공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형량이 높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애초 특검이 공소 제기한 이 부회장 등의 세 가지 뇌물공여 혐의 중 승마 지원과 영재센터 지원 두 가지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승마 지원과 영재센터 지원에 관하여는 (삼성의) 승계작업에 관하여 대통령에 대한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80억원 이상의 돈이 두 가지 명목으로 “은밀하게” 지원된 데는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에게서 이 부회장에게 넘어가는 삼성의 총수 승계작업에 대한 양쪽의 ‘묵계’가 있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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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로 인정된 액수가 1억원만 넘어도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박 전 대통령 역시 이 부분 유죄가 인정될 경우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은 삼성에서 받은 것 말고도 롯데 신동빈 회장에게서 70억원의 뇌물을 수수하고, 에스케이(SK) 최태원 회장에게 89억원의 뇌물을 요구한 혐의(제3자 뇌물요구)까지 추가돼 있다. 특히 롯데와 에스케이의 경우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 등 돈이 오갈 당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현안이 있었던 만큼 대가성이 어렵지 않게 인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특검에는 ‘절반의 승리’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에서 내려진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의 주요 사유가 됐던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강제모금과 관련해 16개 출연 대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이 부분 무죄가 났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재단 지원에 관해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특검이 뇌물공여 혐의의 핵심인 대가성 입증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박 전 대통령 공소 유지를 맡은 검찰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미르·케이스포츠 강제모금은 지난 3월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할 당시 핵심 사유가 됐던 만큼 항소심에 임하는 특검과 (박 전 대통령 공소 유지를 맡은) 검찰의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출연 때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모와 청와대의 강제적 모금 등을 인정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재판부는 “재단을 사적 이익추구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의 관여를 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부가 최소한 강제모금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 혐의를 유죄 판단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재판부가 다른 만큼 두 재단에서 모금한 돈을 뇌물로 판단할 여지도 여전히 남아 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