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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anuary 22, 2016

[이준구 교수] "희망을 앗아간 정권을 심판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되는 일" "노동5법 통과에 협조하라고 쓴 글,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대만 차이잉웬 총통의 당선을 보며 든 생각>

오래 전부터 차이잉웬 후보의 승리가 점쳐졌기 때문에 별로 놀라운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요즈음 대만의 경제도 무척 어려운가 본데, 그것이 승리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하더군요. 특히 주택가격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치솟아 올랐다는데, 그것이 서민들의 큰 불만을 샀나 봅니다.

대만의 구도를 우리나라에 대입해 보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경제를 이 모양으로 만든 집권세력에 대한 심판이 당연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해 우리에게서 희망을 앗아간 보수정권을 심판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런 심판의 기회를 주기 위해 선거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대만은 대만의 일로 끝날 뿐,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가망은 아주 작아 보이네요.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한 장본인들은 교묘한 홍보전술로 책임을 모두 야당에게 떠밀어 버렸기 때문에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어려운 경제의 책임이 야당에 있다는 응답이 정부 여당에 있다는 응답보다 더 많이 나옵니다. 정말로 웃기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전 교수 
내가 지난 번에 야당에게 소위 노동5법 통과에 협조하라는 글을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욕을 얻어 먹었습니다. 그런 욕을 얻어먹을 것을 각오하고 쓴 글이기는 하지만, 그 글을 쓴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느낌입니다.

그 법안이 정말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통과에 협조해 주라고 말했을 리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그 반대로 아무런 긍정적 효과도 가져올 가망이 없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그런 보잘것 없는 법안을 가로막아 나중에 경제를 망친 책임을 거꾸로 뒤집어쓰는 결과를 우려했기 때문에 그런 제안을 한 것입니다.

물론 그 법안의 통과로 인해 일부 계층이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긴 안목으로 보면 일시적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경제정책을 올바른 궤도에 올려 놓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수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모든 사람을 언제나 행복하게 만들면서 좋은 정책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 중에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실험 결과를 보면 그런 기대는 그야말로 부질없는 것임을 잘 알 수 있는데도 말이지요. 정부 여당이 소위 노동5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헛된 믿음의 소산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헛된 믿음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노동5법의 통과를 한사코 가로막는 한 그것이 가져올 불행한 귀결을 입증할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헛된 믿음은 여전히 신화처럼 우리 사회를 맴돌게 될 테구요. 경제 실정의 책임을 모두 야당에게 떠넘긴 정부여당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나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씻어버리지 못하는 한 경제정책이 정상궤도로 돌아올 수 없다고 믿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신기루를 쫓느라고 건전한 정책기조를 확립할 기회를 번번히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경제를 되살리는 묘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록 거북이 걸음을 하더라도 건전하게 경제를 운영해 나가는 과정에서 경제의 활력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법입니다. 부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은 부자만을 잘 살게 만들 뿐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조금도 나아지게 만들지 못합니다. 그런 정책으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는 돌팔이 약장수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모든 책임을 오히려 야당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는 어불성설의 현 정국에서 도저히 희망의 끈을 찾기 힘듭니다.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도 이 난국을 헤쳐가기 어려운 판국에 야당은 적전분열의 불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 국민은 과연 누구에게 기대를 걸고 살아야 할까요?

대만 야당 후보의 승리를 보면서 입맛이 소태처럼 써지는 것을 느낍니다. 

출처 : 이준구 전 서울대 교수 홈피 http://jkl123.com/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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