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대형 마트인 홈플러스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작년 9월 주인이 영국 테스코에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로 바뀐 홈플러스는 지난해 매출이 4% 이상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 전환하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킬 뚜렷한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업 손실 1490억원, 13년 만에 적자 전환
홈플러스의 실적은 해마다 악화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결산법인인 홈플러스의 지난해 매출은 6조746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3% 감소했다. 2013년 7조325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줄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149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2002년 흑자 전환한 지 13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신선식품 부문에 1500억원대 투자를 진행했고, 테스코에서 MBK파트너스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에게 1000억원대 격려금을 지급하는 등 지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적 부진의 근본 원인은 매장 경쟁력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업계 1위인 이마트나 3위인 롯데마트는 온라인 채널로 빠져나가는 고객을 붙잡고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최근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강화하고 체험형 공간과 신개념 구매, 간편 결제 방식 등을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홈플러스에선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마트는 자체 브랜드인 ‘피코크’ 상품의 가짓수를 연말까지 1400여 개로 확대하겠다며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가정 간편식에 요리의 개념을 결합한 새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반면 홈플러스는 ‘싱글즈 프라이드’ 100여 가지 상품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현재 2위 자리가 위태롭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위인 이마트는 체험형 구매 방식을 접목한 전자제품 전문 매장인 일렉트로마트를 5호점까지 내면서 경제력을 갖춘 신규 고객을 빨아들이고 있다. 3위인 롯데마트는 친환경·리빙·자동차 등 7개 특화 매장을 테마로 삼아 ‘3세대 대형 마트’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매출 격차는 2014년 1조600억원에서 지난해 7700억원으로 좁혀진 상태다.
◇신규 서비스 부재… “달라진 것이 없다”
특히 홈플러스는 최근 대형 마트의 새로운 전장(戰場)으로 떠오른 O20(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 서비스 경쟁에서 한참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제품 바코드만 인식시키면 결제와 배송을 한 번에 끝내거나, 카카오 내비게이션 이용자가 목적지를 이마트로 설정하고 매장에 도착하면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20~30대 신규 고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매장에 들러 주문한 상품을 찾아가는 ‘드라이브 앤 픽’ 등 다양한 스마트 픽 서비스를 도입했다.
홈플러스는 SSG페이(이마트), L페이(롯데마트) 같은 자체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도 갖추지 못했고, 추진 계획도 없다. 홈플러스 고객 허모(46)씨는 “귀찮을 정도로 새로운 서비스를 알려주는 다른 대형 마트와 달리 홈플러스는 ‘요즘 저래도 되나’ 걱정될 정도로 기억나는 서비스가 없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지수도 최하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부진이 지속되자, 일각에서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私募)펀드가 회사의 껍데기만 남기고 분할해 팔면서 ‘먹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포·김해점 등 매장 5곳을 매각한 뒤 재임차(세일 앤드 리스백)하는 방식으로 수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것도 그 일환이라는 것이다.
내부 잡음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사측이 조직 기강을 확립하겠다며 강조하는 ‘무관용 원칙’에 대해서도 직원들은 “구조조정의 빌미”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홈플러스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동반성장지수에서 최하점을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지금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그동안 산적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진통이 적지 않다”며 “올 연말에는 흑자 전환과 조직 정상화를 달성하겠다”고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