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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February 1, 2016

카드사 "5000원 미만은 현금만 받게 해달라" CEO들, 금감원장에 요청 500원짜리 껌 사고 카드 결제하면 비용 120원 들어 "1만원 이하 역마진..의무수납제 개선해야" 미국은 2010년부터 10달러 이하 거부 허용

[ 이지훈 기자 ] 카드사들이 5000원 또는 1만원 이하의 소액결제에 대해서는 가맹점이 현금만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요구하고 나섰다. 500원짜리 껌 등과 같은 소액 상품을 카드로 결제하는 소비자가 갈수록 늘면서 카드사가 밴(VAN)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말 중소 가맹점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가 0.7%포인트 인하돼 올해 큰 폭의 순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연매출이 3억원을 초과하는 일부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마저 정치권 반대로 무산되자 금융감독 당국에 이런 요구를 한 것이다.
◆소액결제 비중 40% 육박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 사장들은 최근 금감원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진웅섭 금감원장에게 “5000원 혹은 1만원 이하 소액 카드 결제는 가맹점의 선택에 따라 거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른바 ‘카드 의무수납제’를 조건부로 폐지해 달라는 요구다.
1998년 1월부터 시행된 여신전문금융업법(19조 1항)에는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또 소득세법에서는 연매출 2400만원 이상 사업자는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의무가입하도록 했다. 정부가 세원 확보를 위해 카드 활성화 정책을 쓰면서 가맹점이 신용카드를 현금 등 다른 결제수단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카드사들이 금감원에 카드 의무수납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카드 결제액의 소액화 추세와 깊은 관련이 있다. 편의점은 전체 매출의 약 60%가 카드 결제로 이뤄지는데, 이 중 90%가 1만원 미만의 소액결제다. 약국과 슈퍼마켓도 소액결제가 많은 대표적인 가맹점이다.
소액결제가 증가하면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그만큼 늘어난다.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 네트워크를 구축, 카드 승인 중계 및 전표 매입 업무를 대신해주고 건당 평균 12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통상 1만원 이하 소액결제에서는 역마진이 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2010년부터 시행
카드사들이 의무수납제 개선을 요구한 이유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이익 감소를 보전할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 인하로 올해 6700억원 정도의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카드사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연매출 3억원 초과 가맹점 중 소액결제가 많은 일부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 인상을 추진했지만 정치권의 반대로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캐나다는 2010년부터 10달러 이하의 카드결제는 가맹점에서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며 “우리도 이제 소액결제에 대해서는 의무수납졔를 개선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사의 희망대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카드 소액결제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밴사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2011년 금융위원회가 소액결제에 대한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를 추진하다 여론의 반발에 밀려 무산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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